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이번 광저우(廣州) 아시안게임에서 대만의 양수쥔(楊淑君) 선수가 지난 17일 태권도 여자 49kg급 예선 1회전에서 실격패한 것과 관련해 이를 정치문제화하지 말라고 대만에 경고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19일 자에서 16면 전면을 할애해 양 선수가 실격패하자 대만 정치인들이 중국과 한국이 짜고 대만에 패배를 안겼다고 공격하는 등 정치쟁점화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대만에서는 양수쥔 선수가 실격패한 것은 같은 체급에서 중국의 유력한 금메달리스트 후보인 우징위 선수가 우승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조작된 사건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고 환구시보는 전했다.

    그러나 양 선수의 실격패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어떤 다른 의도도 없다는 게 아시안 게임을 개최중인 중국 당국의 시각이다.

    양 선수의 실격패가 양안 관계로까지 번지자 급기야 중국 내 대만업무 관련 사령탑인 국무원 산하 대만사무판공실의 왕이(王毅) 주임까지 나섰다.

    왕이 주임은 환구시보에 "양 선수의 실격패 문제가 중국 본토와 대만간에 갈등을 조성할 것으로 보지 않으며 양안관계를 손상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일각의 음모설 제기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중국은 많은 메달을 땄고 대만도 그러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체육대학의 런하이 교수는 "주최국이 특정선수를 의도적으로 실격 처리할 수는 없으며 세계태권도연맹(WTF)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WTF의 결정에 대해 국제중재위원회의 판단을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대만연구소 왕젠민(王建民) 연구원은 "대만 언론과 관리들 모두 차분하게 이번 사건을 조사해야 하며 정치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17일 태권도 여자 49kg급 예선 1회전에서 부정장비 착용 판정을 받아 실격패한 양 선수는 매트에 앉아 울음을 터트리며 불만을 표시했고 코치진도 경기 전에 장비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는데도 9-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중에 부정장비 착용을 선언한 데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대만 내에서는 주최 측인 중국과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시와 항의 시위가 잇따르는 등 악감정이 퍼지고 있다.

    아울러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19일 양 선수의 실격패 판정을 대만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는가 하면 우둔이(吳敦義) 행정원장(총리)도 "이러한 굴욕을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느냐"면서 이치에 따라 싸우고 절대로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발언을 하고 나서면서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WTF의 양진석 사무총장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경기 중에 전자호구 제조사인 라저스트사의 엔지니어가 양 선수의 뒤꿈치에서 공인되지 않은 센서 패치를 발견했고 기술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실격패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양 선수의 뒤꿈치에서 발견된 센서 패치는 1997년에 생산된 제품으로 그 당시에도 뒤꿈치에 붙이도록 디자인하지는 않았고 WTF 규정상 뒤꿈치는 패치를 붙여서도 안 되는 곳일 뿐더러 대만 선수들 모두 정상적인 장비를 사용했으나 유독 양 선수만 이 구형 장비를 사용해 부정 의도가 있다고 보고 실격 처리했다는 게 WTF의 설명이다.

    그러나 양 선수가 경기 전 장비 검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경기에 나섰고 주최 측이 뒤늦게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경기 운영 미숙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