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 위원장'에 고성…막나가는 문방위

'한 지붕 두 위원장'사태를 빚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가 19일 '누가 진짜 위원장인가'라는 논란에 빠져 웃지 못할 코미디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오광수 김정헌 두 위원장이 동시에 출석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 현재 문화예술위 오광수 위원장과 현 정부 초기 해임됐다가 최근 법원 결정으로 지위를 회복한 김정헌 위원장이 모두 자리에 나왔다.

그러나 문방위 행정실은 문화예술위원장 의자를 하나밖에 놓지 않았고,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자신의 의자를 빼서 문화예술위원장석에 김 위원장을 앉혔다. 이런 탓에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이라는 하나의 명패 앞에 두 명의 위원장이 앉아 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문방위 업무회의에서도 두 위원장의 사태는 결국 여야 의원 간의 설전과 고성을 오고가게 했다. 발단은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회의 진행 순서를 사전 양해 없이 바꾸면서 벌어졌다. 고 위원장이 두 위원장이 모두 출석함에 따른 논란을 우려해 문예위 업무보고를 뒤로 미루려하자 야당 의원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민주당 측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고 위원장이 여야 간사 합의에 마련된 순서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을 규탄한다"면서 "김 위원장은 불법적인 인사권 남용으로 해임됐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출석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이 다소 거칠게 "의사 진행발언을 하게 해달라"고 연이어 목소리를 높이자, 고 위원장은 "왜 소리를 지르냐. 조용히 있어라"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고 위원장은 "교섭단체 간사도 위원장 아래"라면서 "전 의원이 우기고 있는데 의사진행 발언은 위원장이 필요한 시기에 주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또, 고 위원장이 "문의 결과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예술위는 오 위원장을 인정하고 있다"고 하자 전 의원은 "상임위가 문광부나 문예위의 예속기관인가. 오 위원장이 아니라 김 위원장만이 앉아 있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에 같은 당 천정배 의원도 "웃지 못할 어처구니 없는 코미디"라며 "오 위원장의 지위는 김 위원장의 해임이 전제이지만 법원 판결로 해임 처분은 정지됐기 때문에 오 위원장은 집무를 중단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지만 최종 확정 판결 전에는 문화예술위 자체 결정을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고, 성윤환 의원도 "정부가 오 위원장을 인정했다면 국회는 그로부터 업무보고를 들으면 될 것"이라고 맞섰다.

고 위원장은 "문광부와 문예위로부터 오 위원장을 인정하고 있다는 공문을 받았다"면서 여야 간사간 협의를 요청하며 회의를 정회했으나 논란은 오후에도 이어졌다. 결국 '문화예술위원장'이 누구인가에 대한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으며 문화예술위 국회 업무보고는 차후로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