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쿠크' 이슬람 율법 때문에 생긴 ‘편법 대출’부동산 등 자산 취득해 운용수익 배당하는 형태기독교계 반대, 금융권·정부의 호들갑에 국민들은 불안
  • ‘수쿠크 법’을 놓고 개신교계와 정부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용기 목사가 ‘이명박 퇴진 운동’ 운운하면서 갈등의 원인인 ‘수쿠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수쿠크’의 이모저모

    ‘수쿠크(Sukuk)’란 이슬람 국가나 단체가 재정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편법적 채권이다. 이슬람 율법은 이자(Riba)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자가 없을 경우 금융업 자체가 발전하기 어렵다.

    이런 율법을 ‘살짝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쿠크’는 ‘무슬림 형제단’ 창시자가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수쿠크’는 이슬람 국가나 단체들이 율법으로 허용하는, ‘배당, 임대수익’이라는 형태로 이자를 지급한다. 다만 일반적인 금융과는 다른 점은 채권을 관리하는 기관에 ‘샤리아 위원회’를 설치, 이슬람 율법에 따라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수쿠크’의 도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2008년 이후 계속된 고유가로 현재 세계에서 유통되는 오일머니의 규모가 1조 달러다. 이런 자금이 기존 금융상품보다 저렴한 금리를 내세워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빨리 이 자금을 융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쿠크’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또한 ‘샤리아 위원회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박, 성인, 음주사업, 투기성 금융사업, 돼지고기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고 부동산 취득 등 장기 투자 위주로 운용되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다시 와도 급격한 자본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이를 반대하는 쪽은 ‘두바이 몰락 이후 1,000억 달러가 넘는 수쿠크의 부실화 우려가 커졌고, 때문에 2009년부터는 국제금융계가 수쿠크를 꺼리고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쪽과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이자율이 높고, 이슬람 율법에 따라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게 되는데 이것이 근본주의 단체나 테러집단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는 주장을 펴는 쪽이 있다.

    한편 기독교 단체들은 ‘수쿠크가 이슬람 포교의 수단이 될 것’ ‘샤리아 위원회가 설치되면 수쿠크를 사용하는 이들 또한 샤리아에 따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펼쳐 금융계와 일반 사람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수쿠크 법안’에 대한 사실과 오해

    이런 논란은 조용기 목사의 ‘이명박 대통령 하야, 법안 통과시 정권퇴진 운동’ 발언 때문에 ‘기독교 vs. 반기독교’ ‘샤리아 위원회’ 논란으로 번지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수쿠크 채권 수익에 대한 면세혜택’은 핵심에서 벗어나버렸다.

    국회에서 부결된 ‘수쿠크법안’의 핵심 내용은 ‘국내기업이 이자수수를 금지하는 종교상의 제약을 지키면서 해외특수목적법인을 통해 외화표시증권을 발행하는 경우 국내 법인이 해외특수목적법인에게 지급하는 임대료를 이자로 보고 소득세와 취득세 등을 면제한다’는 것(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21조 2항)이다.

    개신교계는 이 내용이 ‘이슬람교를 타 종교보다 더 우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부와 금융계는 '다른 나라처럼 외화표시채권의 이자에 대해 면세혜택을 주고 있는 현행법과 실질적인 채권인 수쿠크에 동등한 지위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한 나라로는 영국과 아일랜드 밖에 없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EU 출범 이후 특례를 폐지한 것으로 전해졌고, 일본은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수 년 째 검토 중이다. 다른 서방 국가들도 국가차원에서 특례를 주기 보다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대형 금융사 등이 알아서 수쿠크를 발행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도 최근 이슬람 국가 현지에서 수쿠크 발행을 시작했다.

    수쿠크 문제, 국민에게 공개하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편 개신교계는 ‘수쿠크’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이슬람 포교의 ‘교두보’가 되고 있는데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맹신하는 ‘샤리아’를 따르는 ‘위원회’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극소수 개신교도는 ‘수쿠크법이 통과되면 우리나라도 샤리아에 따라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선 ‘샤리아 위원회’는 ‘수쿠크’의 채권자 기관 또는 기업에 설치하는 것이지 우리나라 정부에 '위원회'를 만드는 게 아니다. 또한 ‘샤리아 위원회’의 역할은 ‘수쿠크’ 기금의 대출이나 운용, 관리, 배당 등만을 관리하도록 제한되어 있다. 즉 ‘샤리아 위원회’가 ‘수쿠크’를 발행한 기업의 경영 활동이나 정책좌지우지하거나 보통 시민들에게 ‘샤리아’를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점은 말하지 않고,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몰려온다’고 주장하는 건 그렇지 않아도 '전투선교'와 몇몇 파렴치한 목회자, 신도 때문에 ‘민심’을 잃은 교계가 오히려 ‘안티’만 만들어 낼 뿐이다.

    한편 ‘수쿠크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듯 말하는 일부 금융계와 정부, 언론의 태도도 비정상적이다. 현재 ‘수쿠크법’ 통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조 달러에 이르는 오일머니 유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언론은 말레이시아에서 ‘수쿠크 머니’를 도입하려던 산업은행이 대출을 거부당한 사례를 거론하며, 무슨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것처럼 떠든다. 정말 그런가. 이들이 말하는 ‘유치’를 일상용어로 바꾸면 ‘대출’이다. 당장 법률까지 바꿔 오일머니를 빌리지 않으면 큰 일 날만큼 우리 경제가 위험하다는 건가.

    이처럼 지금 ‘수쿠크 법안’ 통과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사실과 주장이 얽힌 희극'이다. 찬성하는 쪽은 지금까지 ‘수쿠크’가 부실화됐던 두바이와 성공한 사례, 당장 법안 통과가 필요한 이유 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고, 반대하는 쪽은 마치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서방국가를 악마라고 부르며 난리 피우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국익을 위해,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오일머니를 빌리는 게 그렇게 필요하다면, 공개 공청회 등을 통해 사회와 종교의 분리 문제를 공론화하고, 비자금 조성이나 테러단체 지원 등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에 법률을 개정하는 게 정상 아닐까. 양쪽 모두 왜 이렇게 극단적이고, 격렬한 태도를 보이는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