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 “교육감 고유권한 침해 우려, 사회적 합의 이뤄지지 않아”야당 및 좌파단체 “서울교육청이 발목잡아, 재의요구에 법적 대응 등 검토”
  •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의를 서울시의회에 공식 요구했다. 이에 따라 두발 및 복장 자유, 휴대폰 규제 금지, 학생들의 교내 집회 자유 등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3월 신학기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학생인권조례가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교육감의 고유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재의를 요구한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19일 87명의 시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고 찬성 54명, 반대 29명, 기권 4명으로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가결했다.

    서울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서울교육청은 우선 학생인권조례가 초중등교육법이 학교에 부여하고 있는 자율성을 일률적으로 규제해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 두발 및 복장 규제나 휴대폰 사용 금지 등 개별 학교가 ‘학칙’으로 정할 내용을 인권조례가 제한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옹호관’ 설치도 도마위에 올랐다. 서울교육청은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지방교육자치법 등에 근거가 없고 조례에 위임하지도 않았다”면서 이들 기구의 설치를 의무화 하고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토록 규정한 것은 교육감의 고유권한인 인사권과 정책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집회 자유, 성(性)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 그동안 사회적 논란일 빚었던 조례안도 모두 재의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교육청은 “학생 집회의 자유는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도와 광주광역시도 논란 끝에 제외했던 사안”이라며 “특정 이념에 의해 학생들의 집회, 시위가 주도될 경우 학교를 혼란에 빠뜨릴수 있고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교사의 학생 교육권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동성애 조장 논란을 불러일으킨 성적 소수자 보호규정도 재의요구를 받았다. 조례안 제5조 제1항은 ‘임신 또는 출산, 성(性)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성(性)적 지향은 서울교육청이 주최한 공청회에서 나온 시안에서도 논란 끝에 빠졌던 규정으로, 성(性)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그릇된 성(性)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조례안 제6조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를 가진다는 규정은 모든 교육벌을 금지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의 대상에 포함됐다. 두발 자유 등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부여한 규정(제12조)과 휴대폰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한 규정(제13조)은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재의요구를 받았다.

    서울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함에 따라 조례안의 시의회 통과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의회가 조례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편 민주당 등 야당과 좌파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조례 제정을 추진해 온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 보장이 미흡한 학교 문화를 근본적으로 수술하자는 것”이라며 “조례가 채 시행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교육청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하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재의요구에 대한 법률적 검토 등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례 제정을 적극 반대한 한국교총과 보수 학부모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교총은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매우 큰 상황에서 서울시의회는 무엇이 과연 서울교육과 학생들에게 바람직한 것인지 진지한 교육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교총은 “교육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접근할 경우 강한 비판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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