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 2중' 구도, '3중'으로 개편될까…여태까진 홍준표 말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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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자신감'은 강원도 춘천 유세에서도 계속됐다. 수차례의 '한 자릿수' 여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는 믿지 않겠다"며 당당한 태도를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정국은 줄곧 1강 2중구도를 유지했다. 비록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잠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앞지를 때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30%이상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유지하며 1강 구도를 형성하면 안철수 후보와 황교안 권한대행 등 여권 후보가 이를 뒤쫓는 구도였다.

    더군다나 홍준표 후보는 '2중'에서도 여론조사상 약세로 평가됐다. 최근까지도 홍 후보는 지지율 10%를 밑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렇다면 그의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올까.

    홍 후보는 24일 오후 강원도 유세에서 "결국 선거는 막바지로 가면 좌우 대결로 본다"며 "내가 듣기로는 민주당에서도 막바지로 가면 좌우대결이 될 것이라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민 성향을 통상으로 보수40:진보40:중도20 으로 본다"며 "(보수성향 후보) 분들은 결국 우리 쪽에 다 올 것이고, 저 쪽에는 세 사람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우파만 결집하면 5월 9일 대선에서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논리는 선거 초기만해도 '홍찍문'에 가로막혀 힘을 쓰지 못했다. '홍찍문'은 홍준표 후보를 찍으면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는 말의 줄임말이다. 강한 반문정서를 감안하면 안철수 후보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었다.

    4월 초까지만 해도 이 말이 선거에 그대로 적용되는 듯 했다. 4월 초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는 양자대결에서 문 후보를 앞질렀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다자대결에서도 문 후보를 앞선다고 본 곳도 있었다.

    보수 성향 유권자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듯 했다. 이들은 그간 운동권 논리를 표방해온 문 후보보다는 이를 비판했던 안철수 후보에 기대를 거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 그러나 13일 토론회를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는 분위기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대북관에 대해 캐묻자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불안한 안보관을 내비친 것이다. 안 후보가 햇볕 정책 계승 여부와 사드배치 여부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자, 보수 일각에서는 '안철수 후보를 찍어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는 인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누구를 찍어도 보수 유권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바에야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홍 후보를 찍자는 목소리가 불거진 것이다.

    여기에는 자유한국당이 최소 15%를 넘겨야 선거금을 보전받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 등을 기약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현재 자유한국당은 250억 가량을 담보로 대출받아 선거비용을 대고 있다. 만일 홍 후보가 15%를 넘지못하면 당이 파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자신이 이념적으로 지지할 정당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한 몫 한 셈이다.

    안철수 후보로서는 원래 지지를 되찾고 싶다면 영남권 유권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발언을 해야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영남 유권자들에 손을 내밀면 호남 유권자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는 딜레마를 지닌 아젠다가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DJ의 햇볕정책'이 대표적인 예시다. 영남에서는 반대하고 호남에서는 찬성하는 정책이어서 어느 쪽으로도 답하기 곤란하다.

    둘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결과적으로 안 후보는 호남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다. 지역 기반과 조직이 전혀 없는 영남에 손을 내밀어서는 표를 지키기가 쉽지 않아서다. 결국 홍 후보로서는 호남을 놓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착실하게 영남과 강원 등에서 확고한 영역을 확보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구리 선거 유세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구리 선거 유세 모습.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홍 후보가 같은 장소에서 말한 "어차피 이 선거는 35%게임"이라고 말한 것도 안 후보의 딜레마를 정확히 꿰뚫어본 맥락에서 나온 발언이다. 홍 후보는 "1987년도 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3김이 붙었을 때 37%의 득표로 당선 됐다"며 "어차피 이번에도 3자 구도로 간다"고 했다.

    후보들이 압축되는 과정에서 결국 자신의 지지율이 오르고, 이 과정에서 '홍찍문'으로 시작했던 보수 결집이 '안찍문'으로 뒤집히기만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이번에는 '강한 반문정서'를 가진 안철수 후보의 표가 문재인 후보로 가지 않고 홍준표 후보로 쏠리면서 자력으로도 문재인 후보에 앞서는 결과로 진행된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같은 날 열린 자유한국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홍 후보가 신뢰한다고 밝혔던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에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어서 정식으로 공표할 수는 없지만, 여의도 연구원 여론조사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의도 연구원은 지난 20대 총선과 4·12재보궐 선거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면서 국내에서 가장 정확한 여론조사기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다만, 홍 후보의 '근거 있는 자신감'에도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호감도를 높여 부동층을 끌어안는 일이다.

    지난 20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30%로 전주 대비 7%p 하락했지만, 홍 후보의 지지율은 9%를 기록, 단2% 밖에 오르지 않았다. 부동층도 마찬가지로 12%로 2%p 뛰어올랐다. 표심이 좀처럼 홍 후보에 쏠리지 않는 셈이다.

    이런 경향은 홍 후보의 높은 '비호감도' 때문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같은 여론조사에서 호감이 간다는 응답을 18% 얻은 반면, 호감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75%에 달했다. 이를 호감으로 바꿀 '터닝포인트'만 제시된다면, 홍 후보 주장대로 선거가 흘러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터닝포인트'로 오는 25일 열리는 'JTBC 대선 토론회'를 지목한다. 이미 홍 후보는 〈JTBC 뉴스룸〉에 출연, 손석희 앵커의 날선 질문에 역공으로 대응하며 관심도를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특히 'JTBC 대선 토론회'는 방청객이 참관하고, 실시간 팩트체크를 도입키로 한 상태다. "문재인 후보가 6가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홍 후보로서는 적절한 주장을 통해 데이터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문재인 후보가 회피할 여지를 주지 않고 공격할 수 있다.

    기존의 1강 2중 체제를 무너뜨리고 3중 체제를 구축한다면 막판 역전극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는 얘기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구도가 좁혀질수록 선거는 홍 후보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꾸준히 30%대 지지율을 확보했던 문재인 후보도 당선 가능성이 적어진다면 결국 지지율이 내려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