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서류 통보 핑계로 늑장철거, 보수단체 회원과 마찰 빚고서야 움직여
  • ▲ 지난 20일부터 표창원 의원이 주최하는 전시회에 걸린 그림. 박근혜 대통령 풍자로 논란이 된 이 그림의 제목은 '더러운 잠'이다. ⓒ뉴데일리 DB
    ▲ 지난 20일부터 표창원 의원이 주최하는 전시회에 걸린 그림. 박근혜 대통령 풍자로 논란이 된 이 그림의 제목은 '더러운 잠'이다. ⓒ뉴데일리 DB

    극도의 혐오감을 느낄 정도의 박근혜 대통령의 누드 합성화가 국회 의원회관 바닥에 나뒹굴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풍자만화 전시회'가 논란에 휩싸이자, 분노한 시민들이 즉각 달려가 강제 철거에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출동했고, 그림을 파손한 시민들이 연행됐다. 논란과 과격한 상황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국회를 관할하는 사무처는 제대로 된 예방 대처를 하지 못했다. 부랴부랴 해명을 내놨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국회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표창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것을 들어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이 친정식구를 감싸는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의원회관 제1로비에서 전시되는 표창원 의원실 주관의 풍자만화 전시에 대해 "의원회관 로비는 '국회 청사 회의장 등 사용내규'에 따라 특정 정파·단체·종교를 초월하는 행사에 그 사용을 허가한다"면서 "사무처는 정쟁 등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풍자만화를 전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사용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무처는 전시 당일 이후 작품에 대한 논란의 우려가 있음을 의원실에 지속해서 설명하고, 논란이 되는 작품을 철거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면서 "1월 24일 현재, 사무처는 표창원 의원실에 이날 15시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는 작품을 자진하여 철거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풍자만화 전시회를 주최하면서 이를 축하하는 토크콘서트까지 열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그는 콘서트에서 "예술을 하는 분들에게 어떠한 제재도 가해져선 안 된다"면서 "무한한 표현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보장해드리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힘을 다 발휘하겠다"라고도 했다.

    표 의원은 이 과정에서 "언론이나 방송에서 '닭이 돼지다'라 말하는 건 틀린 얘기여서 언론이나 방송에서 얘기하면 난리가 나지만, 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닭은 돼지입니다'라고 말하면 '면책특권'이 주어진다"라는 허무맹랑한 논리까지 동원했다.

    그렇게까지 공들여 그가 보장하려 한 표현의 자유는 '더러운 잠'이라는 그림이었다. 누드화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이 그림은 나체 여성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해 넣었다. 예술을 빙자해 여성의 신체를 희화화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 ▲ 같은 전시회에 나온 그림인 '사드배치의 진실'. 국회에서 논란이 한창인 사드 배치에 관해 야권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이 담겨있다. 국회사무처는 "정쟁 등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풍자 만화를 전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사용을 허가했다"고 했지만, 한눈에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알아볼 수 있다. ⓒ뉴데일리 DB
    ▲ 같은 전시회에 나온 그림인 '사드배치의 진실'. 국회에서 논란이 한창인 사드 배치에 관해 야권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은 내용이 담겨있다. 국회사무처는 "정쟁 등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풍자 만화를 전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사용을 허가했다"고 했지만, 한눈에 논란의 소지가 있음을 알아볼 수 있다. ⓒ뉴데일리 DB

    그런데도 국회 사무처는 표창원 의원에 제재를 가하기는커녕 구두 통보와 서류 통보 등을 핑계로 빠져나가려는 인상을 줬다.

    사무처는 "해당 전시회에 대해 정당, 언론, 시민 등으로부터 많은 우려와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자진철거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해명했지만, 표창원 의원의 그림이 논란이 된 이후에도 서둘러 철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뉴데일리>를 비롯한 언론 비판보도가 잇따른 24일에도 국회 사무처는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서면만 보냈을 뿐, 적극적인 대처는 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표창원 의원을 당내 윤리위원회에 부치기로 한 오전 11시 이후에도 사무처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결국 이날 오후 2시30분, 의원회관 1층 로비에 보수단체 '자유민주주의수호시민연대' 출범식 및 기자회견에 참석한 회원들이 문제의 그림을 집어 던져 액자를 부수는 사건이 벌어졌다.

    본지 취재결과 이날 오후 6시 30분 현재 그림은 치워진 상태로, 기어이 사태가 터지고 나서야 철거에 들어갔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이면 사회적 통념상 예술이 아닌 범죄"라며 "사무처에서도 적극적인 제재와 강제집행 수준의 물리력 행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수성향 네티즌을 중심으로 표 의원이 주장하는 '무분별한 표현의 자유'를 비난하는 게시물도 속속 등장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의 한 네티즌은 문제가 된 그림에 박 대통령의 얼굴 대신 표창원 의원 아내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 네티즌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애국 보수 의원님"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한 인증샷도 함께 첨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