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혐의 탈랄 왕자의 ‘킹덤 홀딩스’, 시티그룹·트위터·21세기 폭스 대주주
  • ▲ 2015년 3월 한국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5년 3월 한국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알 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 왕자.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난 4일(현지시간) 왕자 11명을 포함해 200명이 넘는 전직 총리, 전직 장관, 왕가 사람들을 체포했다. 부정부패 혐의였다. 여기에는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도 포함돼 있었다.

    국제사회는 이 사건이 왕위 계승과 관련이 있는, 정치적 내부 갈등에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우디 정부가 “부패 혐의가 확인된 왕족들의 기업과 소유 자산들을 국고로 귀속시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데 이어 국제 금융계까지 출렁이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체포와 그의 자산 몰수 가능성 소식이 큰 영향을 끼쳤다.

    英‘파이낸셜 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사우디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지금까지 부패 혐의로 체포한 208명의 왕족들이 수십 년 동안 체계적인 부패와 횡령을 통해 1,0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모았다고 주장했다”면서 “셰이크 사우드 알-모옙 사우디 왕국 검찰총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새로운 반부패위원회가 구금 중인 부패 인사들의 문제를 빠르게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英‘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사우디 검찰은 중앙은행에 왕족들의 계좌를 조사해야 한다며 모두 동결시켜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사우디 정부는 또한 아랍 에미리트 연합(UAE) 중앙은행에도 사우디 왕족들이 보유한 계좌 정보를 넘겨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동결된 사우디 왕족들의 계좌는 9일(현지시간) 기준으로 1,700여 개가 넘었다고 한다. 동결 계좌 수는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英‘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우디 정부의 요청에 따라 동결된 계좌 가운데는 억만장자로 알려진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 前국왕의 아들인 미텝 빈 압둘라 왕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英‘파이낸셜 타임스’는 “사우디 정부가 UAE 중앙은행 측에 계좌 정보를 요청한 이유는 많은 사우디 왕족들이 이곳의 금융기관을 통해 해외 투자를 하거나 거액을 예치해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는 사우디 정부가 11명의 왕자, 특히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체포해 구금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의 자산을 몰수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일(현지시간) 국제 유가가 3% 급등, 2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계는 사우디 정부가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어떻게 처분하느냐에 따라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소유한 '킹덤 홀딩 컴퍼니'의 사옥. 사우디 리야드에 있다. ⓒ킹덤 홀딩 컴퍼니 홈페이지 캡쳐.
    ▲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가 소유한 '킹덤 홀딩 컴퍼니'의 사옥. 사우디 리야드에 있다. ⓒ킹덤 홀딩 컴퍼니 홈페이지 캡쳐.


    ‘포츈’이나 ‘포브스’ 등이 수십 년째 세계 100대 부자 안으로 꼽는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사우디 왕가의 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1955년 3월 7일생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리야드 군사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맨로 칼리지에서 학사, 시라큐스大에서 석사를 받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던 1979년 당시 부친에게서 3만 달러를 빌려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유가 급등세를 통해 거액을 벌어들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1988년부터 세계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소유인 ‘킹덤 홀딩 컴퍼니’는 세계 주요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는데, 실패한 경우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금융가의 새 얼굴인 ‘카나리 워프’,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 ‘AOL-타임워너’,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이베이’, 세계 최대의 SNS업체 ‘트위터’, 거대 금융기업 ‘시티그룹’, ‘포시즌 호텔 앤 리조트’, 자동차 업체 ‘포드’, ICT 기업 ‘HP’, CNN을 만들어 낸 ‘뉴스 코퍼레이션’, 생활용품업체 ‘프록터 앤 갬블’,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한 ‘월트 디즈니’, 히어로 미디어의 원조 ‘마블’ 등이 ‘킹덤 홀딩 컴퍼니’의 손을 거친 기업들이다. 이런 성공 사례 때문에 국제 금융계는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를 “중동의 워렌 버핏”이라고 부른다.

    특히 ‘트위터’와 ‘시티그룹’, ‘21세기 폭스’, ‘포시즌 호텔’ 등의 지분은 지금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온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는 ‘시티그룹’의 최대 개인 투자자이며, ‘21세기 폭스’와 ‘트위터’의 2대 주주라고 한다.

    세계 금융계에서의 ‘시티그룹’, SNS를 비롯한 ICT 업계에서의 ‘트위터’, 미디어 업계에서의 ‘21세기 폭스’가 지닌 위상을 생각해 보면, 사우디 정부가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의 자산을 어떻게 처리하고 그에게 어떤 처벌을 내리는지에 따라 세계 금융계와 산업계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즉 ‘사우디 왕자의 난’은 왕위 계승 서열을 두고 일어난 국내 정치적 문제인지 모르지만, 그 파장은 석유 가격은 물론 미국과 유럽, 동아시아 지역의 금융·미디어·ICT 업계에까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