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이 역할을 제대로 해줬으면 제가 여기 왔을까요. 서운한 정도가 아니라 한이 맺혔습니다."
    학교폭력 피해학부모 대표로 연단에 선 김모(43.여)씨는 중학생 아들이 9개월에 걸쳐 폭행당한 일을 털어놓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방학 일주일 전 아이가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 담임에게 얘기하니 '일이 많은데 지금 신고하면 어떡하느냐. 원하는게 뭐냐'고 하더라. 선생을 민사고발할까도 생각했다"며 "피해자인 아이가 교사들로부터 공감을 얻는게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8일 오후 서울 강동경찰서에서 열린 학교폭력 대책마련 간담회에서는 학교와 교사들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는 학부모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교 관계자들은 피해 사례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교육현장에서 각자 느낀 애로사항을 공유했다.

    둔촌고등학교 김광룡 교장은 "새 학기 담임 선정하는데 서로 안 하려고 한다. 안그래도 교사가 모자라는데 부담임까지 만드니 부담스럽다. 초등학교 보안관처럼 제복 입고 학교에 상주하는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며 제안하기도 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최근 한 학생이 자살하자 학부모가 교사를 고소해 경찰에 입건됐다. 교사가 어디까지 학교폭력 책임을 질 것인지 앞으로 심각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권을 보호하려면 앞으로 생활지도를 위한 아주 상세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동서는 이날 구청과 교육지원청, 소방서, 종합병원 등 관내 유관단체와 학교폭력 근절 협약식을 체결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