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튀니지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국가의 민주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반체제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에서 반체제 움직임은 1980년대 말 군부에서 포착됐지만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등을 거치면서 생계형 양상을 띠면서 점차 기층사회로 확산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음모에 암살기도설도 = 그동안 대표적인 반체제 활동으로 거론돼온 사례는 1989년의 `프룬제 사건'과 1994년 `6군단 사건'이다.

    프룬제 사건은 북한이 1960∼70년대 옛 소련의 군사학교로 유학했던 군인사 중 프룬제 군사학교 출신을 중심으로 숙청을 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당시 소련 유학생들은 현지 정보기관과 결탁해 북한 내부정보를 유출했고, 소련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생기면 이들을 중심으로 쿠데타를 일으킬 구상까지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의 붕괴로 현지 정보기관과 북한군 유학생의 연계가 드러나면서 북한 당국은 야전군에 배치됐던 유학생 출신 장교들을 대거 처벌했고 일가친척까지 정치범수용소 등으로 보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6군단 사건은 북한군 역사상 최악의 군기문란 사례로 꼽히는 사건으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은 6군단장 부임 직후 이 사건을 적발해 처리하면서 현재까지 승승장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6군단장으로 부임한 김 부장은 일부 지휘간부의 외화 착복과 기밀 유출 혐의를 파악해 장성 10여명을 가족과 함께 처형하고 대대장급 이상 장교 전원을 전역조치했다. 이는 6군단이 해체되고 9군단이 신설되는 계기가 됐다.

    일단 비리로 촉발된 사건이었지만 당시 북한군과 주민 사이에서는 "6군단이 반체제 쿠데타를 기도하다 발각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이들 두 사건이 러시아와 결탁 또는 개인비리 등으로 불거지기는 했지만 만약 방치됐다면 군부의 반란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경계심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쿠데타 음모와 더불어 관심이 쏠리는 대목은 김정일 위원장을 겨냥한 암살 가능성이다.

    일단 김 위원장에 대한 경호 상태를 고려하면 북한 내부에서 암살 시도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 많은 탈북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2004년 4월22일 발생한 평안북도 룡천역 폭발사고에서 보듯 암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당시 오후 1시경 룡천역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는데 김 위원장은 사고 발생 9시간 전에 중국 방문을 마친 뒤 룡천역을 통과해 귀환했다.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방중을 마친 김 위원장의 귀환 경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내부의 암살미수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해 "평안북도 룡천역에서 질안비료를 적재한 열차와 유조차를 교체하던 중에 부주의로 전기선을 건드려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빈번해지는 생계형 저항 = 2000년대 들어 북한의 반체제 활동은 생계형 양상을 띠면서 횟수도 빈번해지고 있다.

    가장 많은 사례는 시장 단속을 둘러싼 당국과 시장상인 간의 갈등이다.

    2008년 8월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시장에서는 시장을 단속하는 순찰대원과 장사를 하는 여성 간에 다툼이 벌어졌는데 순찰대원과 주변 장사꾼이 대립하면서 싸움이 커졌다고 대북인권단체인 좋은벗들은 전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해주시장, 평성시장 등 각 지역의 주요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대북매체와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또 먹을 것을 구하려고 강도행위를 하거나 이 과정에서 단속하는 보안원과 충돌이 벌어지기도 하는데 2009년 11월 말 화폐개혁 이후 이 같은 행위가 잦아지고 있다.

    좋은벗들은 작년 3월 자강도 강계시의 한 외화벌이 사업소에서 제대로 먹지 못하던 한 노동자가 굶는 직장 동료 몇명을 불러내 외화벌이사업소에서 관리하는 양곡창고를 털어 식량을 나눠 가졌다가 당국에 적발됐다고 전했다.

    국제엠네스티는 2010 연례보고서에서 "2009년 말 북한이 화폐개혁을 단행한 이후 수도 평양에서 주민들의 시위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북한 당국은 평양의 시위 이후 구권에 대한 신권의 교환비율을 높이도록 압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생계형으로 시작된 북한 주민의 반체제 활동은 최근 들어 조금씩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필두로 한 북한의 정치권력을 비판하는 움직임으로 바뀌는 양상을 보여 주목된다.

    2008년 7월 강원도 판교군 판교읍에서는 식량 사정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이 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길목 곳곳에 나붙기도 했으며, 그해 12월1일 함경남도 정평군 구창리 보안서에서는 정문 벽에 걸린 인공기의 붉은 별을 긁어버리고 별 무늬에 'X'를 새겨놓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탈북자는 "아직 북한주민이 자신들의 불만을 정치권력과 연결하지 못하고 있어 현재로선 대규모 시위 등의 활동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사회 경제적 어려움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불만이 폭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