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사퇴 시한, 고위 공직자 출마 쇄도친박 득세에 친이계 불안…치열한 자리 찾기
  • 4·11 국회의원 선거(총선)를 앞두고 행정 고위직을 지냈던 여권 관계자들이 공직을 던지고 대거 금배지 도전에 나서고 있다. 공직자들이 총선 출마를 하려면 선거 90일 전인 12일까지 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출마 의사'에 대한 부분은 윤곽이 잡힌 셈이다.

    최근 정당 쇄신 바람과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하는 민심과 맞물리면서 현역 의원 교체 욕구가 높은 상황이 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거치며 친박계로 헤쳐 모이는 양상을 보이자 고위 관료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일부 친이계 인사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천 배제라는 최악의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대통령 측근 비리와 돈봉투 파문까지 청와대를 향하는 최근 기류가 마냥 부담스럽기만 하다. 일부 고위 인사 사이에는 아예 ‘한나라당’ 간판을 포기하는게 낫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 ▲ 4·11 총선을 앞두고 고위 공직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대변혁이 이들 정치 새내기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최근 한나라당 위기론이나 비대위 기류가 친이계에는 결코 쉽지 않은 선거를 예고하고 있다. ⓒ 청와대
    ▲ 4·11 총선을 앞두고 고위 공직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대변혁이 이들 정치 새내기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최근 한나라당 위기론이나 비대위 기류가 친이계에는 결코 쉽지 않은 선거를 예고하고 있다. ⓒ 청와대

    ◆ 사퇴 시한 만료…고위 공직자 총선출마 쇄도

    정치권 대변화와 맞물려 이번 총선은 고위 공직자들의 출마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지금까지 사표를 던진 고위직 출신 인사는 주로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일 단행된 차관급 인사도 사실상 4·11 총선 출마 희망자를 교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당시 교체된 5명 차관급 중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2차관은 서울(양천갑),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1차관은 부산, 김희국 국토해양부2차관은 경북, 오병주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위원장은 충남에 각각 출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측근인 김해진 전 특임차관은 자신이 17년째 거주하는 서울 양천갑 출마를 위해 지난 6일 사직했고, 인천 서구 강화을 출마를 준비 중인 계민석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 비서실장도 국회사무처 행정비서관에서 사퇴했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과 이재균 전 국토해양부 차관, 이강후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전직 경제부처 관료 3명도 4·11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 10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윤 전 청장은 충남 보령·서천, 이 전 차관은 부산 영도, 이 전 사장은 강원도 원주에 각각 출마할 계획이다.

  • ▲ 총선 출마를 위해 소위 MB맨들이 출마를 하면서 고위 공무원 인사도 바삐 진행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12월 대통령실장 등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 장면 ⓒ 청와대
    ▲ 총선 출마를 위해 소위 MB맨들이 출마를 하면서 고위 공무원 인사도 바삐 진행되는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12월 대통령실장 등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 장면 ⓒ 청와대

    ◆ 방황하는 MB맨…내 집은 어디?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려운 측근 중에 측근인 MB맨들은 이래저래 고민만 늘고 있다.

    박형준 전 사회특보는 부산 수영,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경북 포항북, 김형준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부산 사하갑에서 표밭을 다지고 있다. 이동관 전 언론특보가 서울 강북 출마를 고려하는 것을 비롯해 유인촌 전 문화특보와 정진석 전 정무수석 등도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대구 중·남구, 이종찬 전 민정수석도 경남 사천에 예비 후보로 등록했다. 정운천 전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전주 완산구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말까지 공직에서 모두 사퇴하고 텃밭을 일구는 상태. 하지만 당선을 떠나 공천을 받기까지 갈 길이 멀다.

    친이계 박희태 국회의장을 겨냥한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폭로는 결국 검찰의 칼날까지 청와대로 향하게 했고, 이를 중재할 것으로 기대했던 비대위도 냉랭한 모습이다. “친이계가 몰살하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상도 나온다.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공천에 대해)믿고 있는 부분이 있지만, 최근 상황이 워낙 급변하다 보니 불안감이 돌고 있다. 같은 지역구에도 친박계 인사가 있어 양 캠프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했다.

    일부는 아예 ‘무소속’으로 등록했다가 한나라당으로 다시 등록하는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예 “무소속이 낫다”는 생각을 가진 게 아니냐는 시선도 따갑다.

    무소속으로 처음 예비후보에 등록했던 정운천 전 장관은 “사무적인 착오”라며 곧바로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올렸고, 박영준 전 차관도 최근 무소속에서 한나라당으로 바꿨다. 이종찬 전 민정수석은 현재까지도 무소속으로 등록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 무소속 출마까지 불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창당 준비 중인 박세일 신당과의 접촉도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MB맨이라는 딱지가 붙은 후보들은 이번 총선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와대에 선을 긋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모습에 이 쪽(청와대)도 불만을 가지는 분위기다. 공생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