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앙드레 김(본명 김봉남·75)이 12일 타게했다.

    앙드레 김은 이날 오후 7시 25분께 서울 연건동에 위치한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대장암과 폐렴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 ▲ 故 앙드레 김 ⓒ 연합뉴스
    ▲ 故 앙드레 김 ⓒ 연합뉴스

    앙드레 김은 지난달 말 폐렴 증세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아오다 병세가 악화돼 이날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슬하 지난 1982년 입양한 외아들 김중도 씨가 상주를 맡는다.

    1935년 서울 구파발에서 농사를 짓던 집안의 2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난 앙드레 김은 고등학교 졸업 후 국제복장학원 1기생으로 입학해 디자이너 수업을 받는다.

    1962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첫 패션쇼를 개최 한 그는 한국 최초의 남성 패션 디자이너로 데뷔, 서울 소공동에 '살롱 앙드레'라는 의상실을 열고 본격적인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1964년 당대 최고 인기배우였던 신성일과 엄앵란의 결혼식 때 엄앵란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했고, 1980년에 미스유니버스 대회의 주디자이너로 뽑혔다. 또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국 국가대표팀의 선수복을 디자인하는 등 명성을 쌓았다.

    1962년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패션쇼를 연 것을 비롯해 이후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 이집트 피라미드 앞 등 국내외 수많은 곳에서 수백여차례 크고 작은 패션쇼를 열고 자신의 독창적인 패션을 선보였다.

    서양의 화려한 실루엣에 한국적 색감과 미를 잘 살린 그의 디자인은 국내 정·재계의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966년 한국인 최초로 패션의 중심 파리에서 패션쇼를 개최해 한국의 명성을 세계에 떨친 바 있다.

    이후 이집트 카이로, 캄보디아 왕국 앙코르와트 패션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곳곳에서 패션쇼를 열며 '한국 알리기'에 앞장섰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7년 패션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았으며, 200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문학훈장을 수여받았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원로로서 모범적인 행동에도 앞장섰다. 전 세계 아이들을 돕는 유니셰프 친선 패션쇼를 열어 수익금을 기부하고, 해외 유출 문화재 기금 패션쇼, 국제 백신기구 기금 마련 패션쇼 등 자선패션쇼를 수 백 차례에 걸친 선행을 펼쳤다.

  • ▲ 김준과 장나라에 패션셔 무대 지도를 하고 있는 故 앙드레 김 ⓒ 연합뉴스
    ▲ 김준과 장나라에 패션셔 무대 지도를 하고 있는 故 앙드레 김 ⓒ 연합뉴스

    그의 무대에 선다는 것은 당시 인기의 척도였다. 김지미, 문희, 윤정희 등 왕년의 스타들을 비롯해 심은하, 이영애, 배용준, 김희선, 최지우, 이병헌, 송승헌, 원빈, 소지섭, 김태희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등장했다.

    한편, 1992년 이른바 '옷 로비 사건'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자리에서 본명이 알려지며 곤혹을 겪기도 했다. 이후 흰 옷만 입는 패션과 외국어를 섞어 이야기 하는 말투 등 독특한 모습으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고인은 75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대규모 패션쇼를 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병세가 악화됐던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연 패션쇼 '프리뷰 인 차이나 2010'을 가지며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공인이었기에 지인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앙드레 김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각종 게시판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존경해 왔는데 정말 안타깝다", "믿겨지지 않는다"라며 추모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