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오후,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옛 동대문운동장 부지를 방문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ongdaemun Design Plaza, 이하 DDP) 공사현장. 도로와 맞닿은 널찍한 공간과 그 안에 피어오르는 회색빛 나즈막한 풍경. 그곳엔 조용히, 또 분주하게 자하 하디드가 제시한 허공의 한 점(點)을 찍어나가는 작업에 열중한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졌다.

  • ▲ DDP 공사현장 ⓒ 뉴데일리
    ▲ DDP 공사현장 ⓒ 뉴데일리

    지난 몇 년간 국내 주요 도시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자연 현상을 넘어 마치 창조주가 세상을 빚어내 듯, 혼돈스럽던 거리의 모습이 일정한 기준으로 하나 둘 정돈되고 있다.

    산업 사회에서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논할 여지는 없다. 이미 부가적인 혜택을 넘어 디자인 그 자체로 상품의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특히, 도시의 디자인의 경우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무엇을 사느냐’에 있어 디자인 외에도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는 요소가 여럿 존재하는 반면, ‘어디를 가느냐’에 있어 디자인은 절대적인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눈을 둘 곳이 많아지고, 발걸음을 옮기고 싶은 장소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도시와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예컨대, 르네상스의 거장들이 사랑했던 문화의 도시이자 세계적인 패션 도시인 밀라노에서 고딕건축의 걸작인 두오모와 16세기 이상적인 건축도시로 알려진 비첸차를 본다. 이어 미식의 도시로 이름난 볼로냐와 섬세하고 아름다운 모자이크의 도시 라벤나를 거쳐 르네상스를 꽃피운 피렌체로 향한다. 이 매력적인 도시들을 통해 우리가 느끼는 낭만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임에 틀림없다.

    루크 리트너는 ‘도시의 르네상스’ 서문에서 “예술은 도시의 재생과 재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고 밝혔다. 즉, 디자인이 도시의 질적·경제적 풍요를 도모한다는 말이다.


    ◆도쿄는 잊어라, 디자인 마니아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

  • ▲ 2010 세계디자인수도 서울 공식 로고 ⓒ 서울디자인재단
    ▲ 2010 세계디자인수도 서울 공식 로고 ⓒ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은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공식경쟁을 통한 세계디자인수도(World Design Capital, 이하 WDC)에 선정됐다. 국제디자인연맹 (International Design Alliance, 이하 IDA)이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을 활용, 도시의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키고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한 성과가 뛰어난 세계 각지의 도시를 대상으로 2년 마다 실시, 선정한다. 2008년 시범도시로 선정된 이탈리아 토리노에 이어 2010년 대한민국 서울, 그리고 2012년 핀란드 헬싱키가 지명됐다.

    세계디자인수도로서의 다양한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는 서울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뜨겁다.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는 지난 2월 ‘서울, 디자인의 해를 열다’라는 기사를 통해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이유와 서울이 추구하는 디자인 시정의 사업들을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또한, 이에 앞서 뉴욕타임즈는 올해 초 ‘2010년 꼭 가봐야 할 도시나 국가 31곳’을 선정하고 서울을 전체 3위, 동아시아권 최상위로 꼽으며 “도쿄는 잊어라, 디자인 마니아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영국의 디자인 전문 잡지 월페이퍼 역시 ‘Best City-Seoul’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Design Awards 2009의 Best City 후보 5개 도시에 오른 서울에 대해 소개했다.

    지난 2월 ‘도시:디자인으로 도약하다’이라는 주제 아래 세계 18개국 32개 도시의 시장단과 디자인전문가 600여 명이 참여한 세계디자인도시서미트(World Design Cities Summit)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 행사의 개막식 기조연설을 맡은 미래학자 마티아스 호르크스 박사는 “디자인은 희망의 언어로, 도시 디자인은 현 인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트렌드다.”라며 “미래도시 서울의 발전 전략인 디자인과 경제의 통합을 이뤄야 하며, 이를 위해 서울과 세계의 시민에게 시정을 더 많이 개방하고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고 그 방향성을 제시했다.

    강동구 천호동4거리와 강남구 강남4거리 등 시내 17곳에 들어선 디자인서울거리는 도시미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디자인서울거리는 간판과 각종 시설물이 깔끔하게 정비되면서 시민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는 1차적으로 공공디자인과 도시미관에 대한 디자인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지난해 6월부터 디자인산업 쪽으로 그 방향을 틀고, 디자인이 서울을 살리는 즉 ‘좋은 디자인이 돈’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서는 DDP도 디자인산업의 한 축을 이룬다. 또 디자인 기업이 밀집된 동대문과 마포, 구로, 강남을 4대 디자인클러스터로 지정하고 마케팅과 자금, 판로개척 등을 지원하고 있다.

    도시의 디자인은 단순한 미술적 의미가 아니다. 도시와 민원, 행정, 경영 등 모든 시스템을 총괄하는 총체적 개념이다. 서울의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창출, 복지 등이 연관된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디자인에 열정적인 도시는 없었다

    이것이 바로,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된 진짜 이유다. 국제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의 피터젝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10월 24일 국내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은 디자인으로서 봐줄만한 것이 많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서울을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한 이유는 이미 완성된 디자인 도시가 아닌, 앞으로의 디자인 발전에 대한 열정과 그 잠재력을 높이 산 것이며, 디자인수도라는 브랜드가 서울을 명품 도시 반열에 오르게 할 밑거름이 될 것이다”라는 글을 기재했다.

  • ▲ 서울디자인재단 심재진 대표이사 ⓒ 박지현 기자
    ▲ 서울디자인재단 심재진 대표이사 ⓒ 박지현 기자

    이에 대해 서울디자인재단 심재진 대표이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한다. 지난 4일 서울 중구 서소문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피터젝 전 회장은 인터뷰를 했던 당일 오후 바로 독일로 돌아갔다”라며 그가 서울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지은 결론이라며 한탄했다. 심 대표는 “그의 잘못이기도 하고, 내 잘못이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한 뒤 “친구인 그에게 전화를 걸어 섭섭한 마음을 전한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모두가 ‘가능성’이라고 했지만, 실은 ‘열정’이었다. 이것이 심 대표 설명이다. 그는 시범도시던 토리노는 물론, 다음 디자인수도로 선정된 헬싱키 역시 서울처럼 적극적인 도시 디자인의 변화를 이뤄내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한 “모든 것을 디자인으로 몰아가려는 그 열정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시 투자출현기관인 서울디자인재단 심 대표는 홍익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8년 LG전자에 디자이너로 입사, LG전자 유럽디자인센터 법인장 등을 지낸 ‘산업디자이너 1세대’. DDP와 함께 세계디자인수도서울의 실무총괄을 맡고 있는 그는 서울의 디자인 경쟁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 세계 8위,  ‘팩트’일까?

    국내의 한 광고인은 이런 말을 했다. 유럽과 우리는 디자인적인 부분에서 견줄 수가 없다고. 그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이렇다. 유럽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는 순간부터 보이는 그 모든 풍경이 예술이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도시의 모습과 분위기를 비롯한 우리가 생활 속에서 보는 모든 것들에 대해 ‘예술’이라 칭한 표현이 인상 깊었다. 반면, 그의 주장에 한 가지 의문이 인다. 우리는 정말이지 예술적이지 않은, 디자인과 결부 된 풍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 ▲ 서울의 대표 거리 청계천(좌)과 명동(우) ⓒ 서울디자인재단
    ▲ 서울의 대표 거리 청계천(좌)과 명동(우) ⓒ 서울디자인재단

    지난 2008년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은 세계 17개국 중 8위다. 1위는 이탈이아, 2위는 프랑스, 3위는 미국이 차지했다. 디자인 경쟁력은 크게 국가 공공재 관점과 산업 관점, 국민 소비 관점의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디자인 성과와 역량, 환경에 관한 평가로 이뤄진다.

    국가 공공 디자인 평가는 국가별 공공시설 디자인 수준, 건축 디자인 수준, 도시의 아름다움, 디자인 관련 문화 시설 활용도, 디자인 관련 부서 유무, 디자인 공교육 기관의 양질적 수준, 정부의 디자인 진흥 수준, 디자인 관련 법제 수준, 디자인 등록 용이성의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된다. 한국은 디자인 등록이 용이하다는 것에서는 만족스런 점수를 받았으며, 디자인 관련 부서의 홍보와, 디자인 관련 문화시설 활용도에서는 다소 낮은 점수를, 나머지 부분에서는 보통 정도의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전반적인 도시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도시의 아름다움 부분에서는 17개국의 1360명의 응답자가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파리를 선정했다. 에펠탑, 퐁네프의 다리 등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하나의 아이콘으로 사람들에게 잘 인식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그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미국이 뒤를 잇는다. 대표적인 관광도시를 가진 나라들이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아름다운 도시 1위를 차지한 프랑스 국민들은 자국의 건축물에 대해 스스로 낮게 평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자국의 건축 디자인 평가 항목에서 5점 만점에 평균 3.1점을 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프랑스는 2.2점으로 17개 국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줬다. 8표를 받아 15위를 한 우리나라는 한국 고유의 전통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특정한 컨셉이나 독특한 개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어 산업디자인 부문에서 한국은 전자제품, 휴대폰, 패션의류, 주방용품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즉, 제품 디자인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해외지사 보유 및 아웃소싱 경험 여부를 묻는 디자인 국제화 수준 부분에서 하위권을 차지하여 미흡한 면이 있음을 나타냈지만, 디자이너의 수와 질적 수준에서 높은 랭크를 차지하고 있어 우수한 인적 역량을 보유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디자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미적 의식에 대한 평가 부분인 국민 디자인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전반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디자인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실제 구매 시 디자인을 많이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산업, 국민 디자인 경쟁력이 뛰어나고,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공공부문, 특히 도시의 미적 수준에서 경쟁력이 많이 뒤쳐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심 대표 역시 이러한 부분을 지적한다. 그는 “한국이 8위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대기업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이다”라며 “자동차와 조선, 전자, 항공 등의 평가에서의 높은 점수로 만들어진 결과, 현재 이 자체를 ‘팩트’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디자인 수준의 격차와 불균형을 빠른 시간 안에 중소기업의 디자인 개발 수준을 높임으로서 '디자인 코리아',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의 위상을 갖추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서울의 디자인 경쟁력에 대해 “조사가 진행된 2007년 당시 서울이 완성되지 않은 도시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다르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금년 2월 23일부터 24일 양일간 진행된 세계디자인도시서미트에 방문한 디자인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서울은 재미있는 도시다”라며 “많은 차가 있으나 조용하고 매연이 없으며, 또 버스전용차선의 유지가 굉장히 잘 되고 있다. 한편, 길가의 사람들이 여유롭게 걸으며, 강과 깨끗한 건물을 즐긴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 한국의 ‘퐁피두센터’, 환유(換喩)의 풍경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현재 파리 ‘퐁피두센터’, 뉴욕 ‘MoMA’, 동경의 ‘롯폰기 힐스’와 같은 곳은 세계의 문화와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고 제시하는 ‘트렌드 세터’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 ▲ DDP 조감도 ⓒ 서울디자인재단
    ▲ DDP 조감도 ⓒ 서울디자인재단

    ‘세계 디자인의 최신 트렌드를 보기 위해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2012년 완공될 DDP의 모습이다.

    심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크게 지어질 국내의 디자인 박물관을 ‘재미있는 집’이라고 표현한다. DDP는 지난 2007년 8월, 이라크 출신의 세계적인 유명 건축 디자이너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했으며, 한국의 정서와 서울의 지리적 특성은 물론 동대문 지역의 유기적 관계를 고려한 건축 물로 ‘환유의 풍경’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 중이다. 그는 “자하 하디드가 말하길 올망졸망한 한국의 산 모습을 연상해서 디자인했다”라며 “길이 전부 구부러져 있고, 대칭과 직선이 하나도 없다. 곧게 정리된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습이 공존한 재밌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환유’는 특정의 사물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수사학적 표현을 의미하며, 또한 풍경은 인간과 그 환경 사이의 관계를 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DDP가 가지는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도시적, 사회적, 경제적 요소들을 환유적으로 병합하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사람들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을 건축으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지난 3월 말 국내 한 신문사에서 ‘DDP를 10개 만들면 디자인 도시가 되느냐’라는 글을 게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1개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라며 "지금 건설하고 있는 DDP는 한국 최초의 '디자인 박물관'이다. 이제까지 뉴욕 쿠퍼유잇디자인뮤지움, 런던 디자인뮤지움 등을 부러워 했지만 이제 우리도 명실공히 제대로 된 디자인 뮤지움을 갖게 될 것이다"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우리나라는 창조적이지 않다?’ 이러한 편견에 심 대표는 답답한 마음을 토로한다. 얼마 전, 국내에서 금속관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끌어와 실내에서 재현한다는 기획을 내세웠지만 다른 나라에서 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마이너스 점수를 얻은 사례를 소개하며 그는 “평소 지금까지 없었는데 어디서 이런 것을 가져왔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라며 “우리도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미 벤치마킹을 당하는 위치에 올라있다”고 주장했다.

    총 건물 면적 8만1210m²(2만4000여 평)에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들어서는 DDP는 크게 ▲세계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하는 ‘디자인 트렌드세터(Trendsetter)’ ▲최신의 제품・기술・소재가 첫 선을 보이고 최신 상품이 테스트되는 ‘디자인 런칭 패드(Launching Pad)’ ▲생활의 일부로서 디자인 지식·정보를 체험하는 ‘디자인 익스피리언스(Experience)’로 나뉘어 운영된다.

  • ▲ DDP 예상도 ⓒ 서울디자인재단
    ▲ DDP 예상도 ⓒ 서울디자인재단

    2011년 12월 완공예정인 이 건물은 시험가동기간을 거쳐 2012년 6월중  개관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또한, 서울 성곽 아래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지난 2009년 10월 27일에 개장, 디자인갤러리, 동대문역사관, 동대문운동장기념관, 이벤트홀, 카페 및 야외 유구전시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DDP는 독창적인 전시를 새롭게 개발・육성하고, 기존 세계 유명전시를 유치해 디자인 트렌드세터로 운영할 계획이다. 도시디자인의 방향을 세계디자인도시들이 모여 함께 모색하는 ‘세계디자인도시서미트’, 대한민국의 강점 IT로 세계문화의 교류를 유도하는 ‘서울 CIT전’등 고유 브랜드 전시회를 개발하여 서울의 이슈를 세계화할 방침이다. 서울 CIT전은 DDP가 개발 추진 중인 기획 전시로, CT와 IT가 결합된 콘텐츠 작품으로 구성하는 전시다. 또한,  세계적인 디자인 전시를 유치해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 트렌드를 제시할 예정이다. 현재 개관기념 특별전으로 파리 퐁피두센터의 ‘VIA 디자인 3.0’, 뉴욕 쿠퍼휴잇 디자인 뮤지엄의 ‘내셔널 디자인 트리엔날레’ 등의 유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세계 디자인사의 역사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수집하여 디자인 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3월 TV 초창기 모델 등 3,732점을 구매했으며, 앞으로 ‘비트라’, ‘바우하우스’ 소장품, '60~’70년대 디자인 잡지·서적 등의 구매도 검토 중이며 국내・외 기업 및 콜렉터의 소장품을 임차하여 전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일반전시관(B2), 벽면전시관(B2~4F), 박물관(2F) 등을 활용해 다양한 규모와 방법으로 디자인의 흐름을 소개할 수 있는 전시공간을 만든다. 지하 2층의 일반전시관과 독특한 경사형 램프 통로로 일반전시관을 지상 4층까지 감아 돌아 올라가는 벽면전시관은 연중 다양한 디자인 전시・이벤트 기획으로 디자인 트렌드 세터로서 DDP의 정체성을 더욱 강화시켜 이를 세계 최신 디자인 트렌드의 집결과 발신지로서 기능시킨다.

    한편, 세계의 최신 상품이 첫 선을 보이고 테스트 되는 곳, ‘디자인 런칭 패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이미 최신 IT 상품의 얼리어답터와 섬세하고 까다로운 소비자의 욕구(needs)로 세계에 잘 알려진 서울. 상품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안목을 가진 소비자들은 DDP가 세계적 신상품 런칭 패드로 성장하는 데 가장 든든한 배경이다.

    기획전시로는 지난 2008년부터 잠실운동장을 중심으로 개최되어 온 서울디자인한마당(구 서울디자인올림픽)을 월드디자인마켓중심으로 재설계해 2012년부터 DDP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패션 전문 박람회인 ‘서울패션위크’도 DDP에서 개최한다. 아울러 가구디자인산업전인 밀라노 ‘살로네 디 모빌레’, 소재·생활용품  디자인산업전인 파리 ‘메종 오브제’ 등의 세계적인 박람회와 디자인 마켓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획도 함께 추진된다. 세계 디자인의 대표적 행사의 서울형 개발 및 유치도 추진된다. 예를 들면 ‘디자인 마이애미’를 서울에서 개최해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로 진행하는 것이다.

    최신 상품의 런칭쇼도 개최되는 미래관(4F), 연중 디자인상품 시장이 열리는 각각 1,500명과 900명의 수용이 가능한 2개의 컨벤션홀(B2~F4), 상품・기술・소재 정보를 깊이 있게 전달하는 컨퍼런스・세미나가 개최되는 대회의실(B1)이 활용될 예정이다. 디자인미래관은 미래 기술과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 국내・외 기업들의 첨단 신상품의 첫 선을 보이는 장소로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상품을 출시하는 기업이 꼭 들러야 하는 장소로 만들 계획이다. 디자인 런칭 패드이자 테스트 베드로서의 명성은 DDP가 이름 높은 세계적 디자인 상품 시장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 가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하게 될 것이다.

    류경기 디자인서울총괄부본부장은 “서울 소비자들은 이미 섬세하고 까다로운 얼리 어답터들로 잘 알려져 있다”며 “세계적 디자인 마켓을 기획하고 유치해 디자인 산업자본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DDP 연관산업의 활성화를 통해 경제 전반의 활력도를 창출, 건립 후 30년간 운영을 통해 약 54조원의 생산과 약 45만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디자인 경쟁력이 2015년까지 5위 이내로 도약시키고, 2020년까지는 세계 5대 패션도시로 진입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어, 동대문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이 현 320만명에서 400만명으로 증가하여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고 침체 상태의 도심상권이 부활하여 도심이 서울 경제의 중심으로 재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사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화제 발견으로 공사기간에 차질이 생겼다. 일반적으로 유물이 발견되면 “죽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관행. 그러나 DDP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해 박물관을 만드는 등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시각이 차이’ 이해하기, 중요한 건 ‘균형’과 ‘정보’다

    한국 사람들이 일본 록본기 힐즈의 거미 아래서는 사진을 찍고, 서울 리움 미술관에 있는 같은 조각가의 거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 ▲ 서울디자인재단 심재진 대표이사 ⓒ 박지현 기자
    ▲ 서울디자인재단 심재진 대표이사 ⓒ 박지현 기자

    심 대표는 이러한 이유가 국내와 해외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라 말한다. 국내의 현란한 조명과 간판이 늘어선 거리를 보며 한국인은 조잡스럽고 보기 흉하다고 하지만, 결국 신주쿠의 알록달록한 색상의 강렬함이 물씬 느껴지는 거리에서 기념 촬영을 한다. 그는 외국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이 곧게 뻗은 강남거리가 아닌, 좁은 골목들로 가득한 종로 일대를 누비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디자인 도시 경쟁력 5위로의 도약’이라는 말이 그저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로 지나치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과 공공기관, 가정과 생활에 걸친 모든 분야를 디자인으로 재분석 하는 과정이 필수다. 심 대표는 이를 위해 DDP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새로운 디자인 산업 정보가 일어나는 정보의 발신지로서의 서울의 모습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어느 한 분야, 혹은 어느 한 부분으로의 치우침 없이 균형을 이루며, 그 안에 정보가 넘쳐 흐르는 도시. 서울이 진정한 ‘디자인 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