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과거 신경관 결손증을 가진 태아를 분만한 경험이 있는 김 모씨(29세. 여)는 임신준비를 위해 산부인과를 방문했다. 신경관 결손증(대표적인 질환으로 무뇌증이 있다)은 태아에게 발생하는 가장 흔한 기형중의 하나로 배아기 28일(임신 5주)에 완성되는 신경관 폐쇄가 불완전하게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태아를 임신한 경험이 있는 산모는 재발방지를 위해 엽산제를 사용하는데, 임신전에 엽산제를 복용할 경우 신경관 결손증 발생빈도를 85%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본인이 임신인지를 알게 된 후에 복용하는 엽산제는 신경관 결손증 예방에 전혀 효과가 없다. 김 씨는 주변 환경조사, 유전학적 가족력 검사, 식습관 조사 등을 시행한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엽산제를 복용하였으며 2개월가량 복용 후 임신에 성공, 최근 건강한 아기를 분만하였다.

    사례 2
    임신 전부터 당뇨가 있어 혈당 조절을 해오던 최 모씨(28세. 여)는 혈당 조절에 실패한 상태에서 본인도 모르게 임신이 되었다. 최 씨의 태아는 심실중격 결손증 및 대동맥 협착증이 있었으며, 초음파 검사상 4.6kg의 거대아로 견갑난산(태아의 머리가 분만된 후 어깨가 분만되는 시간이 60초 이상 지연되는 경우)의 가능성이 있어 제왕절개술로 분만하였다.
    최 씨처럼 당뇨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임신 후는 물론, 임신 전 기간의 당 조절 상태가 중요하다. 이는 임신 전 기간과 임신 시에 당 조절이 잘 안된 경우 태아 기형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 씨의 경우 임신 전과 임신한 후에 당뇨가 태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살펴 혈당 조절을 잘 했다면 태아의 심장 기형, 거대아에 의한 제왕절개분만 모두를 예방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당뇨는 이 밖에도 임신중독증, 조산, 사산, 양수과다증의 임신 합병증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례 3
    네 차례 임신 모두 자연 유산 경험이 있는 박 모(31세. 여)씨는 습관성 유산의 진단을 받고, 스테로이드 및 아스피린 제재를 사용해 보기도 하였으나 별 효과가 없었다. 임신준비클리닉을 방문한 박 씨는 각종 검사를 통해 습관성 유산의 원인이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임신 계획과 더불어 임신 여부를 전문의와 상의한 박 씨는 임신 확인과 더불어 즉시 항응고제인 헤파린과 아스피린 투여를 받았고, 최근 만삭에 건강한 아기를 분만하였다.
    반복적으로 유산이 되는 경우 부모의 염색체 이상, 자궁의 기형, 면역학적 질환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며, 3차례 이상의 반복되는 유산의 경우 임신 전에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하고 적절하게 처치하면 성공적인 임신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례 4
    개인 이비인후과 의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인 서 모(30세, 여)씨는 초산모(初産母)로 임신 26주경에 심각한 자궁내 태아성장지연 때문에 개인 산부인과 의원에서 전원된 경우다. 검사결과 양수 감소증과 소량의 태아 복수가 있었으며, 태아의 염색체는 정상이었으나 거대세포바이러스의 DNA가 검출돼, 거대세포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자궁내 성장지연으로 진단이 되었다. 서 씨는 어렵게 임신중절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거대세포바이러스는 임신 기간 중의 감염으로 태아에게 심각한 기형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에 하나로 신생아 중환자실 근무자, 소아와 접촉이 많은 기관 근무자, 투석실 근무자 등 감염상황에 노출된 직업을 가진 여성들에게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서 씨의 바이러스감염은 개인 이비인후과 의원 간호사로 근무했던 이력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신 전에 감염에 대한 위험을 인지하고,  조치를 취했다면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은 케이스다.   


    “임신 준비는 건강한 태아와 산모를 위한 필수과정 ”

    임신을 하기 전에 먼저 건강한 산모가 될 수 있는지, 건강한 태아를 낳을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임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임신준비에 대한 가임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충치예방 등의 간단한 치과치료나 풍진 예방주사 등 소극적인 임신준비에 임했던 여성들이 최근 건강검진이나 상담 등 적극적인 임신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임신준비가 잘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 50%를 넘는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 국내에는 정확한 통계가 없지만 미국의 1999년 CDC(The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모든 임신의 약 반 정도가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라고 한다. 미국의 한 산부인과에서 임신반응소변검사를 통해 음성반응이 나온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도 역시 ‘▲ 대상자의 대부분은 임신을 원하지 않았으며 ▲ 그 중 반 정도가 임신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과적 혹은 생식학적 위험 요소가 있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처럼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 과반을 넘는 상황에서 임신준비과정은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태아의 기관 형성시기 문제다. 태아의 기관 형성은 수정 17일 전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본인이 임신상태인지를 가장 많이 알게 되는 생리예정일 1~2주 후(임신 5~6주)에는 이미 척수가 완성돼 있으며 심박동이 있는 시기다. 즉 본인이 임신인지를 알았을 때는 이미 중요한 기관이 어느 정도 완성된 시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건강한 태아를 출산하기 위해서는 태아에게 위해가 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고 예방하는 임신준비과정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임신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고 있는 가임여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가임여성 중에는 이미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의학적인 문제, 복용하고 있는 약제의 태아에 대한 영향, 직업상 노출되고 있는 유해물질의 종류와 태아에 대한 영향, 그 외의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습관들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임신여부를 확인한 후 산부인과를 처음 방문하였을 때는 임신으로 산모 본인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학적 문제나 태아의 기형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들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임여성은 임신에 앞서 자신의 건강상태와 정신적, 행동적, 의학적 위험요소에 대해 점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임신 후 태아가 태어나기까지 출생전 관리를 받기에 앞서, 전 단계인 임신 전 상태부터 관리를 시작함으로써 태아 발생에 보다 좋은 환경,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임신준비의 목적인 것이다.

    임신 전에 살펴보아야 할 항목
     임신을 준비하는 가임여성은 먼저 자궁이나 난소에 기형이 있는지, 종양이 있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이러한 질환은 태아의 유산, 사산, 조산과 관련이 깊으며 임신기간 중에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등은 산모 생명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질환이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풍진, AIDS, 매독 등의 감염성 질환도 태아에게 감염이 전이되거나 기형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 간이나 신장 기능 장애는 조산, 태아 사망과 관련이 있으며, ▲ 당뇨병은 태아의 여러 가지 선천성 기형, 거대아, 임신중독증, 태반 조기박리, 조산을, ▲ 방광염이나 요도염 등은 조기진통과 관련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같은 질환 외에도 가임여성의 식습관, 직업상 유해물질 노출여부, 흡연이나 과음 등의 좋지 않은 습관 유무, 약물 투여 기록, 가족력 등을 살펴보아야 하며 정신질환이나 가정폭력 여부 등도 검토 대상이다. 

    도움말 : 서용수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산부인과 교수
    문의 : 02)970-8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