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핵심 기술'이 한 외국계 반도체 제조장비업체를 통해 경쟁사 하이닉스 등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기술 유출' 주도 =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중희)는 3일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공정과 영업관련 자료를 불법적으로 유출한 혐의로 반도체 장비업체(이하 A사) 부사장 곽OO(47)씨와 한국지사 팀장 김OO(41)씨를 구속 기소하고 이 회사 직원 7명을 동일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어 곽씨 등으로부터 삼성전자의 핵심기술을 취득한 하이닉스 제조본부장 전무 한OO(51)씨를 구속 기소하는 한편 역시 이 회사 직원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검찰은 자사의 핵심기술을 해당 협력업체에 넘긴 삼성전자 과장 남00(37)씨를 구속 기소하고 같은 회사 직원 3명을 동일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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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에 따르면 곽씨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2005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국가핵심기술 40여건을 포함, 삼성전자의 핵심기술 95건을 유출한 뒤 이 중 13건을 하이닉스 측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씨는 2005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가핵심기술 4건을 합친 삼성전자의 핵심기술 9건을 A사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남씨는 2008년 4월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11건을 A사 직원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기술유출 건으로 적발된 A사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가장 큰 고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업체는 협력회사라는 위치를 십분 이용, 자사가 납품한 반도체 생산장비를 설치하고 관리한다는 명목 하에 삼성전자 공장에 수시로 드나들며 비밀서류를 유출하거나 사람을 통해 구두로 핵심 정보를 캐낸 뒤 하이닉스 측에 정보를 건넨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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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A사 통해 '제3의 반도체 업체'로도 기술 유출됐을 가능성 커
    O…하이닉스 "비공식 학습조직 통해 일부 정보 수집" 의미 축소

    특히 A사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뿐 아니라 다른 외국 회사와도 납품 계약을 맺고 있어 해외 반도체 업체로도 관련 기술이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

    삼성전자 측은 수출주력산업인 반도체의 핵심 기술이 빠져나간 것에 대해 '국가적인 손실'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이번 기술유출 사건이 장기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 적게는 수천억 원, 많게는 수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삼성전자는 분석하고 있다.

    A사로부터 유출된 삼성전자의 기술은 ▲반도체 제작공정 ▲80나노급 이하 D램, 70나노급 이하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 계획 ▲거래처 정보 ▲생산라인 투자계획 등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영업 관련 자료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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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와 '기술격차' 줄인 비결 "따로 있었네" = 실제로 삼성전자와 1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보였던 하이닉스는 A사를 통해 기술을 빼돌리기 시작한 2005년부터 점차 개발 속도를 높이더니 최근엔 한 달 정도까지 양사간 격차 폭을 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하이닉스는 자사 직원이 연루돼 삼성전자의 기술이 유출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삼성전자 측으로부터 입수한 기술을 활용하진 않았다"며 "이번 사건으로 이득을 취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하이닉스 측은 "법원이 해당 직원의 구속 사유로 적시한 부문은 구리공정 기술인데 자료가 유출된 시점인 지난해 5월엔 이미 뉴모닉스와 협력관계를 구축, 구리공정을 자체 개발한 상태였다"며 "따라서 삼성전자의 구리공정 기술이 사용될 필요도 없었고 삼성과 하이닉스는 사용 물질이나 장비 등이 확연히 달라 적용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또 하이닉스 측은 "이번 사건은 일부 직원들의 '비공식 사내 학습조직'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하이닉스는 A사가 수집한 자료에 자사의 기술 정보도 포함 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 검찰에 A사가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경위와 외부 유출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