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가 희생되고 누가 부상을 당했습니까? 추모비는 세우지 못할망정 항쟁비가 웬 말입니까?”
    동의대 사건 5년 뒤인 1994년 동의대 총학생회가 53 동지회, 53 후원회 등과 함께 이른바 ‘5.3 항쟁비’ 건립을 추진할 때 정유환씨 등 순직경찰관 기족들이 건립추진위에 보낸 호소문 일부다.

    건립추진위는 이 같은 유족들의 호소에 그해 4월 25일 성명을 내고 “희생된 경찰관 유가족과 협의가 없어 더 이상 항쟁비 건립 추진이 어려워졌다”며 사실상 항쟁비 건립을 그만두었다.
    유족들이 동의대 학생들에게 보낸 호소문엔 이들의 애끓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다음은 호소문 내용.
    동의대학교 학생 여러분!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어떠한 명분과 이유로도 이제 폭력과 화염병 시위는 반대합니다.
    1989년 5월 3일 동의대 도서관 7층 화염병 참사로 아들을 잃은 유가족 모두는 지금도 그날의 슬픔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찰관 7명이 숨지고 10명이 부상한 그 얼마나 큰 사고였습니까?
    해마다 오월이 오면 우리 유가족 가슴에 피멍이 든 슬픔과 아픔을 누가 보상하고 달래줄 수 있겠습니까?
    동의대 학생 여러분, 그대들은 부모가 없습니까?
    자식 잃은 유족들의 통곡소리를 들어보세요.
    구속된 학생들의 부모님들이 탄원서를 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유가족을 찾아다녔습니까? 이제 더 이상 위선자가 되지 마세요.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 앞에서 이유 없이 몸을 방패삼아 데모를 막아야 하는 전경, 의경, 경찰관들은 과연 어느 나라 국민인가요?
    5.3 동의대 사태 순국 경찰관 영결식 때 온 국민이 눈시울을 적시며 성금과 조의금을 보내고 야소야대인 국회에서 왜 화염병 사용금지법이 제정되었겠습니까? 유가족을 위로하고 더 이상 폭력시위나 화염병이 없어져야 한다는 국민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동의대학교 학생 여러분! 이 모두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겪어야하는 시대적 갈등이라기에는 너무나 희생이 크고 참혹합니다.
    지 금 5.3사태 관련 학생과 총학생회 중심으로 추진 중인 동의대학교 도서관 앞에 고인들의 이름을 더럽히게 할 5.3 항쟁비 건립은 온 국민과 유족의 이름으로 규탄받아야 합니다. 추모비는 세우지 못할망정 항쟁비가 웬 말입니까? 누가 희생되고 누가 부상당했습니까? 우리 유가족들이 받을 심적 고통을 지성인이라는 동의대 학생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셨습니까? 5.3사태 관련 대학생들은 가슴 깊이 반성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국립묘지에 계신 말없는 영령들이 어찌 편히 잠들 수 있겠습니까?
    동의대사태와 같은 불행은 한 번으로 끝나고 다시는 우리와 같은 유가족이 없어야 합니다.
    가신 님들의 명복을 빌면서 5.3 부산동의대사태 순국경찰관 유가족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