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의 월드컵 16강전에서 2골을 작렬시키며 태극 전사들에게 패배의 아픔을 안겼던 우루과이의 영웅 루이스 수아레스(23·아약스)가 이번엔 발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우루과이는 3일 오전 3시 30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2010 남아공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가나에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부차기에서 2개의 선방을 기록한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와 동점골을 기록한 디에고 포를란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신의 손'을 사용한 수아레스가 없었다면 우루과이는 4강행 티켓을 가나에 내줘야 할 판이었다.

  • 1-1로 팽팽한 무승부를 달리던 후반 종료 직전 가나의 프리킥 찬스에서 수비를 위해 우루과의 골문 앞을 막아선 수아레스는 가나의 스테판 아피아(30·볼로냐)의 슈팅을 무릎으로 막아낸 뒤 도미니크 아디이아(21·AC밀란)의 헤딩 슛을 두 손으로 쳐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골키퍼를 능가하는 수아레스의 선방으로 우루과이는 실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놓고 손으로 공을 막아낸 수아레스는 레드카드를 받고 즉시 퇴장당했다.

    자신의 퇴장과 팀의 실점을 맞바꾼 수아레스의 선택은 어리석어 보였다.

    하지만 가나의 기안이 수아레스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실축함에 따라 우루과이는 가까스로 패배를 면하게 됐고, 연장전 후 벌어진 승부차기에선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가 상대팀의 슈팅을 연달아 막아내며 4-2 스코어(승부차기)를 기록, 40년 만에 4강에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결국 수아레스의 위험스러운 도박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셈이다.

    우루과이의 현지 소식을 다룬 영국 언론에 따르면 수아레스는 "퇴장당할 당시 기안 페널티 킥을 시도하는 모습을 스크린으로 봤는데 순간 기안이 실수하는 기적이 일어나도록 간절히 기도했다"며 "이것이 실제로 이뤄져 너무 기뻤다"고 밝혔다고.

    수아레스는 당시 손을 써 공을 막은 것에 대해 "우루과이의 4강 진출을 결정짓는 값진 퇴장이었다"며 "그 순간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