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이도 고립무원 상태에서 자살 생각"

    자녀 학교 폭력 겪은 女교사 학부모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피해자 엄마처럼 나도 교사이면서 우리 아이를 못 챙겼어요. 참 가슴이 아프네요. 우리 아이도 고립무원 상태에서 자살을 많이 생각했다는데…."

    A(54ㆍ여)씨는 최근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대구 중학생의 자살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자신도 교사이고, 몇년 전 자신의 아이가 같은 반 친구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했기 때문이다. 당시 A씨의 아들은 초등학생이었다.

    A씨는 28일 인터뷰에서 "대구 사건에서 안타까운 점은 `왜 엄마나 선생님에게 말을 못했을까'라는 것"이라며 "우리 아이도 '내가 죽으면 엄마가 너무 고통스러울까 봐 못 죽었다'고 했다. 대구 아이 유서 내용을 보니 고통이 정말 와닿았다"고 밝혔다.

    A씨의 아들 B군은 2000년대 초반 경기도 남부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다녔다. 5학년 때 C군과 같은 반이 되면서 악몽이 시작됐다. A씨는 C군에 대해 "대구 사건 가해자처럼 지독하고 조폭 이상으로 잔인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무기 사용, 구타, 금품 갈취, 오리걸음 등 수법이 거의 비슷해요. 온라인 게임에서 언어폭력을 가한 것도 그렇고. C군은 주말에도 아들을 수영장에 끌고 갔어요. 나쁜 곳이 아니라서 보내줬는데 알고 보니 물고문을 당했다더라고요. 심지어 집에 있는 강아지도 C군의 폭행을 못 견뎌 집을 나가버렸죠."

    교사였던 A씨조차 아들이 1년 반 동안 매일 이런 일을 당한 사실을 졸업식 당일 아들의 입을 통해서야 처음 알았다.

    "학교가 아파트 단지 안에 있었어요. 집에서 1분 거리였고. 그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난다는 상상을 못한 거죠. 아이가 아무 일 없는 듯 거짓말도 많이 했지만 죽음, 전학 등을 언급하며 징후도 보였는데 왜 몰랐을까…."

    당시 B군이 다니던 학교도 이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C군이 교사 앞에서는 아들과 친한 척 교묘하게 행동하기도 했죠. 하지만 같은 반 아이들은 다 알았대요. 선생님만 몰랐죠.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매일 교실에 같이 있는데 이런 일을 몰랐다는 사실이 황당했어요."

    경찰 조사가 이뤄졌지만 C군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가해자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걸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대법원까지 가는 4년간의 송사 끝에 소송 비용만 겨우 건졌을 뿐이었다.

    B군은 당시 폭력의 후유증으로 성장판이 닫히는 바람에 호르몬 주사를 지속적으로 맞아야 했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 그러나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당시의 트라우마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학점도 잘 받았어요. 지금은 외국에 연수를 가 있고.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인간관계도 잘 못 맺고 피해의식과 공포가 여전히 남아 있대요. 휴학하고 정신과 치료를 더 받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A씨 자신도 당시 충격으로 한 달 사이 체중이 10㎏이나 빠졌고, 지금도 불현듯 그때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를 친다고 털어놨다.

    A씨는 "아이가 자신이 겪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며 사회복지학과에 다니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여리고 내성적인데 `살아야겠다'는 강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자살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일은 가해 학생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도 왕따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가해 학생을 견제하지 않는 또래 문화가 강한 것이 문제"라며 "입시 위주 경쟁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 상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ul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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