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외교 장관에게 반말. 반말. 반말…崔, 장관에게 '님'자 붙이지 말라?
  • 19일 여의도 한복판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고갔다. 그것도 1년의 행정을 마무리하는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서로 다른 견해차를 두고 싸우는 토론이 아니다. 단지 금배지를 단 사람들이 국감에 응해 나온  국무위원과 참고인들에게 내뱉은 ‘반말’이 원인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눈살은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듯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 머리 하얀 후배에게 ‘반말’, 대기업 총수는 원래 그래!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이 첫 번째 주인공이었다. 6선을 지내며 여의도 국회에서 20년 이상 터주대감으로 있는 정 의원은 이날 유달리 ‘예민’한 모습을 보이며 막말을 쏟아냈다.

    그는 외교통상부 국정감사에서 내년 3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인 ‘핵(核)안보 정상회의’ 시점과 관련, 김성환 장관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왜 국회의원 법정선거 운동 기간에 끼워넣은 거야?”
    “그게 상식에 맞는 얘기야?”
    “그게 무슨 궤변이야?”
    “초등학생이라도 이건 상식에도 안 맞는 것 아니겠어?”
    “법정선거기간 중에 회의 한다는 게 말이 돼?”
    “효율성 위해 끼워넣었다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는거야?”
    “미국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
    "에이~장관같은 사람이 장관하니까..."

    하나같이 반말이었다. 추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어려운 일방적인 막말이었다. 마치 큰 죄라도 지은 범죄자를 대한 듯 했다. 그것도 국무위원에게 말이다.

    정 의원의 이런 추궁은 그가 “50여 개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하면 G20보다 두 배 이상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데 왜 (그 시점을) 총선 법정 선거기간 안에 잡았느냐”고 김 장관에게 따지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내년 4월 총선 운동 기간 중에 대규모 국제 행사가 실시될 경우 교통 통제가 이어지고, 이는 곧 집권여당의 표를 깎아먹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나온 행동이다.

    내년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정 의원 입장에서는 불편한 사실인 것만은 분명했다. 게다가 김 장관은 정 의원의 서울대 경제학과 2년 후배다. 편하다 보니 공석이 사석인지 착각하는 등 이성을 잃었나 보다.

    하지만 '선배' 정 의원의 '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장관에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어깃장도 부렸다.

    정 의원은 “남의 나라 사정을 고려해서 우리의 중요한 선거기간에 국제행사를 치르는 것은 국가의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경멸을 사는 행위”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다시 회의 일정을 잡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06년 국감에서도 소속 상임위(당시 통일외교통상위)의 수석전문위원에게 “야, 내가 지금 너한테 물어봤냐?”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당신이 대답을 해?”라고 반말투로 몰아붙이고, “자식이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라는 혼잣말을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같은 정 의원의 ’반말 질의’는 보좌관이 질의 도중 쪽지를 건네오자 약간 누그러졌다.

  •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반말로 몰아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정 의원은 2006년 국감에서도 반말로 입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 연합뉴스
    ▲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반말로 몰아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정 의원은 2006년 국감에서도 반말로 입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 연합뉴스

    ◇ 장관에게 ‘님’자 붙이는게 그렇게 고까워?

    이날 국회에서는 외교통상부 국감에서와 비슷한 일이 근처 회의실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여기서는 민주당 최종원 의원이 한 건(?)했다.

    오후 3시 열린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장소에서 최 의원이 갑자기 소리를 ‘빽’ 질렀다. 손가락질로 연예계 후배인 가수 유열을 가리키며 “누가 박수를 쳤어?”라고 했다. 유열씨는 음원 불법유통 문제와 관련, 가수 대표로 국감장에 출석했다.

    상식적으로 최 의원이 그 많은 사람 속에서 호통칠 일은 결코 아니었다. 당시 배석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호칭 문제’였다. 한나라당 전재희 문방위원장이 국감장에 나온 장·차관들에게 존댓말을 쓴 것을 두고,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상호존중과는 별개로 국민을 대신해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자리에서 장·차관에게 ‘님’자를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항의했다. 이에 전 위원장은 “전병헌 의원과 내 견해는 다르다”면서 “상호존중하자는 의미에서 ‘님’자를 붙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호칭문제에 분위기가 험악한 가운데 참고인석에 있던 유열씨가 손뼉을 쳤다. 전 위원장의 말에 공감한다는 표시였다.

    적막한 국감장에서 박수소리가 울리자 전병헌 의원과 최종원 의원은 화가 났다. 특히 최 의원은 “누가 지금 박수 쳤어!”라고 소리지르며 ‘색출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머쓱해진 유열씨는 일어나 “죄송하다. 국감에 참석하는 게 처음이고, 국회의 관례를 몰라 무심결에 그런 거니 양해해달라”면서 사과했다. 하지만 적막해진 회의실 분위기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고 별다른 의논도 하지 못한채 결국 정회했다.

  • ▲ 19일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종원 의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장관에게 '님'자를 붙이는 것을 두고 전재희 위원장과 말다툼을 벌이는 도중 참관자로 있던 가수 유열이 박수를 친 것이 화근이었다. ⓒ 연합뉴스
    ▲ 19일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최종원 의원이 손가락질을 하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장관에게 '님'자를 붙이는 것을 두고 전재희 위원장과 말다툼을 벌이는 도중 참관자로 있던 가수 유열이 박수를 친 것이 화근이었다. ⓒ 연합뉴스

    ◇ 금뱃지 달면 눈에 보이는게 없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좀 더 고상한 단어를 쓰고 싶지만, 이날 국회에서 보여준 정 의원과 최 의원의 행동은 말 그대로 ‘막장’이었다.

    국감장에서는 국회의원이 ‘왕’이라고 배운 듯했다. 상대를 막론하고 윽박지르는 게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예의’라는 것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 의원과 최 의원에게는 요즘 초등학교 수업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선생님도 10살 초등학생들에게 존댓말로 수업을 진행한다. “왜 존댓말을 쓰시느냐”고 묻자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면 상대방도 나를 존중한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했다.

    스스로도 수백, 아니 수천번도 더 들었던 말이지만, 재벌 2세와 연예계 생활만 한 정 의원과 최 의원은 이 말은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나보다.

    "야~ 정몽준! 최종원! 너 왜 반말해!"라고 유권자들이 두 분 의원님들에게 항의하면 듣는 기분이 과연 어떠할지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내년 총선에 정·최 두 의원이 다시 출마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이들이 선거 운동에서도 과연 막말과 반말로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할지는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