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처럼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빵인 줄 알았어요"
  • 북한에서 시커먼 초코파이를 처음 먹었을 때

    김하늘 기자

    [뉴포커스=본사특약] 2011년 5월 탈북하여 남한으로 입국했다는 탈북자 이미경(17세)양을 취재했다.
    하나원 과정을 거치고 금방 사회로 나온 새내기 탈북자이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커피와 초코파이를 내놓자 이미경양은 박수까지 치며 환성을 질렀다.

    “초코파이네요!”
    그 한마디에 다른 질문보다 우선 초코파이를 알게 된 사연부터 물었다.

      “북한에서 먹어 봤지요. 평양에 있는 친척 삼촌이 간부였는데 환갑이었죠. 북한에선 환갑잔치를 집에서 하는데 그때면 친척들이 다 모여요, 아이들에겐 '날마다 잔치면 좋겠네' 할 정도로 그 날만큼은 배불리 먹을 수가 있어요. 그때 환갑상에 올려놓은 초코파이를 처음 봤어요.”

      기자가 평양 간부의 환갑상에 남한 식품을 올려놔도 되는가 물어보자 이미경양은 "옛날에는 남한 상표만 있어도 어마어마한 불법이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못 올려놓는 정도"라고 했다. 그 초코파이를 어디서 구매했는가 물어보자 삼촌 친구가 구해주었다며 마침 그 친구도 그날 집에 왔었는데 아이들이 “초코파이 삼촌”으로 부를 만큼 환갑잔치의 스타가 됐다고 했다.

    환갑 사진을 찍고 나서 상을 허물 때 당연히 최고 인기 음식은 초코파이였다고 했다. 그래서 그날의 주인공인 삼촌이 직접 친척들과 손님들에게 나누어주었다고 했다. 개수는 제한됐는데 입이 너무 많아 주었던 걸 다시 회수하기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서로 숨겼다고 고발하면서 한 쪽에선 싸움까지 벌어졌다고.

      초코파이를 처음 먹었을 때 느낌을 물어보자 이미경양은 공상세계를 걷는 표정으로 말했다.
    “봉지를 뜯을 때 초코파이 겉에 붙은 새까만 조각이 떨어졌어요. 사과처럼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빵인 줄 알았어요. 동생이 그것도 아까웠는지 집어먹고 나서 갑자기 달다고 환호를 질렀어요. 미련하다는 가족의 야단을 맞고 초코파이 분배는 내 손에서 다른 사람의 권한으로 넘어갔어요. 아이들 머리수에 맞게 나눈 다음 나도 그 한 조각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떼어먹어봤어요."

      기자도 그 맛이 과연 어땠을까.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재촉하자 이미경 양은 또박또박 말했다.
    “초코는 쓰다가 나중엔 달콤했어요. 속에 든 노란 것은 태어나 처음 먹어봤는데 그런데도 기막히게 고소했어요. 음식은 씹어야 먹은 것 같잖아요. 근데 이건 한두 번 입을 다셨더니 그냥 다 녹아버려요. 사람들도 먹고 나서 다들 말해요. 괜히 입만 버렸다고, 재수 없는 빵이라구요.”

      그날 먹고 난 초코파이 봉지들은 친척 아이들이 자기 친구들에게 자랑하겠다며 나누어 가졌다고 한다.
    어른들도 그 맛의 여운 때문인지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된다고 쫒으며 저들끼리 남한 이야기를 하더란다.
    일본보다 잘 산다고, 서울 거지도 자가용차를 탄다고, 장군님(김정일)께서 경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 것도 통일되면 그게 다 우리 것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기자는 북한에서 먹었던 초코파이 맛과 남한에서 먹어본 초코파이 맛이 똑같은가 물었다.
    이미경양은 처음엔 웃기만 하며 대답을 피했다. 그러다 비밀이라도 고백하듯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내 입도 이젠 고급이예요.”

    이미경양은 현재 노원구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서울 친구들도 새롭게 사귀며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남한문화도 배워간다고 한다. 북한에선 최고의 맛인 줄 알았던 초코파이를 지금은 제법 추억의 맛으로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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