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U, 테러집단에겐 ‘값싸고 효과 좋은 최고 무기’北, 反서방 진영에 수출해 ‘떼돈’ 확보하려 혈안
  •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북한을 방문,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 시설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크프리드 해커 美스탠포드大 교수의 발언에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 결의 1714호 위반 행위”라며 “북한은 당장 HEU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비핵화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고,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회에서 “미국과 한반도에의 전술 핵무기 배치를 협의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CNN, BBC, AP 등 주요 외신들 또한 북한의 HEU 제조용 원심분리기에 관한 내용과 미국의 반응 등을 머리기사로 다루고 있다.

    서방 각국, 北의 HEU 제조 2002년 이전부터로 추정

    고농축 우라늄이란 자연 상태의 우라늄에는 0.7% 가량 밖에 함유되지 않은, 핵폭탄에 사용되는 우라늄 원소만을 추출해 만든 재료를 말한다. 이렇게 우라늄을 농축하는 데는 원심분리법과 기체확산법이 사용된다. 이 중 기체확산법은 농축 시간은 짧은 반면 큰 시설 공간과 막대한 전력공급이 필수적이다. 원심분리법은 반대로 작은 공간에서 일정 수준의 전력공급만 있어도 가능하다. 특별한 기술도 필요 없다. 대신 수천 번 이상의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해 시간이 걸린다.

  • ▲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의 모습. 길다란 원통은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
    ▲ 고농축 우라늄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의 모습. 길다란 원통은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다. ⓒ

    이 원심분리작업에 사용되는 용기가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 있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은 자체적으로 고품질의 알루미늄 합금을 제조하기 어려워 고품질 알루미늄 제품은 주로 수입하는데 그 증거자료가 미국에 포착된 바 있다.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했던 제임스 켈리 美국무부 차관보 일행은 당시 북한이 HEU 제조용 원심분리기를 수입하려 한 통관서류 등 증거자료를 들이댔다. 그러자 강석주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를 인정, 북한의 HEU 제조가 공개됐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한국 권력층과 언론 등에서는 ‘헛소리’ ‘미국의 음모’와 같은 비판이 쏟아졌고, 북한도 나중에는 HEU를 제조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큰 논란 없이 그냥 넘어갔다. 이후 8년 만에 북한 당국은 HEU 제조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해커 교수에게 공개한 뒤 ‘이런 원심분리기가 현재 2,000개 작동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북한의 주장에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언제부터 HEU 제조를 해 왔는가’라며 의문을 표한다. 하지만 이런 의문은 ‘2002년에는 북한이 HEU를 제조하지 않았다’는 믿음을 기초로 한다. 해외에서는 원심분리용 알미늄 원통 수입 사건을 바탕으로 북한이 2002년부터 이미 HEU를 제조해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2005년 6월 외신들은 ‘한 독일기업이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을 북한에 수출하다 적발되었다’는 보도를 했다. 이로 인해 독일로부터 알루미늄 관(管)을 수입하지 못한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1,000여 개 분량의 원통을 입수했다고 한다.

    물론 북한은 2009년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HEU 제조를 공식선언했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서방 국가와 언론은 없다.
     
    서방언론들이 北HEU 제조에 민감한 반응 보이는 이유는 ‘확산’

    어찌됐든 북한이 HEU 제조를 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한반도 내외의 언론이 아닌, 서방 언론들이 오히려 더 난리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언론은 주요 기사로 다루면서 그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이나 영국 본토를 곧 공격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걸까.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 세계의 대결구도를 살펴야 한다. 21세기 들어서 세계는 ‘가치’를 놓고 대결하기 시작했다. 알 카에다와 알 샤밥, 탈레반을 배출한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은 9.11테러를 시작으로 서방 국가에 ‘성전(Jihad)’을 선포했고, 중국은 ‘중화의 부활’을 내걸고선 서방 진영의 영향력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이에 서방 국가들 또한 맞섰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테러와의 전쟁’과 ‘환율전쟁’이다.

    그런데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무력’과 ‘경제력’을 가졌다는 서방 국가들은 철저히 ‘비대칭’인 전쟁을 치르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언제 어디서 적이 나타날지 모르는’ 테러는 서방 국가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다. 반면 테러 단체는 ‘다문화 사회’와 ‘세계화’ ‘자유여행’의 그늘에 숨어 마음대로 활동한다. 반미 국가들의 자금 지원도 얻고 있다.

  • ▲ Dirty Bomb(더러운 폭탄)은 핵폭탄을 만들 장비나 조직이 없는 자들이 핵물질만 갖고 있을 때 만든다. '더러운 폭탄'으로 불리는 것은 이 폭탄이 터진 곳 주변은 모두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 Dirty Bomb(더러운 폭탄)은 핵폭탄을 만들 장비나 조직이 없는 자들이 핵물질만 갖고 있을 때 만든다. '더러운 폭탄'으로 불리는 것은 이 폭탄이 터진 곳 주변은 모두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런 반미 국가 정권들이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 북한(정확하게 말하면 김정일 정권)은 내부 통치를 위해 막대한 경화(硬貨)가 필요하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이 주도한 UN안보리 의결로 정상적인 무역통로가 막힌 상황에서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은 무기, 마약, 위조지폐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북한은 이란에 농축우라늄물질인 ‘옐로케이크’ 45톤을 판매한 바 있다). 게다가 북한은 국민의 다수가 ‘서방 국가 멸망’을 원하는 시리아, 이란, 쿠바, 파키스탄과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제조한 HEU가 ‘반미 국가’로 확산되면 세계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HEU는 핵폭탄의 핵심 재료임은 물론 일반 폭탄과 함께 터뜨려 주변에 방사능을 퍼뜨리는 ‘더러운 폭탄’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국제 테러단체와 반미 국가에게는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서방 언론들은 북한의 HEU 제조를 예의 주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또한 긴장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군용으로 핵폭탄을 만들어 대치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대응할 시간적 여유라도 있다. 하지만 만약 어떤 테러 단체가 강대국에서 북한제 HEU를 사용해 단 한 번의 ‘테러’만 일으켜도 우리나라는 강대국의 ‘힘’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바로 북한 HEU 프로그램이 위험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