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새만금특별법이 한나라당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 통과되지 않으면 전북도민의 거대한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 2007년 9월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소속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한나라당 민생경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은 '정치적' 발언을 했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이 대통령은 김 지사의 발언에 대해 "정치논리에서 벗어나라. 이게 잘되면 이명박은 어떻게 되고, 전북 출신 후보는 어떻게 되고 하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며 다독였다. 

    김 지사가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정동영 의원측 인사로 분류됐기 때문에 참석한 한나라당 당직자의 반발은 더욱 거셌다. "지난 3월 김 지사를 만나 한나라당이 새만금특별법 제정에 협조하겠다고 했더니, 나가서 언론에는 한나라당이 반대했다고 얘기해 난리가 났었다"(강재섭 전 대표) "한나라당이 발목잡아 통과하고 안하고 하는 그런 게 아니다"(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의 지적이 연이어 나왔다.

  • ▲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 2007년 9월 전북 부안 새만금사업단 가력유지관리사무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경에
    ▲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 2007년 9월 전북 부안 새만금사업단 가력유지관리사무소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경에 "새만금을 두바이처럼"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 연합뉴스 

    2007년 '정동영계' 김완주, 대선 후보 MB에 정치적 발언했다 '혼쭐'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전북 주민대표가 "전북도민은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아 특별법이 통과안된다고 전부 알고 있다"며 "며칠전 단체장(김 지사) 연설에서 직접 거론하는 것을 들었다. 공식석상에서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면 정말 한나라당이 잡고 있는게 아닌가"라고 '증언(?)'하면서 분위기는 험악해지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나도 서울시장을 지냈지만, 시도지사가 정치논리에 몰입하면 일이 잘 되지않는다"면서 "이게 잘되면 이명박은 어떻게 되고, 전북출신 후보는 어떻게 되고 하는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새만금 사업의 정부 목표년도인) 2030년에 가서 또 논의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김 지사는 "이명박 후보 말대로 정말 경제논리로 접근해달라는 것이고, 특별법을 꼭 통과시켜야한다는 주민 염원을 말한 것이며 절대 한나라당을 공격한 것이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고,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한 것 잘 알고 있다"며 정리했다.

    이에 앞서 같은해 3월에도 이 대통령은  새만금 사업현장을 직접 둘러보면서 관심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김 지사와 함께 현장을 방문, "지역발전 뿐 아니라 국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경제논리로 해야한다"면서 "용도계획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발전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새만금을 보고 오니, 새만금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09년 '정치논리' 빼고 나니…"약속 지켜줘 감사" 공개 편지

    지난 23일 정부는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안을 발표했고, '명품 새만금'을 위한 사업 추진에 돌입했다. 김 지사는 29일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직접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감사의 편지를 건넸다. 김 지사는 2년 전을 떠올리며 "그때 대통령님께서 새만금을 바라보시며 '새만금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의 감동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하다"면서 "그때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 지사는 편지에서 "이 대통령의 결단과 추진력 덕분에 드디어 본격 개발이 접어들게 됐다"며 "정부가 방향을 잡아주셨으니 우리 전북도민은 있는 힘을 다해 새만금에 대한 정부 방안을 따르고 새만금 개발을 향해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방조제 착공 이후 18년 동안 우리는 수없이 가슴을 졸이고 애를 태웠으며 정부와 지자체, 환경단체, 지역주민 입장에 따라 새만금 구상은 수도 없이 바뀌었고 그 때마다 우리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정부만 바라보았다" "같은 시기에 개발에 착공한 푸동은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새만금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기가 왜 그리도 힘들었던지…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정부만 바라보기를 18년이었다" 등 오히려 과거 정부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기쁘고 눈물이 난다. 모두가 대통령님의 배려 덕분"이라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한 김 지사의 편지에서는 과거 이 대통령 지적대로 '정치논리'는 보이지 않았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을 한껏 치켜세우면서도 "이제 새만금은 날개를 달았지만 군산공항 확장과 새만금 신항만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의 간절한 염원을 들어주셨듯이 새만금이 날개를 활짝 펼 수 있도록 훈풍을 불어 달라"며 '민원 해결'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