•  일선 학교에서 담임교사와 생활지도부장을 꺼리는 현상이 벌어져 학교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서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 업무량과 책임을 대폭 늘린 데다 최근 학교폭력을 방관한 혐의로 교사들이 잇따라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담임을 맡으려 하지 않아 강제 배정을 하는 곳도 있다.

    10일 각 학교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는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교사들에게 담임을 맡을지와 몇 학년을 희망하는지 조사했다. 각 학교는 조만간 새로 전입할 교사들에게도 의견을 물은 뒤 15일 전후로 인사자문위원회를 열어 담임 및 학년 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54개 학급에 54명의 담임이 필요하지만 총 140명의 교사 중 12명만 담임을 맡겠다고 지망했고 그마저도 12명 모두 입시에 '올인'하는 고교 3학년 담임을 희망했다.

    이 학교 교감은 "작년까지 원래 140명 중 70명 정도가 담임교사를 하겠다고 지원했다"며 "관리자로서 권한이 있으니 억지로 담임을 맡기겠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담임 역할을 제대로 할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통제할 수단이 전혀 없으니 교사들이 '아이들을 지도하면 불이익이 온다'고 생각한다"며 "지도하려 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번지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특정 학년에 아예 지원자가 없고 특정 학년에 희망자가 몰리는 현상이 유난히 심해졌다.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원래부터 고학년을 잘 안 맡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올해는 5학년 희망자는 아예 없고 6학년은 3명뿐"이라고 했다. 도봉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그나마 제일 어른스러운 3학년을 가장 선호하고 갓 입학한 1학년, 가장 문제가 많다는 2학년은 꺼린다"고 말했다.

    이처럼 담임을 한 명씩 배정하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내놓은 '복수담임제'는 학교 현장을 전혀 모르는 황당한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한 중학교 교장은 "복수담임을 해 봐야 책임 소재만 불분명해지고 서로 떠밀게 된다.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여서 자기반을 확실히 책임지고 지도하도록 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다른 중학교 교장은 "학급당 인원부터 줄이고 교사 잡무를 줄여서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을 늘려줘야 한다"며 "애들이 정규수업 마치면 학원 가기 바빠서 대화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사립 중학교 교감은 "소규모 학교라 18학급에 교사가 28명 정도인데 교장, 교감이 다 들어가도 한 반에 담임이 두 명까지 배치될 수 없다"며 "사람이 없어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맡기는 지경인데 비현실적인 정책이다"라고 비판했다.

    생활지도부장, 생활지도부 교사를 구하지 못해 애만 태우는 학교도 부지기수다.

    강북의 한 고교 교감은 "학생부는 가장 기피하고 서로 안 하려고 한다. 학생부에 있었던 11명 중에 올해도 남겠다고 한 사람은 단 한 명이다"라며 "가장 적임자인 분에게 학생부장을 제발 좀 맡아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서지역의 한 중학교 교감은 "인센티브가 나오고 수업시수를 줄여주고 비담임으로 해 준다고 해도 다들 생활지도부를 맡기 싫다고 하니 머리가 깨질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고등학교 교감은 "부장교사는 담임교사보다 수당도 적다"며 "정당한 보상이라도 되면 고된 업무에 위로라도 될 텐데 그렇지도 않아 생활지도부를 해달라고 마땅히 설득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