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 "재의 요구 명분 없다" 압박이대영 부교육감 "교육은 실험이 아니다" 반박
  • 수장이 바뀐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 재의요구를 놓고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13일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학교폭력 현황과 근절대책을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위 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가 명분없이 이뤄졌다며 이 대행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은 시의회 사무처 소속 자문변호사 4명이 제출한 법률자문 의견서에서 조례가 상위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도 교육청이 `상위법과 충돌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했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7시15분까지 시의회 별관에서 열린 교육위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이대영 서울교육감 권한대행의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결정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사퇴를 요구했다.

    김종욱 의원은 "부교육감이 작년 10~11월 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겠다고 해놓고 재의요구를 했다. 한 입으로 두 말했다.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윤명화 의원은 "부교육감은 입을 몇 개 갖고 있나. 시행도 안 해보고 유추하는 것으로 재의요구를 할 수 있나"라며 "감사관의 법률 검토 내용을 받았는데 조례 내용에 문제없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재의를 혼자 결정했나"라고 따졌다.

    김형태 교육위원은 "부교육감이 (조례를) 원점으로 돌려놔서 찬반 논쟁을 소모적으로 하고 있다. 재의요구는 직을 걸 만큼 중요한 일이다"며 "재의요구는 곽 교육감 노선과 정책기조와 완전 반대인데 이 부분에 책임을 안 지면 곽 교육감이 돌아오면 같이 일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법률자문 의견서 일부는 조례 가운데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위원회 제도가 상위 법령에 근거가 없어 상위법 위배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그밖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문제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정문진 한나라당 의원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다수당의 잘못된 판단이 안타깝다. 학생인권조례가 나쁜 학생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권조례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에 대한 언급이 조례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덕영 교육위원은 "재의 요구는 시간낭비가 아니다. 권한대행이 결정을 잘 했다"며 "이건 직을 걸 일이 아니다. 곽노현 교육감과 정책을 의논하는 것 자체도 불법이다"고 반박했다.

    의원 질의에 대해 이대영 교육감 권한대행은 "조례가 현장에 공포되면 바로 적용해야 하는데 두루 살펴보니 너무 적용이 어려운 게 있어서 재의 요청을 한 것이다. 교육은 실험이 아닌 것 같다"고 맞받았다.

    또 "의원들이 고생한 것을 뻔히 알지만 교원으로서 한 번만 더 촘촘히 봐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며 "교원의 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민의로 뽑힌 사람이라면 판단을 정확히 할 수 있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나뉜 상황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취지에 공감하지만 집회의 자유 등 아직 우리사회에서 합의가 안된 부분이 있다"며 "법령보다도 현장에 적용할 때 현장 교사들의 학생생활지도나 학교 자율성 보장 문제가 더 컸다"고 덧붙였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압력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 이런 우려가 제기될까 봐 신년에 인사 전화 한 통도 안 했다"고 말했다. 재의 요구에 부교육감 직을 걸겠냐는 물음에는 "(직을 거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제가 혼란을 초래했다면 책임져야 겠지만 학교현장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파악했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때 저는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걸 말씀드렸다"고 맞섰다.

    이 권한대행은 "(곽 교육감과 면담) 약속을 잡았다가 연기되고 나중에 연락한다고 했다가 연락이 안 왔다. (인권조례에 대한) 곽 교육감 답변을 못 들었다"며 "(19일 이후 곽 교육감이 재의 요구를 철회하고 조례를 공포하면) 당연히 교육감 (결정을) 따라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회의 초반 정문진 한나라당 의원이 '학교폭력 현황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학생인권조례 질의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항의하며 발언권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