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 금융인맥의 비밀   
     IMF 150조 공적자금이 사채업계 지형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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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일고' 학연으로 구성된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불법대출이 4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은 초기에 MBC가‘지연과 특정 명문고 학연이 얽혀 빚어진 사건’이라고 보도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일부러 부산 경남고로 착각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보여준 놀라움은 핵심 경영진이 모두 특정 학맥과 지연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박연호 회장, 김양 부회장, 오지열 행장, 그리고 부산저축은행의 주거래사인 KB자산운용사 장인환 대표 등이 광주일고 출신이고 문평기 감사는 광주지역의 다른 고교 출신이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하루 전날 거액을 인출해 간 서울신용평가의 최대주주 김영재 회장도 광주일고 출신이다.

    광주일고 동문들은 '미래에셋'을 만들어 성공시킨 주인공들로도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특정 고교세력이 하나의 금융회사를 인적으로 지배하고 4조5천억원이라는 불법대출을 시행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실제로 저축은행이라는 존재의 속성과 여기에 관계하는 전주(錢主)의 투자기법을 이해해야 한다.
     
     ‘특정 명문고’와 미래에셋
     
     “중소 저축은행은 사실상 사채업자의 사금고라고 보면 맞습니다.”
     안산의 한 저축은행의 간부로 10여년간 근무했던 K씨는 시중 저축은행의 성격을 그렇게 정의한다.
    저축은행은 소액대출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부동산 PF나 기업어음, 상장사 주식담보대출과 같은 업무를 시행하는데 이때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전주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저축은행 자체가 숨은 전주의 소유이고, 그렇기에 특정 지역과 학맥의 경영진으로 구축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게 K씨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실제로 호남의 실력 있는 전주의 소유일 가능성이 있을까? K씨가 한 사채업자를 소개했다.
     
     “IMF이후 기업금융 쪽은 호남세력이 다 잡았어. 정권교체되면서 이 바닥도 물갈이가 됐지.”
     
     명동의 조 회장(71·가명)은 사채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리대를 놓는 그런 사채업자는 아니다. 조 회장의 단골들은 대개 코스닥 상장사나 중견 건설업체들이다.100억대 이하는 거래하지 않는다. 주로 상장회사의 유상증자나 인수합병자금, 또는 건설업체에 공사대금을 빌려준다.
    물론 담보를 잡는다. 상장사의 경우는 대주주의 지분이고 건설업체의 경우 보유 자산이다.
     
     “원래 대한민국의 알부자들은 다 영남이었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로 돈들을 벌었지.IMF 이전까지만 해도 호남은 웬만해서는 부동산 자금 바닥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없었다고.”
     
     호남계 사채가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IMF 외환위기로 150조가 넘는 공적자금이 투여되면서부터라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IMF사태로 경상도 자금들이 타격을 크게 입었어. 30개 대기업 가운데 반이 죽었잖아. 부동산에 묶인 돈도 꼼짝을 못했지. 그런데 공적자금이 풀리면서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모 재벌그룹이 정부로부터 엄청 자금지원을 받으면서도 계속 사채시장에서 돈을 구하려고 손을 벌리는 거야. 거기에 돈을 대주는 호남 뉴페이스들이 나타났지. 대개 공적자금 특혜를 받은 회사 브로커들이었어.”
     
     IMF 150조 공적자금이 업계 지형 바꿔
     
     조 회장이 밝히지 않은 모 재벌은 당시 사채시장에서 가장 큰 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02년 한나라당 공적자금조사특위 보고서에 따르면 DJ정부 들어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재벌사는 현대그룹이었다. 모두 34조원의 특혜성 금융지원이 이뤄졌고 이중 회수 불능액은 23조8,700억원이었다. 하이닉스반도체,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유화 등 4개사의 회사채 신속 인수로 2조3,000억원의 금융이 지원됐다.
     
     그렇다면 조 회장이 말하는 재벌사를 상대로 돈놀이를 한 주체들은 누구였을까?
     김대중 정권 시절, 특혜를 받아 돈이 남아돌았던 회사는 사실 없다. 있다면 불법과 부정으로 공적자금을 빼돌린 기업들이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손실예상분은 8조2,000억원에 달했다. 한마디로 먹튀라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사채시장에서 과거 나라종금은 현재 호남 금융마피아의 모체가 된 것으로 알려진다.
    나라종금은 호남이 고향인 보성그룹 김호준 회장이 인수한 직후 98년 부실로 인해 영업정지됐다가 아무 이유 없이 다시 영업이 재개됐다. 그리고 99년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듬해인 2000년 나라종금이 퇴출됐다는 사실이다.
    금감원의 설명은 ‘영업재개를 허락한 것은 단순 실수’였다. 그러나 3조에 가까운 공적자금의 행방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과 친인척,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염동연 씨는 2003년 나라종금 퇴출저지 뇌물 수수로 구속돼 유죄가 확정됐다.

    김대중 정권 하에서 2조7,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여된 나라종금이 김대중, 노무현 실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뇌물로 주었는지,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자금을 빼돌렸는지 노무현 정권은 제대로 밝힌 것이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밝힌 1998~2002년 동안 벌어진 몇 개의 사실은 알려져 있다.
    광주, 전남 지역을 영업권으로 삼은 한남투자신탁이 도산에 이르게 되자 ‘호남 민심이반’을 우려한 DJ정권의 특혜성 지원을 담보로 현대투신이 인수토록 함으로써 2조5,000억원의 자금이 호남계 부실기업에 돌아갔다.

     DJ의 친인척이 실세로 재직했던 예금보험공사는 해외채권 6억3,000만 달러 가운데 상각채권 1억4,500만 달러의 회수내용을 조작, 5,000만 달러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자산관리공사는 투신사로부터 대우계열기업 무담보 채권 18조4,000억원을 6조3,000억원에 매입한 후 이를 정산하면서 관계기관대책회의와 금융정책협의회의 압력으로 최소 5,400억원 이상을 고가 매입해 줬다는 의혹과 함께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해외채권 4억7,500만 달러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DJ의 친인척과 관련된 아더앤더슨 컨설팅에 매각금액을 낮추는 방식으로 토탈컴퍼니라는 하청 계약사에게 5,000만 달러 비자금을 조성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모든 사건들의 배후에는 호남계 실세들과 DJ의 친인척이 개입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이성헌 한나라당 의원은 “토탈컴퍼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관계 있던 H사장이 운영하던 곳으로, 정권 실세인 P의원의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