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중노위 화해 권고' 받아들이지 않아""복직하면 '배임죄 '성립? 사측 판단에 경악""행정소송 통해 부당해고 사실 널리 알릴 것"
  • KBS 보도의 '편파성'을 문제 삼으며 '사내 투쟁'을 벌이다 해고된 이영풍 전 KBS 기자가 "KBS를 상대로 해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이 전 기자는 "저에 대한 해임 취소를 위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화해 권고 부여 기간을 박민 KBS 사장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앞서 중노위가 양측에 화해를 권고하며 4월 19일까지 합의할 것을 제안했음에도 사측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해임이 확정된 사실을 거론했다.

    ◆"이러려고 'KBS 정상화' 투쟁했나" 개탄


    이 전 기자는 "이 과정에서 (사측이) 저를 복직시키면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처럼 주장, (중노위의) 화해 권고를 외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특히 화해 수용 협의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저의 과거 채권(해임 때부터 발생한 임금)과 미래 채권(복직 후 발생할 임금)을 포기하고 복직하자마자 사직서를 쓸 것을 명시하는 서약서를 공증해 달라는 사측 실무 총책임자의 제안에 경악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박민 사장 체제'에 대해 큰 실망감을 갖게 됐다고 토로한 이 전 기자는 "이러려고 작년 그 땡볕에서 'KBS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했고, 제 직을 걸고 투쟁하다가 해임됐다는 말이냐"며 "뒤통수도 이런 뒤통수가 없는 것 같다. 제가 너무나도 바보였고 등신이었다는 자괴감이 든다"고 탄식했다.

    이 전 기자는 "저는 행정소송을 통해 저의 부당해고 사실을 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저의 부당해임을 방관·외면한 자들에 대해서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이 전 기자의 주장에 대해 "이영풍 기자 측이 4월 22일 KBS노조 집행부를 통해 복직 후 즉각 퇴직하겠다고 먼저 KBS 측에 제안해 왔다"며 "이를 마치 사측 실무 총책임자가 복직 후 사직서를 쓸 것을 먼저 요구한 것처럼 진술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25일 반박했다.

    이어 "외부 로펌 3곳 및 사내 법무실 등 총 4곳에 법률 자문을 했다"며 "그 결과 이영풍 기자의 해고와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회사가 1차 승소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의 화해에 응할 경우 KBS에 손실을 끼쳐 배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고 덧붙였다.

    ◆종군 특파원 출신 … 근조(謹弔) 시위로 주목

    아프가니스탄 종군 특파원으로 KBS 기자 생활을 시작한 이 전 기자는 신사업기획부장을 거쳐 라디오뉴스제작부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 7월 13일 해고됐다.

    KBS 중앙인사위원회가 밝힌 이 전 기자의 해고 사유는 △업무 지시 불이행 △사내 질서 문란 △업무 복귀 명령 불이행 △외부인 불법 행위 유발 등으로 취업규칙 제4조(성실)와 제5조(품위유지)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전 기자는 지난해 5월 한 유튜브 방송에서 KBS의 '편파성' 문제를 지적했다는 이유로 통합뉴스룸 국장 사무실로 불려가 '경고'를 받자, 통합뉴스룸 사무실에서 국장과 KBS 수뇌부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그날부로 KBS 사옥 앞에서 '경영진 총사퇴'를 촉구하는 장기농성을 벌였다.

    당시 이 전 기자는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근조(謹弔) 화환 운동'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시위로 공영방송의 편파성 문제에 대한 주의를 환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공영노조(3노조) 부위원장과 KBS노동조합(1노조) 정책공정방송실장을 지내며 오랫동안 양승동·김의철 경영진과 각을 세워 온 이 전 기자는 지난해 제26대 KBS 사장 후보에 지원해 '3배수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으나 이사회 투표 결과, 과반 득표에 실패해 고배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