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의 善意' 전제한 대북정책은 虛像

      그 동안 우리 역대 정권들은 보수도 진보도 북한의 대남 정책이
    우리가 하기 따라서는 선의(善意)에 기초한 것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설정하고,
    그런 기대에 부합한다고 간주되는 대북 제안들을 내놓곤 했다.
    그러나 지금의 시점에서 볼 때 이런 낙관론은 일방적 ‘김칫국 마시기’였다는 게
    갈수록 확실해지고 있다. 

     북한은 우리에 대해 한 번도 선의를 가져본 적이 없다.
    선의를 가졌다면 그들이 자기편이라고 간주한
    이쪽의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전술적인 시늉이었을 뿐이다.
    핵실험을 거듭할수록 북한의 이런 대남자세는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파괴'를 전제로 한
    대남정책, 대미정책, 군사정책만을 추구해 왔을 뿐이다. 

  •  이런데도 우리 역대 정권들은
    북한이 우리의 월등한 경제력, 재래식 군사력, 한미동맹,
    국제공조 앞에서 언젠가는 붕괴하거나(crash landing),
    타협적으로 나오거나(soft landing),
    그저 그럭저럭 연명할 것(muddling through)이라고 전제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그 실전배치는
    우리 정권들의 그런 낙관론이 허상이었음을 반증했다.
    북한은 우리에 대해 오히려
    ‘핵 우위(nuclear superiority)'에 기초한
    ’통첩외교‘로 전환하고 있다.
    “우리 하자는 대로 할래, 아니면 불바다 맛볼래?”로. 

     정세를 이렇게 판단한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북한은 우리에 대해 선의 아닌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
    향후의 우리의 대북 정책을 짜야 하겠다는 것이다.
    운동권 야당은 이에 반대할 것이다.
    중도개혁임을 자임하는 ‘국민의 당’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절충론,
    그러나 ‘햇볕’ 쪽으로 약간 더 기운 자세로 임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영혼, 철학, 가치관, 역사관, 적극적 의지가 없으니
    무슨 소릴 한 대도 중요할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사실과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정직성이다.
    정치적인 성향과 목적에 따라 북한의 진면목을 이렇게 저렇게 제멋대로 각색하고 윤색해서
    대북정책을 세우는 것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진실을 바라보고, 그 진실에 기초해서 할 바를 해야 한다.
    진실은 무엇인가?
    대북정책은 북한의 악의에 대한 우리의 이념적 대응, 군사안보적 대응, 외교적 대응,
    국내정치적 대응의 총합이어야 할 것이란 점이다.

      딴 소리 할 것 없다. 복잡하게 말할 것 없다.
    외국유학 가서 배워왔다는 친구들, 유식한 체 이런 저런 ‘학문적 방법론’을
    우리 남-북 현실에 적용해 실험하려 들지 말라.
    통일-대북 정책은 구체적인 한반도적인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축적된
    우리의 실존적인 체험과 거기서 우려 나오는 정직한 반응과
    순발력 있는 결단이어야 하는 것이지, 까짓 세 치 혀로 하는 게 아니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