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전국에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세종시 수정, 4대강 살리기 등 정국 현안에 대해 국민앞에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세종시 문제에 관해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고 후회스럽기도 하다"며 예상보다 높은 수위로 심경을 토로하며 국민에 접근했다.

    이 대통령은 스튜디오에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다소 결연한 표정으로 입장했다. 2분간의 모두발언에서는 민감한 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건강 유지 비결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건강이 타고난 것 같다. 그리고 요즘 긴장하고 있으니 감기도 걸릴 시간이 없어서 건강해 보인다. 그리고 건강해야 한다. 할일이 많아서…"라고 답하며 130분간의 대화를 시작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밤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을 통해 민생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밤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을 통해 민생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 뉴데일리<=청와대 제공>

    이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경제 위기 극복에 힘쓴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위기를 겪었던 지난 1년여간 국민을 의식해 억지로 웃었다고 밝히면서 "대한민국 국민이 위대하다는 것을 경제 위기를 보면서 느꼈다. 긴장을 풀지 않고 서민경제가 살아나고 한 자리 일자리라도 더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초반 세종시에 관한 질문이 집중됐다. 이 대통령은 "내가 정치적으로 좀 편안하려고 내일 국가가 불편한 것을 그대로 할 수 있겠느냐" "저 하나가 좀 불편하고 욕먹고 정치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이것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정치논리가 아닌 국익을 위한 대안임을 강조했다.
    세종시 수정을 반대하는 야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친 박근혜) 정치인들을 의식한듯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하자. 정치의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차원에서 생각해달라"고 진지하게 호소했다.

    특히 세종시 원안 추진을 요구하며 시위중인 유한식 연기군수를 현장 연결, 직접 질문에 답하며 지역주민의 눈높이에서 답변해 눈길을 끌었다. 유 군수는 "연기군민은 대통령이 오늘 발표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수정 방침에 대해 분노하고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물었고, 이 대통령은 "이해를 따지기 전에 감성적으로 화가 날 것 같다"고 다소 공감을 표하면서도 "군수는 주민 이해에 의해 뽑힌 것도 있지만 나라를 걱정할 공직자의 임무도 있다"고 설득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믿어주고 (수정)안을 본 뒤 원안이 낫겠다고 생각하면 그 때 가서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에 있어선 분명하고 확연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사전에 준비한 영상 자료까지 틀며 4대강 살리기의 필요성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수질이 악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화면에서 '수질조사용 물고기 로봇'이 나오자 "저건 낚시를 해도 (미끼를) 물지는 않는다"고 말해 패널과 청중들의 폭소를 이끌었다.

    또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강 정비 사업 추진을 거론하며 "노무현 정권 당시 2007년 공사를 시작해서 10년동안 87조원을 들여서 피해 줄이자고 '신국가방재시스템구축방안'을 마련했다"며 "이분들이 43조원, 87조원을 들인다고 할 때는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일반 패널이 민생 현안 관련 질문을 할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보다 여유있는 모습으로 스튜디오 중앙에서 답변했다.
    트로트 가수 박현빈의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한식세계화'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 대통령은 "집사람이 TV를 보고 있을 것이어서 내가 잘 한다고 해야지"라며 "(김 여사가) 닭 강정 하나는 잘 한다"고 답했다. 박현빈은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로고송으로 사용한 '명박만 믿어(원제 '오빠만 믿어')'를 부른 가수이기도 하다.

    또 이 대통령은 "추워서 내복을 입느냐"는 탤런트 선우용녀의 물음에는 "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실내온도를) 고정했으면 좋겠다"면서 "남보고 입으라고 할 수 없어 저만 입는다. 그렇게 하니 자연스레 청와대(직원들)도 입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다리를 올려 내복입은 걸 (직원들에게) 보여준다. 티를 좀 낸다"고 말해 다시 한 번 스튜디오에 웃음이 터졌다. 선우용녀도 "확인했다"며 웃었다.

    이날 특별생방송에 패널로 참여한 일반인들은 모두 100명으로 한국 표준 직업 분류에 따라 직업, 성별, 지역을 안배해 선정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생방송 시작 40여분 전에 여의도 MBC 사옥에 도착, 엄기영 MBC 사장의 영접을 받아 대기실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을 띄운 채 악수를 청했고 엄 사장은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 대통령과 MBC 경영진, 토론 사회자, 전문패널 등과 약 12분간 환담한 뒤 분장하고 생방송 시작 15분 전 엄 사장의 안내를 받아 스튜디오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엄 사장과 복도를 걸어가면서 "그래도 (세종시 수정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이 돼야지, 국민들이 납득이 되는데 정치권이 납득이 안 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엄 사장은 웃으며 "그렇다"고 답했다. 또 이 대통령은 "나는 있는 그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 말하는 것"이라며 "나는 말을 꾸미는 재주도 없다"고 말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과 대통령이 서로에게 한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이같은 대화의 장을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모는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솔직한 어조로 가감없이 밝혔다"면서 "국민들도 진정성을 충분히 납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