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천여명 참석…검정색 근조 리본 달고 ‘기선제압’警 “형사소송법 위배”…檢 “수사 지휘권은 검찰에”
  • 검찰과 경찰이 국회에서 맞붙었다. 국무총리실이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예고안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보인 이들은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 대통령령 총리 안의 문제점’ 토론회에 나란히 자리했다.

    기선제압은 경찰이 했다. 일선 경찰 약 1천여명이 총리실 조정안에 대한 항의 표시로 참석해 회의장 복도까지 가득 메웠다. 일부 경찰들은 경찰 내부망 등을 통해 각 지방청에 협조를 요청, 휴일이나 비번인 경찰들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한 쪽 가슴엔 ‘근조 검경 수사권’이라는 검은색 리본을 달았고 반대 쪽에는 ‘형사와 검사의 TV 맞장토론을 촉구합니다’는 스티커를 붙였다.

  • ▲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총리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수사경찰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총리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수사경찰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토론회를 주최한 이인기 국회 행안위원장은 축사에서 “6개월이라는 시간을 줬는데 총리실이 대면 토론을 한 번 한 후 일방적으로 강제안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런 갈등을 일으킨 국무조정실장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곳곳에서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 위원장은 경찰 출신으로 경찰의 수사 주체성 확립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노섭 한림대 법행정학부 교수는 “총리실이 최근 입법예고한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이 법 체계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재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3항은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내용만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을 뿐인데 대통령령이 수사에 관한 사항까지 확장한다면 위임의 한계를 훨씬 넘어서게 돼 헌법이 보장하는 법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률로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내사를 포함하는 수사의 개념, 입건 지휘, 수사 사무의 위임, 송치명령 등에 관한 대통령령은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난다”고 말했다.

    경찰 측 대표로 나선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 단장은 “총리실의 조정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점이 있었던 데다 내사에 대한 검사의 광범위한 개입, 수사 중단 송치명령, 선거·공안 사건 등에 대한 입건 지휘는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규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이 단장은 “경찰 수사에 대한 검사의 일방적 수사 지휘 구조로 돼 있는 현행 형소법 체계에 문제가 있는 만큼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 논의를 통해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검찰 측 대표로 나선 이두식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내사를 포함한 모든 수사활동에 대한 지휘권은 형사소송법상 검찰에 있다는 기본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 단장은 “지난 6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에는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고 명시돼 있는데, 하위법령인 시행령에서 수사 지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했다.

    이 단장은 “일선 경찰들은 검사나 검찰 직원을 수사하는 데 법적인 제한이 없다. 사법경찰관이 검찰을 수사할 경우에도 적법절차에 따라 인권침해가 없도록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 “검사가 범죄자인 경우 일반인에 비해 비난 가능성이 높지만 검사 인권이 침해돼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