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는 성공한 기업인인가? 
     
     왜 대기업만 비판하나?
    변희재(미디어워치 발행인)    
     
    기업실적 미비, 포털 놔두고 대기업만 비판  
     
    미디어워치 제111호에 실린 정해윤 객원논설위원 칼럼 ‘안철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화제로 떠올랐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신드롬에 근본적 문제를 던지며 이를 한국사회의 모순으로 해석한 칼럼은, 젊은 중도성향 논객들의 사이트 스켑티컬레프트에서 안철수 및 한국사회에 대한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정 논설위원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안철수야말로 이 시대에 퇴화한 기업가정신의 상징적 존재다. 우리가 기업가로서 안철수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도대체 그가 만든 기업이 고용위기의 시대에 얼마만큼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는가? 주식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을 부자로 만들어 줬는가? 인터넷 보안업계에서 얼마나 기술적 혁신을 이룩했는가 등이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안철수는 저런 순위에 낀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정해윤 논설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구직회사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시고 싶은CEO를 조사한 결과 42.1%의 지지로 안철수 원장이 압도적 1위를 차지한데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한국에는 유일한이라는 성자와 같은 기업가가 존재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도 안철수보다 훌륭한 인물이 앞선 시대에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안철수가 끊임없이 소비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혹시 과거에는 온통 낡고 부조리한 인물들만 있었고 현대인들은 모두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는 착각에 빠진 것은 아닌가? 혹은 진득하게 한 분야에 천착하기보다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자유인의 삶을 더 높게 쳐주는 풍조 때문은 아닌가?”

    안철수연구소 해외사업 부문 별다른 성과 없어

    스켑티컬레프트의 운영자인 아이디 mahlerian은 “빌 게이츠에 비견되고 스티브 잡스도 제친 분이라면 문외한이라도 당장 떠올릴만한 것 ‘업적’ 하나쯤은 있어야 정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급’을 봤을때는 일본의 손정의와 비교해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은데, 혹시 그가 만든 V3가 세계를 재패한 보안프로그램이라도 되나요.”라고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주간경향의 ‘이종탁이 만난 사람’에서 안철수 원장에 대해 “그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동기생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의대 교수가 됐고, 의사 일을 하면서도 세계 최초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고 설명한 부분에 대해서도 “당연 저건 명백한 허위사실입니다. 무슨 최초 정도가 아니라 영문 위키피디어의 ‘Antivirus Software’ 항목을 뒤져보면 안철수의 ‘안’자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보안 분야로 세계적으로 알아줄만한 ‘업적’이 있는 인사가 아니라는 것이죠.”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안철수 원장이 창업한 안철수연구소의 기업 실적은 어떨까? 디지털타임즈는 8월11일자 기사에서 최소한 해외사업 부분에서만큼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철수연구소의 해외진출은 벌써 10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별다른 성장 없이 답보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글로벌 보안기업으로 도약하겠다던 외침이 무색하다. 국제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 2002년 일본을 비롯해 중국 등 2개 국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최근 분기 보고서 및 공시 내용 등에 따르면 올 1분기 안철수연구소 해외 매출은 6억 원으로 전체 1분기 매출액(204억 원)의 3.1%에 불과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해외 수출에서 승전보를 올리고 있는 상황과도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올 초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소프트웨어 생산 및 수출 규모는 패키지소프트웨어 기준으로 지난 2008년 1억3400만 달러에서 올해 2억16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꾸준히 상승추세에 있다.

    반면 안철수연구소의 해외 매출액은 지난 2008년 55억 원에서 2009년 85억 원으로 잠시 올랐지만 지난해 32억 원으로 줄었으며, 매출액 대비 비중도 4.6%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한해 해외 매출 비율이 1분기에 달성한 3%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첫 해외 지사를 내고 사업을 본격화한 2002년 3.4%대와 비슷한 수치로 회귀하는 셈이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번 글로벌 기업, 통합보안 기업을 표방한다고 얘기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곳에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소보안업계를 조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 생태계 복원, 포털 놔두고 대기업 때리기로 일관

    이렇게 국내에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음에도 안철수연구소는 올 상반기 매출 433억 원을 달성하면서 국내 보안 업체 업계 1위 자리조차 겨우 유지했다. 시큐아이닷컴(360억 원)과 인포섹(350억 원)이 바짝 뒤를 쫓 고 있다. 시장추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국내 업계 1위 자리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안철수 원장이 중소벤처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면서도, 실제로는 핵심 사안을 피해가며 여론에 편승해 대기업만 비판하면서 인기를 모아가고 있는 행태다. 안철수 원장은 3월10일자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소벤처기업의 생태계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벤처 기업가 출신으로 현재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데, 안 교수가 보기에 국내 IT 관련 창업 여건은 어떤가.

    -10년 전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는 네이버나 다음, 싸이월드와 같은 될성부른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그런 회사들을 찾아볼 수 없다. 당시에 20명이 해야 할 일을 지금은 1명이 해 낼 수 있을 만큼 소프트웨어가 좋아지면서 창업 비용도 낮아졌지만 사회적인 여건은 오히려 척박해졌다. 창업을 돕는 정부 및 민간의 지원 인프라가 취약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고사시키는 불공정 거래 관행도 여전하다.

    →최근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등 상생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기업 전문가로서 대안이 있다면.

    -대기업의 명백한 불법적 횡포부터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의 전속고발권(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게 한 제도) 조항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중소기업이 피해를 하소연해도 공정위에서 채택하는 비율이 1%도 되지 않아 오히려 대기업을 감싸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도 도입돼야 한다. 상대방에게 해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해 중소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을 묵과해선 안 된다.”

    안철수연구소는 2007년 네이버가 실시간 보안웹 무료 서비스를 시작하자 크게 반발한 바 있다.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박근우 홍보팀장은 “네이버가 PC그린의 실시간 감시, 자동업데이트 등 주요 보안웹 기능을 무료화 할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 경쟁을 들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임차형 보안웹서비스인 ‘빛자루’를 선보인 안철수연구소는 네이버의 PC그린이 무료화 할 경우 보안소프트웨어시장의 투자 요인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서비스 품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며 반발했다.

    안철수연구소는 “SW업체와 제휴할 때 네이버가 다른 포털에 비해 독점적 계약을 고집하는 등 부당한 계약을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며 “보안웹 뿐 아니라 보안 패키지 시장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있다”고 네이버의 무분별한 시장 잠식을 비판했다.

    안철수연구소, 사실상 네이버에 백기투항

    그러다 안철수연구소는 2008년 1월 네이버 측에 백신엔진을 제공하는 것으로 MOU를 체결했다. 네이버의 시장장악력에 안철수연구소 측에서 백기를 든 것. 그러나 3개월 가량 지난 2008년 4월 “국내에서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무료 백신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익적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국내 보안 수준을 높여 사용자를 보호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면서 네이버 측과의 MOU를 파기했다. 그러나 결국 2년이 지난 2010년 12월23일 안철수연구소는 ‘네이버 백신’에 안철수연구소의 V3 엔진을 탑재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측과의 3년 여 간 분쟁 끝에 안철수연구소가 독자사업을 접은 셈이다.

    비단 안철수연구소뿐이 아니다. 검색권력과 언론권력을 동시에 쥐고 있는 네이버 등 거대 포털사이트로 인해 피해 받는 중소인터넷벤처기업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피해를 받기도 했던 안철수 원장은 벤처 생태계를 말할 때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는 제외하고 일방적인 대기업 때리기로 일관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와 대기업과의 관계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되지는 않으나, 최소한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서는 안철수연구소의 제품을 사주고는 있다.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내용만으로 검토해보자면, 안철수연구소는 국내 대기업이 아닌 국내 포털사이트와 시장을 놓고 분쟁을 겪은 뒤 패배했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국내 중소인터넷벤처기업의 원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안철수 원장이 포털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안철수 원장은 “네이버나 다음, 싸이월드와 같은 될성부른 기업들이 생겨났지만 지금은 그런 회사들을 찾아볼 수 없다”고 인터넷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안철수 원장은 바로 네이버, 다음 등 거대 포털사이트들이 인터넷경제는 물론 언론권력까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성장 기업이 창업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모르고 있을까? 분명한 것은 안철수 원장이 대기업이 아니라 포털사이트 비판에 나섰더라면, 포털사이트의 언론권력을 이용해 차기정권을 집권하려는 좌파언론으로부터 각광받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안철수 원장이 청년층의 지지를 받는 이유는 자신의 회사 지분을 직원들에 나눠주고, 백신 시장에서 벤처기업을 일궈내며, 기업인이면서도 시장개혁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 등에 있다. 그러나 다수 벤처기업은 스톱옵션제로 직원들과 지분을 공유한다. 또한 백신시장에서 안철수연구소의 가치는 여러 가지 매출현황 상 그리 크지 않다. 안철수 원장의 기업적, 사회적 업적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가 얘기하는 시장개혁은 이상하리만큼 포털사이트 문제는 제외하고 인터넷경제에 큰 연관이 없는 대기업 때리기로만 집중돼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한 일반인과 전문가들 시각 차 뚜렷

    매일경제는 2009년 12월21일 온라인 조사전문 기관 마크로밀코리아에 의뢰해 일반인이 생각하는 ‘2009 IT 파워피플’을 선정했다. 전국 20~50대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안철수 원장은 2000명의 응답자 중 거의 절반인 988명으로부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택됐다.

    그러나 안철수연구소의 매출로 보나 그의 정책 지향적으로 보나, 실질적인 IT벤처시장에서의 안철수 원장의 영향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크로드CEO포럼 소속 IT기업가는 “시장에서의 영향력이란 매출액 규모, 매출액 규모가 안 되면 시장 판도를 흔들만한 획기적인 아이템 등이 있어야 하는데, 안철수 원장 측은 둘 다 아니지 않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업계 전문가들의 판단과 일반 대중의 판단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안철수 원장은 최근 정치적 행보를 가속화한다며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한나라당 영입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점차 안철수 원장에 대한 검증론도 힘을 받고 있다. 안철수 원장의 행보가 그의 실체를 점점 더 드러나게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