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21일 개성공단과 관련한 남북 접촉에서 공단 사업과 관련한 특혜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공단사업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토지사용료를 내년부터 징수하고 근로자 임금을 올려달라는 북한의 제의는 당장 101개 입주기업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북측이 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등의 극단적 입장을 통보한 것은 아니어서 사실상 남북관계의 마지막 끈으로 존재해온 공단 사업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을 위안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 보다는 개성공단을 놓고 우리 정부에 궁극적으로 '남측 손으로 폐쇄할 것이냐 북측에 순응할 것이냐'의 선택지를 던진 것이란 시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 공단에 어떤 영향있을까 = 북한이 통보한 내용의 핵심은 입주기업들로부터 개성공단 토지 사용료를 2014년부터 받기로 돼 있던 것을 당장 내년부터 받겠다는 것과 근로자 임금을 올려 달라는 것이다.

    북측은 개성공단의 토지 임대차 계약을 다시 하자며 토지사용료 지불 유예기간을 10년에서 6년으로 단축, 내년부터 사용료를 받겠다고 했다.

    당초 개성공단 개발을 주관한 남측의 현대아산과 토지공사는 2004년 북측 공단 관리기구인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과 공단 1단계(총 250개 업체 입주예정) 100만평의 토지에 대해 50년간 사용한다는 계약을 맺했다.

    당시 북측은 토지 사용료를 10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4년부터 받기로 했고, 토지 사용료 액수는 남북 개성공단 관리당국간에 협의해서 정하기로 했었다.

    때문에 북측의 입장대로라면 기업들은 당장 내년부터 토지사용료를 부담하게 됐다.

    또 북은 현재 1인당 월 최저임금이 55.125달러로 돼 있는 근로자 노임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자고 통지했다.

    이 조치는 결국 최근 경기 불황과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주문 취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주기업들에게 개성공단의 최대 `메리트'라할 임금 경쟁력이 대폭 축소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는 북측의 요구에 대한 표면적 해석일 뿐, 북측이 남북관계가 경색될 대로 된 현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빌미로 우리 정부에 대북정책 전환 내지는 '순응'을 요구한 메시지가 더 커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번 조치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101개 입주기업은 개성공장을 접을지, 계속할지에 대한 현실적 고민을 하게 될 전망이다. 또 현재 공장을 짓고 있는 33개 업체들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빠졌으며 분양을 받아 놓고 공장 착공을 하지 않은 100여개 업체들은 대부분 입주를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 영향은 = 북측이 특례적 조치를 재검토하겠다며 사실상 고사위기에 있는 개성공단을 더욱 궁지로 몰아간 것은 일단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이는 북한이 자진 폐쇄에 따른 보상 책임은 피하면서 `대가를 대폭 더 지불하고 공단을 계속 운영할 것이냐, 접고 나갈 것이냐'는 양단간의 선택을 정부와 입주기업에 요구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좀 더 나가면 궁지에 몰린 입주기업들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 압박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고단수의 술책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다만 북이 공단 폐쇄.차단과 즉각적인 조치를 내 놓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을 찾는 시각도 없지 않다.
    실제로 공단 폐쇄를 거론하는 등의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고 남북접촉에 나갔던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의 통보 사항이 대체로 `돈문제'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 뜻밖이라는 반응도 있다.

    또 북측이 통보한 조치가 일방적이긴 하지만 "개성공단 관련 계약에 대해 재협상을 하자"며 대화의 문호를 열어 둔 점 등에 대해 희망의 단초를 찾는 시각도 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남북관계가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경우 북측의 태도가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어찌보면 북한은 이번에 최근 엄중한 정세 속에서도 공단을 계속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라며 "북한 권부 안에서도 공단을 끌고 가겠다는 인식이 없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접촉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문제와 북측에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 처분 문제는 계속 남북관계 갈등의 씨앗으로 남게 됐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