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식목일 3월 2일 맞아 각 기관 단위로 묘목 자체 구입해야…묘목 관리 全無
  • 평범한 북한 농촌의 모습. 산에 나무가 없어 장마철만 되면 홍수가 일고 겨울철만 되면 가뭄이 든다. ⓒ김성일 서울대 교수 제공.
    ▲ 평범한 북한 농촌의 모습. 산에 나무가 없어 장마철만 되면 홍수가 일고 겨울철만 되면 가뭄이 든다. ⓒ김성일 서울대 교수 제공.


    북한 김정은 집단이 “황폐화된 산림을 복구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워 주민들을 착취하고, 정작 심은 묘목은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5일 “북한 당국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산림복구를 한다면서 주민들로부터 돈을 걷어 나무를 심고 있지만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북한 소식통의 이야기는 보도했다.

    김정은은 집권한 직후인 2012년 4월 27일 노동당 및 내각 간부를 대상으로 연설을 하면서 “10년 내에 훼손된 산림을 원상복구 하겠다”고 큰소리를 친 적이 있다. 김정은 집단은 이후 노동당과 관료 조직을 쥐어짜면서 나무심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문제는 北노동당 조직이 나무를 심는 성과에만 급급할 뿐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3월 2일 식수절(한국의 식목일에 해당)을 맞아 모든 인민이 나무심기에 동원됐다”면서 “노동당 중앙의 지시에 따라 각 기관, 기업소, 단체별로 나무심기 조직을 만들었는데 묘목은 자체 구입해야 한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 무산군의 경우 산림조성에 필요한 묘목을 구입하기 위해 공장, 기업소, 동사무소 등에서 주민들에게 각각 2,000원 씩을 거뒀다”며 “(당국에서는) 양묘장을 확장한다고 몇 년 째 떠들었는데 산에 심을 묘목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노동당 관계자들을 비판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식수절에 산에 가보면 나무 심는 사람들보다 뒷짐지고 큰 소리 치는 당 간부들이 더 많았다”면서 “힘없는 사람들만 직접 도구와 식사까지 준비해 가서는 나무를 심는 흉내만 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 소식통이 참가한 나무심기 행사 때는 5명이 1조를 이루게 하고, 각 조마다 200그루 묶음의 잎갈나무(일명 낙엽송)을 당일 모두 심으라고 나눠줬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함경북도는 아직 땅이 녹지 않은데다 물 길러 오기도 만만치 않아 동원된 사람들은 묘목을 대충 심는 흉내만 냈다”면서 “이렇게 해서는 묘목들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심어놓은 나무를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데 산림조성 사업 자체가 일관성이 없다”면서 “김정은이 집권한 뒤 매년 나무심기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산이 푸르러지기는커녕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북한은 1996년부터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울창했던 산림들이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매년마다 홍수와 산사태, 가뭄 등으로 고통을 받는 이유가 산림 황폐화 때문이라고 보고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묘목도 없고, 체계적인 산림녹화계획도 없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경우 6.25전쟁을 겪으면서 전국의 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민둥산이 돼버렸으나 박정희 정부가 1965년부터 산림녹화사업을 시작, 20년 이상의 노력 끝에 현재와 같은 모습을 만들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는 산림청의 조직과 예산, 계획 등을 정비하고, 식목일을 제정한 뒤 전 국민이 나무심기에 동참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