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이 가까워오니 벌써 "햅쌀을 수확했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해에 새로 난’의 뜻의 접두사로는 '햇~'과 '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사이시옷을 붙여 햇밤 햇보리 햇병아리 햇감자 햇과일처럼 쓰입니다. 햇콩 햇팥 햇쑥으로 혼동하여 잘못 쓰는 일이 많은데, 뒤에 오는 말이 된소리이거나 거센소리인 일부 명사 앞에서는 '해~'를 붙여 해콩, 해팥, 해쑥 처럼 써야 합니다. 그런데 유별난 것은 쌀의 경우 된 발음임에도 그 앞에 '햅~'을 붙여  햅쌀이라고 합니다.

  • 유독 그 해에 새로 난 쌀만 '해쌀'이 아니고 '햅쌀'이 된 이유는, 쌀이 중세국어에서 'ㅂ살'처럼 낱말 첫머리에 'ㅂ' 소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현대국어에서 홀로 쓰일 때 'ㅂ' 소리가 나타나지 않다가 '입쌀', '찹쌀', '멥쌀', '햅쌀'처럼 몇몇 다른 낱말이나 접두사에 붙여 쓸 때 'ㅂ' 소리가 살아나기 때문이지요. 볍씨(벼+ㅂ씨), 입때(이+ㅂ때), 접때(저+ㅂ때), 눈을 부릅뜨다(눈을 부르+ㅂ뜨다), 휩싸다(휘+ㅂ싸다), 댑싸리(대+ㅂ싸리) 등도 비근한 예입니다. 이 경우 벼씨, 이때, 저때, 부르뜨다, 휘싸다, 대싸리라 하지 않듯이 말입니다. 현대국어에서는 이처럼 실제 발음을 고려하여 소리 나는 대로 적고 있는 것입니다.

    김충수 전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