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과 응웬 밍 찌엣 베트남 주석은 21일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소감을 공식 만찬을 통해 맘껏 표현했다. 과거사 문제로 남을 수 있는 미진마저 두 정상은 스킨십을 통해 말끔히 해소했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예정된 시간을 넘어 2시간 15분을 함께 하며 진행된 만찬 내내 하노이 보드카를 나누며 주변 배석자에게도 권하는 등 마치 형제간의 정을 나누는 듯 편안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찌엣 주석과의 만찬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돈독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두 나라 정상 간의 두터운 신의와 보다 긴밀해진 양국관계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만찬 초반 이 대통령은 찌엣 주석에게 "이제 한국과 베트남은 가까운 친구가 됐다"고 정리했으며, 찌엣 주석은 "친구가 아니다. 그 이상이다. 우리는 형제다. 이 대통령께서는 저보다 연배가 위이므로 형이고 저는 아우다"라고 화답했다. 화제는 곁에 자리한 김윤옥 여사에게로 옮겨졌다.

    이 대통령이 찌엣 주석에게 "주석님 부인은 저의 제수씨가 되는 것이겠네요"라고 농담하자 찌엣 주석은 "그렇다. 말하자면 김 여사님은 저의 형수님이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격의없는 편안한 대화가 상당시간 오갔다. 찌엣 주석은 "양국 관계가 발전한다면 먼저 서로 이해하는 단계에서 다음은 신뢰하는 단계, 나아가 서로 사랑하는 단계가 될 텐데 이제 두 나라는 서로 사랑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한국에 이주한 베트남 여성과 베트남 배우자 자녀들이 '어머니의 나라' 말을 잊지 않도록 베트남어 교과서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하자 찌엣 주석은 "베트남 리 왕조의 후손이 한국 '화산 이씨'일 것"이라며 "베트남은 화산 이씨 후손들에게 베트남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베트남 리 왕조 왕손 이용상 왕자가 1226년 고려 옹진현 지역에 망명하기까지 험난한 항해를 딛고 건너왔을 고초를 헤아리면서 "낯선 이국땅에 와서 정착하고 몽골군까지 물리치는 공을 세우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훌륭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이용상 왕자의 후손이 족보를 잘 보관해 현재 한국에 1400여 명의 화산 이씨가 남아있다. 매년 구정에 종친이 베트남으로 찾아와 제를 올리는 것으로 들었다. 한국과 베트남은 깊고 대단한 인연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어 찌엣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캄보디아에 가시면 훈센 총리에게 안부를 전해 달라. 우리 셋이 이제 다 형제의 우애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찌엣 주석은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의 인생이 많은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돼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 또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다. 우리 두 사람의 인생을 깊이 이해하며 동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형제도 되었으니 내년에 영부인과 함께 한국을 꼭 방문해 달라"는 건배 제의로 만찬을 마쳤다.

    만찬 이후 베트남 민속공연은 선구자, 만남, 아리랑 등 한국노래가 연주됐다. 선구자는 베트남의 일현금 악기로, 아리랑은 대나무로 만든 핸드벨로 공연돼 이 대통령이 "온 마음을 다해 연주해줘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