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고급주택가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다 붙잡힌 장모(57)씨가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영완(58)씨의 집을 털었던 경험담을 내세워 공범을 끌어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7일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장씨가 고급 주택가 정보를 입수한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김영완 씨의 집에서 2002년 강도 혐의 등으로 기소돼 7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뒤 올해 서울시내 고급 주택가에서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1억1천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는 구치소 동기 등 지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내가 김영완 집에서 거액을 털어 징역을 살았다. 비자금을 숨겨둔 또 다른 고급 주택가를 내가 알고 있다"며 강도 전과자들을 범행에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모(44)씨 등 술자리에 함께한 강도 전과자들은 장씨의 무용담을 반신반의하면서도 결국 장씨의 '입담'에 넘어가 올해 3월 이태원동 범행 등에 가담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들은 올해 3월 한 사업가의 이태원동 자택에 침입해 부인 L씨와 자녀를 흉기로 협박, 이중금고를 열고 보관된 도자기 중 문화재급 가치가 있는 한 점을 빼앗아 나왔다.

    주범 장씨는 지난 7월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가 산다는 종로구 청운동의 주택을 노렸지만 파악한 정보와 다른 거주자가 살고 있어 시계 등 1천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는데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장씨는 2002년 김영완씨 자택 강도사건과 관련, 양도성 예금증서와 유가증권 등을 빼앗은 금액이 100억원대로 알려졌던 것과 달리 1천4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범 장씨가 마지막 순간까지 혐의를 부인하면서 범죄사실과 관련없는 자신의 인생 얘기 등을 장황하게 얘기했고 때로 눈물까지 보였다"며 "이런 진술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은 장씨의 범행 수법과 전과기록을 검토한 결과 집안에 현금과 고가의 금품을 보관하는 곳을 정확하게 범행 대상으로 꼽은 점 등으로 미뤄 정치권에서 관련 정보를 수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