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행태에 "무모한 도발" 깔고 들어가… 영락없는 '불량국가' 전락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메세컨벤션홀 내의 양자회담장에서 말콤 턴불 호주 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메세컨벤션홀 내의 양자회담장에서 말콤 턴불 호주 총리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책을 먼저 물어오는 등 북한이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일부 정상들은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해 "무모한 도발"이라고 표현하며, 북한을 국제사회의 하나의 책임있는 국가라기보다는 테러단체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불량국가'로 인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8일 오후(한국시각) G20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독일 함부르크의 메세 컨벤션홀 내의 양자회담장에서 말콤 턴불 호주 총리와 한·호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탈원전 정책과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조치 등을 거론하며 호주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늘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자 턴불 총리는 이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한 가지 질문드리고 싶은 게 있다"고 화제를 돌렸다.

    턴불 총리는 "북한이 최근에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는데, 이로 인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호주 총리가 먼저 이를 물어온 것이다. 특히 호주 총리는 최근 북한의 행태를 "도발"이라고 표현하고 "무모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등 잘못된 행동이라는 판단을 이미 분명히 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로 북한이 여섯 번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번 미사일이 ICBM(대륙간탄도탄)인지는 이견이 있지만, 아니더라도 가장 고도화된 미사일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는 더 큰 압박과 제재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강경한 대응이 군사적 옵션까지 올라가서는 안 되고, 평화적 대응을 통한 해결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제재와 압박, 그리고 군사적 조치 사이에서 평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턴불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정책에 적극 공감을 표하며, 북한·북핵 문제 대응에 있어서 우리의 우방국으로서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메세컨벤션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 메세컨벤션홀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오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자리에서도 북핵 문제에 관한 우려와 질문을 먼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있었던 한·캐나다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캐나다산 랍스터가 인기가 좋고, 캐나다에 한국의 화장품 수출이 많이 늘고 있다"며, 양국 간의 통상 확대를 화두로 삼아 대화의 분위기를 풀어나갔다.

    그러자 트뤼도 총리는 "북한 문제에 대한 우려가 깊다"며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어떠한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라면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도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며 "6·25 이후 최대의 위기이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위기는 기회라고 하듯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제재와 압박을 높여가는 동시에 평화적 해결을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 노력을 펼쳐나갈 것을 설명했다.

    모디 총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역내 평화 구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정책과 노력을 지지한다"며 "인도 정부도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턴불 호주 총리와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북한에 관한 우려와 대응책을 묻고 나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8개 국 정상과 양자회담을 했는데 공통적인 주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해 우리 대통령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며 "주요 국가 정상들에게 우리의 분석과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