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파 ‘합의 처리’ vs 강경파 ‘결사 반대’...이종걸 “김진표, 원내대표 사퇴하라”
  • “당내 강경파의 주장은 (한-미 FTA) 내용도 잘 모르고 무조건 반대하는 게 선(善)이라고 생각하는 강경한 당 지지자들에게 ‘쇼’ 한번 보여주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동아일보 인터뷰 中)

    민주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김진표 원내대표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는 당내 강경파 의원들을 강하게 비판한 이후 반발 목소리가 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종걸 의원은 김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원내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 김진표 “중도파는 협의에 따른 정상 처리를 원한다”

    김진표 원내대표(사진)는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작심한 듯 당내 ‘한-미 FTA 처리 불가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등을 겨냥한 것이다.

  • 김 원내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주장대로 하면 민주당은) 국민 경제나 국익을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경파들이 몸을 던져 막으라지만 못 막으면 어떻게 할 건가. 과거에 (몸으로 막은 게) 한 번이라도 성공한 적 있나. (몸으로 막다가)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농축수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협상파들은 강경파들의 그런 주장에 반대하는 것이고 협상파의 중심에 원내대표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문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재협의를 위한 확약을 받으면 비준동의안의 정상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ISD 폐기를 전제로 재협의를 약속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ISD를 폐기하라는 건 FTA를 파기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미국이 협의에 응하게 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을 시사했다.

    김 원내대표는 “미국과 ISD 협의 채널을 열어놔야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ISD 폐기를 실현시킬 확률이 높아지고 여당으로서도 ISD로 인한 반미 감정이 일 수 있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강봉균, 김성곤 의원 등 중도파 의원들은 8일 ‘FTA가 발효되는 즉시 ISD에 대해 협상을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물리적으로 저지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내놨다.

    하지만 손 대표는 “이익의 균형이 깨진 현재의 FTA 안은 안 된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강경파의 ‘저지 분위기’를 향해 김 원내대표가 협상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고 일갈한 것이다.

    ■ 강경파 “한-미 FTA 적극 반대···김진표는 한나라당 2중대”

  • ▲ 민주당 이종걸 의원 ⓒ연합뉴스
    ▲ 민주당 이종걸 의원 ⓒ연합뉴스

    <동아일보>의 보도 이후 한-미 FTA를 반대하는 강경파 의원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종걸 의원은 성명을 내고 “김진표 원내대표의 한-미 FTA 반대 투쟁에 대한 인식에 절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은 한-미 FTA 반대 투쟁에 온몸을 던져가며 앞장 선 개혁진보진영과 한-미 FTA로 피해를 입게 될 모든 이들의 면전에 인분을 투척한 것과 같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쇼를 하고 있다면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2중대, 한나라당의 트로이 목마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번 발언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건의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한-미 FTA 비준 반대에 원칙과 중심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국민 앞에 천명해야 한다”고 했다.

    유선호 의원은 김진표 원내대표가 당을 분열로 이끌고 있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이유야 어찌 됐든 이런 기사가 보수 일간지에 비중있게 보도되도록 한 원내대표의 처신은 매우 부적절했다. 강경파니 온건파니하는 분류야말로 당을 분열로 이끄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지도부는 당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사람이지, 당의 입장을 변경시키는 자리가 아니다. 최대한 실리라도 챙겨야 한다는 패배주의에 빠지지 말자”고 덧붙였다.

    반면 김 원내대표의 발언 취지에 공감을 표하는 의원도 있었다.

    정장선 사무총장은 “물리적 충돌로 갈 경우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길게 갈 것이다. 여야와 정부는 마지막까지 노력해야 한다”면서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사무총장은 “안철수 신드롬이 나온 이유를 되새기면서 타협을 이뤄내도록 다시 한번 노력해야 한다. 타협을 내지 못하는 국회는 더이상 국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