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지붕 두 수장'  볼썽 사나운 추태

    한 기관에 두 분의 수장이 자리하고 서로 겨루고 있으니 그야말로  추태다.
    도무지 있을 수 없는, 그것도 높은 지성과 아름다운 감성을 추구하는 우리나라 문화 예술의 중추기관인 문화 예술 위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위원장 자리를 놓고 두 분의 기 싸움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분이 “ 직원들 고생 많겠네” 라고 말하듯 직원들은 어찌하며 지원받는 문화 예술계단체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혼란과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뒤늦게 다시 위원장 의자를 차지한 김정헌 위원장은 “ 업무보고까지 받겠다” 하니 오광수 위원장은 물론 위원들 그리고 직원들은 곤혹스러움이 클 것이다.

    예술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김 위원장이 다시 출근함으로써 예술 위원들 간에 걱정과 안타까움을 주고 있으며 김 위원장은 몸담았던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원하지 않을 것” 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문화예술 위원회는 1973년 설립된 한국 문화예술 진흥원의 후신이다.
    1973년  윤주영 문공부 장관은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는 문화 예술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해방 후 처음으로 문예 진흥 5계년 계획을 마련하고 문예 진흥원을 설립했다. 문예 진흥원은 극장 영화관 고궁 등의 문화 시설의 입장권에서 일부를 갹출하여 문화예술계를 지원하는 기금을 모금하고 관리 운영하는  역할을 맡았다.  모금이 어려울 때에는 정부예산이 지원되었으며  기금 마련을 위해  문화부, 진흥원 담당자 들은 예산철이 되면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부처와 국회를  '쥐, 풀빵 집 드나들 듯' 하였으며 모금을 위해서는 기관을 독려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경주 했다. 그런 직원들에게 작금 벌어지고 있는 한 지붕 두 수장의 작태는 어떻게 비춰질까.

    미국에도 우리의 문화예술위원회 같은 기관이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예술과 연방정부” 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1965년 설립된 국가 문화 예술 기금(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이 그것인데 이 위원회는 정부예산과 민간기금으로 진흥기금을 마련하여 각종 문화예술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진흥원이 1973년에 설립되었으니  당시 예산 규모와 국가의 부를  감안하면 우리는 빠르게 눈을 뜬 셈이다. 
     
    1979년 우리는 국보 문화재를 모아 미국에 전시하는 한국 예술 5천년 전을  미국 전역에 걸쳐 개최하였는데 이 때의 자금도 미국 국가 문화 예술 기금의 하나인 인문 기금으로 충당하였다.

    부시와 함께 물러난 미국 조이아 위원장의 경우

  • ▲ 미국 Gioia 위원장. ⓒ 뉴데일리
    ▲ 미국 Gioia 위원장. ⓒ 뉴데일리



    미국 국가 문화예술 기금의 제9대 위원장 이었던 조이아 씨의 경우를 들어본다.
    조이아 씨는 2006년 12월 4년 임기의 위원장으로 취임하였으나 2009년 1월 부시 대통령이 임기를 다하자 자신도 1년여의 임기를 남겨놓고 사임했다(당시 58세). 평생 시작(詩作)만 해온 시인으로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명망이 높았던 그는 부시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자신도 때를 맞추어 사임한 것이다.
    미국의 위원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한다. 조이아 씨는 재임 기간 동안 위원회 기금을 늘리고 위원회의 발전을 위해 큰 공헌을 하였다. 재임 중 셰익스피어 연극을 지방 시골까지 확산 시켰으며 미국 문학작품 읽기운동(Big Read)을 벌였으며 심지어 국방 분야 쪽의 문화운동에도 관심을 갖고 아프간과 이락 병사들의 이야기를 모아 편찬하여 학생들에게 읽게 하였고 공연단을 39개 육 해 공 해병 부대에 보내 남태평양 비롯하여 칼멘 돈 조반니 오페라도 공연하게 하였다. 그는  언론계의 극찬을 받았으며 한 때 폐지론까지 들먹였던 “국가 예술기금 위원회를 구출한 위인”으로 칭송을 받았다. 상하양원 공화 민주 양당으로부터도 큰 지지를 받았던 그는 그러나 자신을 임명한 부시대통령과 함께 남은 임기를 채우지 않고 부시 대통령 임기 만료 비슷한 시기인 2009년 1월 22일 사임 하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자기의 적극 지지자였던 브로드웨이 출신인 로코 랜즈멘을 후임 10대 위원장에 임명했다.

    미국의 경우를 우리와 비교 해보았다.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다고 잘라 말한다면 그만이겠지만 떠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아는 지성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 위원장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예술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자리이다. 궁색하거나 구차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