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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 정권에 의해 17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떼죽음당한 대학살극을 그린 명작 ‘킬링 필드’(Killing Field)의 엔딩 부분에는 역설적이게도 반전과 평화를 노래한 존 레넌의 ‘이매진’(Imagine)이 흐른다. 가장 끔찍한 비극의 한복판에서 피워올리는 평화에의 기도는 “... 상상해보세요 국경이 없는 세상을/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누굴 죽이거나 죽을 이유도 없겠지요...”라고 노래한다.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히트를 쳤고, 노래는 여전히 사람들의 귓전을 흐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상에는 크고작은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느누구 하나 평화를 원치 않는 사람이 없음에도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 걸까?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갈라파고스 펴냄)의 저자 다케나카 치하루는 이 당연하고도 비범한 질문을 자기 스스로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던진다.

    저자에 따르면 갖가지 폭력과 분쟁을 낳는 가장 주요한 원인은 ‘양극화’에 있다. 요컨대 세계는 이른바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와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로 이분되가고 있다. 이는 단지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엄연히 같은 나라, 같은 지역 안에서도 “두 개의 세계가 분열되어 있으며, 시장경제체제가 성장해감에 따라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즉 대도시의 중산층 이상이 사는 주택가가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계’로 대변된다면 그 반대쪽에는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 일반적으로 ‘슬럼’이라고 불리는 ‘위험하고 가난한 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분열하고 대립하는 두 세계의 충돌이 일상적 폭력에서부터 대규모의 구조화된 폭력인 전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쟁과 갈등의 불씨가 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원인이 있다면 해결방법도 있는 법,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처방전은 평범하다 못해 생뚱맞기까지 하다. 저자는 얘기한다. “여러분에게는 힘이 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과 세계의 오늘을 생각해보십시오. 바꿀 수 없는 것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바꿀 수 없는 것이며, 어떤 것이 바꿀 수 있는 것인지 분별할 능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여러분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해 동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마 당신은 외톨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 저자는 ‘고통을 공유’하고 그 공유의 바탕위에서 연대하는 것이야말로 현대사회의 연쇄적인 폭력을 푸는 열쇠가 된다고 힘주어 주장한다. “함께한다는 것, 그것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평화에 대한 연대는 무기와 폭력을 넘어선다”는 저자의 믿음의 말들이 아직도 여전히 공허하게 들리는지? 그렇다면 평화의 길은 그만큼 멀어진 것이다. 물론 고통의 공유와 연대라는 외침에 깊이 공감한다면 그만큼 평화는 가까워진다. 저자의 말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다케나카 치하루 지음, 248쪽, 1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