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5년의 기록 담아내“시대적 소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전면에 나설까
  • “이제 누군가는 노 대통령을 극복해야 하고 참여정부를 넘어서야 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5년의 기록 및 비화 등을 담은 책 ‘운명’을 내놨다.

  •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과 30년 동행한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진 이 책에서 문 이사장은 안희정 충남지사와 영화배우 문성근씨의 대북 접촉 등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도 공개했다.

    특히 문 이사장은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당신(노 전 대통령)은 이제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시대적 소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책의 주요 내용

    대통령 서거 순간
    2009년 5월 23일 새벽, 사고 소식을 접하고 양산 부산대병원에 도착했을 때 노 전 대통령은 인공심장박동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의료진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의학적으로는 사망한 상태였다. 대통령님 상태로 보면 사고현장에서 바로 돌아가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서
    컴퓨터 화면에 띄워놓고 다듬을 수 있는 글이 아니므로 대통령은 아무도 몰래 머릿속에서 유서를 다듬었을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는 첫 문장은, 나머지 글을 모두 컴퓨터에 입력한 후 추가로 집어넣었다.

    박연차 게이트 검찰수사
    대통령의 절제력은 조사가 끝난 후 박 회장을 만났을 때 더욱 놀라웠다. 대통령은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고, 그 상황에서도 그를 위로했다.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박연차 회장에 대해 원망이나 서운한 말씀을 한 번도 안 하셨다. 박 회장이 버티다가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궁지에 빠진 것으로 이해를 했다. 박 회장이 언젠가 자유로워지면 모든 진실을 털어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안희정ㆍ문성근 대북접촉
    안 지사는 2006년 가을 북측의 제안을 받고 한번 의논해 볼만한 사안인지 확인해보러 갔으나 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아, 국정원에 알려주고는 그걸로 끝냈다. 문씨는 2003년 가을 대통령의 친서를 갖고 북한을 다녀왔으나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임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이해시키는 수준이었다.

    정동영 전 의장과 회동
    열린우리당이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을 때 대통령과 정동영 전 의장이 회동을 했다. 탈당 여부를 묻는 대통령의 질문에 그는 "당적 문제는 본질이 아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열린우리당이 깨질 위기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에게 탈당하겠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도대체 왜 만나자고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분의 만남은 뒤끝까지 좋지 않게 끝났다.

    기자실 통ㆍ폐합
    취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문제는 시기였다. 여러모로 무리란 생각이 들었다. 대통령에게 3번이나 재고를 요청했다. 대통령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 나중에 어려워지는 것을 보고 그때 더 설득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대검 중수부
    중수부 폐지는 검찰의 탈정치, 정치 중립을 위해 상당히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치 중립 요구 때문에 손을 대지 못했다. 중수부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전에 대선자금 수사가 있었다. 그 수사를 중수부가 했다. 이 수사로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대단히 높은 신뢰를 받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중수부 폐지를 추진하면 마치 대선 자금 수사에 대한 보복 같은 인상을 줄 소지가 컸다. 그 바람에 중수부 폐지론이 희석됐다. 그 시기를 놓치니 다음 계기를 잡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