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한나라당 입당 권유가 조롱? 손학규는?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 칼럼, 네티즌 이슈

    변희재, pyein2@hanmail.net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의 칼럼 ‘한나라당, 유시민 영입 어떤가’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친노권력형 매체 뷰스앤뉴스와 뉴스페이스에서는 “동아일보마저 유시민을 조롱한다”며 반발하는 반면, 유시민에 적대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 찬성 의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 김순덕 위원의 칼럼은 전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노무현 정권 당시부터 유시민이 걸어온 길과, 공적으로 출판한 책을 하나하나 인용하며, 북한에 대한 입장, 한미FTA 등 통상정책, 친시장주의, 무상복지 반대 등등 국가 중요 정책에서 유시민은 한나라당, 특히 친이계와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입증했다. 김순덕 위원이 비밀자료에서 얻은 게 아니라 검색 한번 하면 다들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정책과 노선에서 한나라당과 차이가 없는데 왜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에 기웃거리냐는 것이다.

    노무현의 꿈 한미FTA의 일등공신 유시민, 왜 숨기나

    김순덕 위원의 칼럼은 전혀 조롱이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소신있게 가라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유시민의 한나라당 입당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유시민이 2002년 처음 창당했던 개혁당 평당원으로서 유시민이 더 이상 개미당원의 푼돈을 끌어모아 거대정당에 팔아먹는 일은 중단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 점에서 한나라당 입당은커녕 민주당에만 입당해도 유시민의 정치생명은 그날로 끝난다.

    유시민은 자신의 갈 길을 가면 그만이다. 단적인 사례로 유시민은 한미FT협상 때 보건복지분야에서 절대적 기여를 했다. 유시민이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약가 변경 문제를 한미FTA 틀 내에서 조정하겠다고 협조하지 않았다면, 한미FTA는 애초에 시작도 못했다. 약가조정 문제는 이른바 4대 선결과제 중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다.

    유시민은 이에 대해 좌파진영으로부터 비판을 받자 “미국에 굴복한 적 없다”며 “공개토론을 하자”고 정면 대응하기도 했다. 이 유시민은 지금의 유시민과 다른 인물이냐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이었던 한미FTA 반대를 위해 몸을 던지는 강기갑 등 민노당, 천정배, 정동영 등 민주당과 어떻게 연대를 하냐는 것이다.

    유시민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던진 대연정 제안에 대해 친노세력 중에서도 유일하게 동의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없다”며 대연정을 기초로 개헌을 하자는 제안까지 했었다. 노대통령은 결국 대연정이 실패하자, 2007년 원포인트 개헌 제안 이후, 연정이 가능한 내각제와 결선투표제 개헌을 해달라고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유시민은 이러한 노대통령의 유언을 지키고 있는가.

    유시민은 야권연대의 방법론으로 무차별적으로 다구리를 당했다. 노대통령은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결선투표제를 채택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장관이 추진하는 개헌에 대해 유시민은 적극 찬성하며, 노대통령의 결선투표제를 관철시켜야 할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유시민은 야권연대 협상할 것도 없이 예비투표에서 상위 2위 안에 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노대통령의 유언도 지키면서 자신의 정치적 활로도 찾을 수 있는 일거양득이다.

    유시민의 개인 진로와 별도로 김순덕 위원의 칼럼에 대한 친노매체의 반응은 그야말로 엽기적이다. 김순덕 위원의 칼럼을 ‘조롱’이자 ‘엽기로’ 폄하한다. 이들은 김순덕 위원이 제시한 근거에 대해 단 한줄도 반박하지 못한 채, 부정적 이미지 덮어씌우기에만 골몰한다. 이들이야말로 박태견 뷰스앤뉴스 대표의 말처럼 “이같은 글은 언론이 집권세력과 자신을 동일시할 때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언론인으로서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자문자답해보라.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의 민주당 성공, 유시민이 한나라당에서 못할 것 있나

    뷰스앤뉴스의 박태견 대표와 뉴스페이스의 민일성 기자는 김순덕 위원의 마지막 문장을 기억해보라.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가 민주당에서 기회를 잡았듯이 유시민이 한나라당에서 손학규 이상의 몫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유시민의 한나라당 입당을 권유한 칼럼을 엽기이자 조롱이라 한다면, 15년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에 와서 유시민을 제쳐버린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내일 당장이라도 김문수 지사와 같은 인물이 민주당에 들어와서 손학규 대표를 제쳐버리면 또 어떡할 것인가. 이런 엽기적 정치판에서 유시민 대표 뿐 아니라 손학규 대표가 다시 한나라당에 재입당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유시민은 앞뒤 보지 말고 독자노선으로 가라는 것이고, 정체성도 맞지 않는 민주당이나 민노당과 절연하고, 오히려 북한세습에 절대 반대하며, 한미FTA 등 개방과 시장주의 정책을 지지하는 다수의 중도보수층 유권자의 지지를 모아보라는 것이다.

    이미 두 번이나 서민당원들의 돈을 모아 창당한 유시민이 거대 정당에 들어가는 순간, 그의 마지막 남은 가치까지 죽이는 길이다.

    노무현 정신은 신념과 원칙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는 것

    필자가 노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본 계기는 김현종 전 외교통상본부장이 출판한 책 ‘한미FTA를 말하다’를 정독하고 나서이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세력이 결사 반대하는 한미FTA를 추진하기 위해 일체 자신과 인맥이 없는 WTO 출신 외교통상 전문가인 김 본부장을 책임자로 내정했고, 그 어떤 비판이 들어와도 흔들리지 않고 일을 추진했다. 직접 청와대 홈피에까지 나가 한미FTA를 음해하는 좌파세력과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런 일을 과연 이명박 정부였더라도 할 수 있었을까. 유시민이 노무현의 정신을 살리겠다면, 옳다고 믿는 길을 좌고우면 하지 않고 가야 한다. 노대통령이 손학규에 줄서는 친노세력에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까지는 노무현의 그릇에 한참 못 미쳐 보이나, 그나마 야권의 주자들 중에서는 유시민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유시민의 건투를 빈다. / 변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