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아무도 없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반면, 누군가 그 공간으로 들어서는 순간 몹시 불편함을 느낀다.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눈을 내리깔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엘리베이터라는 사물 앞에서는 편하던 마음이 왜 사람들 앞에서는 불편해지는 것일까?

    박정자 교수는 갑자기 등장한 대상이 의식 활동을 촉발시키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즉, 애초에 의식은 무(無)의 상태에 있는데 의식 앞에 나타난 대상은 사람이건, 물건이건 ‘오브제(물건)’으로 인식 돼 보인다. 즉, 인간을 사물화하는 시선이 불편함, 공포감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시선은 인간 사이를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바라보는 자는 우월한 존재, 힘있는 존재로 만들고 바라보여지는 자는 열등한, 힘없는 존재로 관계를 설정시킨다는 것이다.

  • ▲ 인문학콘서트 ⓒ 뉴데일리
    ▲ 인문학콘서트 ⓒ 뉴데일리

    박 교수는 사르트르의 ‘구토’를 인용해 이 불편한 관계를 설명한다. 실제 인간도 아닌 초상화 인물들의 시선 앞에서 주눅 드는 주인공의 심리가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정책방송 KTV에서 김갑수의 진행으로 3년 가까운 기간에 70편이 넘게 방영한 ‘인문학 열전’ 시리즈 가운데 열세 편을 모았다. 인문학의 쓸모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저자들은 “개인의 관점, 가치관을 정립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김영한 저자는 “인문적 상상력과 과학의 힘, 이것은 현대문명을 창조한 두 축”이라고 본문에서 밝히고 있다.

    지적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흥미로운 인문학의 각론들을 최재천, 김영한, 고미숙 등 국내대표인문학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담아냈다.

    이숲 펴냄, 384쪽,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