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보수를 빼자는 것은 우리끼리의 소통은 단념한 것"박근혜, 참석않고 축전만 보내…미묘한 기류
  •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의 약속, 소통'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의 약속, 소통'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재오 의원, 홍준표 전 대표 등 친이계 인사들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은 9일 오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들이 모두 ‘非박근혜 진영’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신당 창당'을 눈앞에 둔 박 이사장과 이들의 연대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친박계 인사들은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황진하·송광호 의원 뿐이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참석하지 않고 축전만 보냈다. 박 비대위원장은 축전에서 "출판기념회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우리나라가 나갈 길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담아낸 책이라 기대가 크다"면서 "약속한 일들을 잘 이뤄내길 바라며 앞으로 큰 발전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 ‘한 목소리’로 ‘박근혜 비대위’ 비판

  •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오른쪽부터)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재오 의원이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의 약속, 소통' 출판기념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오른쪽부터)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이재오 의원이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의 약속, 소통' 출판기념회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정몽준 전 대표는 인사말에서 "한나라당의 정강ㆍ정책에서 보수를 빼자는 것은 우리끼리의 소통은 단념한 채 상대 진영하고만 소통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정 전대표는 "약속은 무너지고 소통은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배신, 변절, 투항이 차지하고 있다. 보수가 지키려는 것은 자유로, 자유 속에 평등이 있으면 둘 다 살지만 자유 대신 평등이라면 둘 다 죽는다는 것을 아는 게 진정한 보수"라고 지적했다.

    박세일 이사장도 축사에서 "기득권에 안주하는 잘못된 보수, 가짜 보수를 버리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지 개혁과 변화에 앞장서는 진짜 보수의 가치까지 버리라고 명령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장은 "보수주의를 버린다는 것은 더이상 가치정치를 하지 않고 이익정치를 하는 집단이 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런 대중 추수주의와 대중 투항주의를 갖고는 대한민국을 이끌 올바른 정당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도 '지초북행(至楚北行·초나라에 이르려고 하면서 엉뚱한 방향인 북쪽으로 간다)'이라는 중국 고사를 인용, 현재 당 상황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 들어와서 저와 모두 다 달랐지만 정몽준 전 의원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지초북행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믿고 존경했다"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한나라당에서는 늘 서민정책을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밖에서 들어 오신 분이 보수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대란대치(大亂大治·크게 어지럽혀야 크게 다스릴 수 있다)라는 고사처럼 이 상태로 가면 수습이 안된다. 한나라당은 좀 더 혼란스러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정 전 대표에 대해서는 "2007년 10월 한나라당 입당 자체가 정무적 판단에 실패한 것"이라며 “오히려 무소속에 있었으면 금년도의 가장 유력한 대권후보가 됐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의 약속, 소통' 출판기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가 9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몽준의 약속, 소통' 출판기념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