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에 이어 박지원까지 통합 앞두고 ‘뒤숭숭’당 지도부 ‘침묵’, 朴 “끝난 사건, 흠집내기”
  • ▲ DJ 비자금 루머의 핵심 인물 김영완 씨의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민주당은 불안한 기색이다. 야권통합을 앞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아직 침묵하고 있는 반면,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발끈하고 있다. ⓒ 연합뉴스
    ▲ DJ 비자금 루머의 핵심 인물 김영완 씨의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민주당은 불안한 기색이다. 야권통합을 앞두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아직 침묵하고 있는 반면,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발끈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대중(DJ) 정권 당시 ‘현대 비자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58)씨의 검찰 수사를 놓고 민주당이 불안한 기색이다.

    야권 통합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명숙 전 총리가 재판 중인데다, 또다른 당권 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긴장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어떤 논평이나 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물밑으로 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한 검찰 출신 의원은 최근 검찰 고위층을 만나 박 전 원내대표 및 한 전 총리와 관련한 상황 파악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기 당권 주자 2명이 모두 검찰의 수사 결과에 운명이 맡겨진 상황”이라고 했다.

    10년 가까이 미국에 도피하고 있던 김 씨는 2003년 현대그룹의 비자금을 DJ정권의 대북송금 및 정치자금으로 건네는 과정에 전달책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은 현대비자금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징역 5년)을 받았다. 또 박 전 원내대표는 양도성예금증서(CD) 15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수사 중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이 자살함으로써 대부분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덮여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김 씨에 대한 검찰 수사 재개로 현대비자금 관련 의혹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박 전 장관에게 현대 비자금 150억원이 실제로 건네졌는지와 함께 고(故) 정 전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시인했던 스위스 계좌 3,000만 달러 비자금의 행방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당시 150억원 중 120억원을 압수했으나 사건 관련자들이 “서로 내 돈이 아니다”고 주장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은행 보관금 계좌에 보관 중이다.

  • ▲ 美교민언론 '선데이저널USA'가 만든 '현대그룹 대북송금 비자금' 사건의 흐름도
    ▲ 美교민언론 '선데이저널USA'가 만든 '현대그룹 대북송금 비자금' 사건의 흐름도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는 쪽은 박 전 원내대표다. 이미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같은 혐의로 형사 처벌이 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대기업과 돈거래가 있었다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박 전 원내대표의 정치 행보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박 전 원내대표는 김 씨 조사 사실이 알려진 지난 2일 “이런 민감한 시점에 김씨를 소환·조사하는 것은 야당의 유력 당권 주자에 대한 흠집 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사건은 당시에도 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미 끝난 사건”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권 고문은 “이 시기에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기왕 김씨가 온 이상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침묵이다. 번번이 손 대표의 야권통합론에 제동을 건 박 전 원내대표와 권 고문이 연관된 사건에 당 지도부가 얼마나 나서줄지는 ‘미지수’다. 당 일부에선 지도부가 김 씨의 귀국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알리지 않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당 지도부가 김 씨의 입국을 알고 있었다는 소문을 전혀 사실과 다르다. 다만 이번 김 씨의 검찰 조사가 정권 말기 야권에 대한 견제용이 아닌지 의혹이 일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