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장 대한민국 ④

     건국이 되자마자 제적의원의 압도적 찬성을 받아 가동되었던 반민족행위처벌 특별위원회는 1년이 지난 1949년 9월 22일에 해산되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일제시대 고등계 형사로 악명을 떨친 노덕술을 반민특위가 체포했다가 경찰과 갈등을 일으킨데다 반민특위를 적극 지지했던 소장파 의원들이 공산당 프락치사건으로 구속된 것이 영향을 준 것이다.

    내가 반민특위 활동에 미온적이었다는 비난은 견디겠지만 방해했다고 말하는 자들은 세상을 가볍게 보거나 악의에 찼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친일파를 두둔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다만 국가의 기틀을 굳히려면 먼저 공산당을 소탕하고 그 다음에 친일파를 숙청해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깨끗한 바탕의 국가에서 공산당을 물리치자는 자들의 주장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음모가 숨겨져 있다. 그 증거중 하나가 공산당 프락치로 구속된 국회부의장 김약수등이 될 것이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안정은 뒷전이었다. 공산당은 경찰, 군, 행정조직은 물론 국회에까지 침투하여 대한민국을 전복시키려고 했다. 반민특위 특경대는 초법적 위치에서 의심만 가면 잡아다가 고문하고 구속했다.

    그래서 6월6일 경찰이 특경대를 습격하여 해체시킨 것이다. 내가 친일파 숙청과 공산당 소탕의 양쪽 일을 동시에 할수 없었다는 비난은 받겠지만 친일파 비호자라는 말은 붙이지 말라.

    그 즈음의 국무회의 때인 것 같다. 중앙청 회의실에서 내가 장관들을 둘러보다가 문득 국방장관 신성모에게 물었다.
    「국방장관, 부산에서 대마도까지 배로 얼마나 걸리겠소?」
    「예, 상선으로 다섯시간이면 넉넉합니다.」

    즉각 대답했던 신성모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치를 챈 것이다. 상선 선장 출신이라 금방 대답부터 해놓고 보았지만 현재는 국방장관 신분이다. 한가하게 내가 뱃시간을 물어 보았을 리가 있었겠는가?

    내가 다시 물었다.
    「국군 3사단 하나면 될까?」

    3사단은 대구에 위치하고 있으니 부산에서 가깝다. 국무회의장은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신성모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예, 저, 그것이…」

    신성모가 감히 입밖으로도 말을 내지 못했을 때 내가 다시 묻는다.
    「아니면 용산의 수도사단이나 7사단 두 개 사단을 포함시키던지.」
    「아, 예.」
    「3개 사단이면 대마도를 점령할수 있겠지요?」

    그 순간 국무회의장은 말없는 동요가 일어났다. 내가 무모한 성품이라고 믿는 각료가 절반은 넘었을 것이다. 장기영도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고 김도연은 눈을 치켜뜨고 있다.

    그러나 아직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신성모가 대답했다.
    「예. 3개 사단이면 됩니다. 각하.」

    눈을 치켜뜬 신성모가 말을 이었다.
    「그럼 즉시 배를 준비 시키겠습니다. 각하.」
    「배는 몇척이나 필요하겠소?」
    「하물을 재어봐야겠습니다만, …」

    머리를 든 내가 각료들을 둘러보았다. 신성모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었지만 이제 각료들의 표정은 조금씩 풀려지고 있다.

    나는 1949년 들어서 계속해서 대마도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삼국시대 이후로 계속된 일본의 한반도 침략 기지인 대마도를 도로 찾아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였다.
    지난 2월에 맥아더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 했을때도 대마도 반환을 요청했다. 대마도를 점령하면 친일파를 다 그곳으로 보내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