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불출마 정 의원… 문병호·황주홍 지지설 거론돼박지원 "반성없는 과거 새누리와 연대 없다"… 反文정서 자극하기도
  • ▲ 국민의당 1·15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권주자들이 손을 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1·15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권주자들이 손을 잡고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뉴데일리 DB

    국민의당 1·15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당권주자들이 7일 텃밭인 호남을 방문했다.

    호남 당원이 전체의 60% 가까이 차지하는만큼 후보자들 간의 신경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결전의 날을 맞이한 셈이다. 

    특히 전북의 맹주인 정동영 의원이 불출마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전북민심이 누구에게로 향할지가 주목된다. 

    전대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하는 문병호·손금주·황주홍·김영환·박지원 후보(기호순)는 이날 전북 전주교대에서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 호남민심 쟁탈전을 벌였다. 

    경륜과 인지도를 강점으로 내세운 박지원 후보를 향해 '이제는 변해야 한다'며 새정치를 기치로 내건 다른 후보들은 이날 공세 수위를 더욱 높였다. 

    가장 먼저 연단에 오른 문병호 후보는 "새정치와 안철수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헌정치와 특정인의 '원맨쇼'가 활개를 쳤다"며 현 지지율 위기의 원인으로 박지원 후보를 정면 비판했다. 

    문병호 후보는 "국민들이 '이제 더이상 보고싶지 않다!' 하는 분이 간판으로 있기에 국민의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이것을 걷어내야만 우리 국민의당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호남정치를 복원하고 새로운 정치와 나라를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당의 초심"이라며 "안철수 전 대표도 새로운 정치 깃발을 세워야지, 헌정치에 기대고 얹혀서 대선에서 이길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문병호 후보는 지난 2015년 겨울 유성엽·황주홍 의원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現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며 안철수 신당에 합류했다. 국민의당 창당공신이자 안철수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호남 소장파를 내세운 손금주 후보는 "저는 구(舊)정치의 경험이 없다"며 새정치를 실현할 인물임을 강조했다. 

    손금주 후보는 "요즘 당이 어려운 원인은 우리가 가진 소중한 자산인 안철수와 천정배, 정동영,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당을 지키고 활용하지 못해서다"라며 "자기 것도 지키고 자랑하지 못하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연대를 추구하면 어느 누가 지지를 보내겠나"라고 당내 '연대론'을 일축했다. 

    이어 "말로하는 새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며 "국민과 당원의 곁으로 가야한다. 전주에서 국민의당의 새로운 정치가 시작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손금주 후보는 초선 의원으로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시절부터 박지원-김동철 비대위체제까지 당의 수석대변인을 맡아왔다.

    김영환 후보는 국민의당의 전국정당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이 그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김영환 후보는 "(당이) 정말 절체절명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백척간두에 있다"며 "이것을 바꿔야하는데, 바꿀 길은 당대표를 바꿔서 이변을 만드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의 불출마를 거론하며 박지원 후보에게 '선당후사'의 정신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영환 후보는 "국민의당의 심장이었던 전북에서 당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다. 무주공산이 됐다"며 "당을 위해서 이번에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버팀목이 돼주겠다고 나오지 않은 정동영 의원과 같은 분이 선당후사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박지원 후보를 압박했다. 

    김영환 후보는 충북 출신으로 민주당에서는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국민의당 창당 초기 인재영입위원장을, 총선 이후에는 관례로 원내 인사가 임명되는 사무총장직을 원외(院外)임에도 안철수 전 대표의 적극 추천으로 맡는 등 안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불린다.


  • ▲ 국민의당 1·15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여성위원장에 출마하는 후보들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데일리 DB
    ▲ 국민의당 1·15전당대회 당대표 및 최고위원, 여성위원장에 출마하는 후보들 현수막이 걸려있다. ⓒ뉴데일리 DB

    박지원 후보는 "반성하지 않는 과거 새누리당의 세력과 손을 잡는, 그러한 호남의 가치를 무시하는 연대·연합은 절대 없다는 것을 확실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박지원 후보는 그간 당 지도부 및 호남중진 중심으로 제기되던 비박(非박근혜)계와의 연대론에 다소 거리를 두기는 했지만 특별히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발언은 여권과의 연대에 강하게 반발하는 호남민심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 국민의당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기위해 고군분투할 때, '선(先)총리후탄핵'도 반대하고 탄핵도 개헌도 주판알만 돌리며 눈치를 본 무책임한 정당과 대통령이 다된것처럼 행동하는 사람에게 우리 호남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를 비판했다. 호남에 만연한 반문(反文)정서를 조준한 것이다. 

    그러면서 "제가 김대중도, 노무현도 대통령 당선시켜본, 이기는 당대표다"라며 "안철수의 새정치, 천정배의 진보개혁, 정동영의 통일정치. 이 박지원의 추진력과 경험이 합쳐지면 우리는 대통령의 이길수 있기에 박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지원 후보는 지난해 6월말부터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위기에 빠진 당을 구했다는 평가다. 급변하는 정국 속에서 노련한 정치력을 발휘해 3당인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장기간 이어간 '1인 독주체제', 현재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올라선 황주홍 후보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고칠 것은 고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당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지원 후보를 겨냥한 셈이다. 

    다만 황주홍 의원은 이같은 공세를 이어가기보다는 담담하게 자신의 과거를 소개하고 향후 로드맵을 소개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황주홍 의원은 금배지 내려놓기, 정당공천제 폐지, 국민소환제 발의 등에 앞장섰던 지난 행보를 소개하고는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한 정치 ▲싸움질하지 않는 대화의 정치 ▲국민만을 위해 일하는 생산하는 정치를 약속했다. 

    그는 "국민의당을, 대한민국을, 경제를, 호남을 구하겠다"며 "호남출신인 제게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이번 대선은 호남중심의 정권교체를 해야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박지원 후보와 함께 유력한 당권주자로 거론되던 정동영 의원은 장고 끝에 지난 2일 불출마를 결심했다. 정 의원은 현재 당의 국가대개혁위원장을 맡으며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최근 전북 지역위원장들과 만나 문병호·황주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증명하듯, 문병호·황주홍 후보가 연설할 때는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박수와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호남의 한 축인 전북 표심의 향배에 따라 '박지원 1강'도 위협받을 수도 있게 된 셈이다. 

    한편 당대표 한 명과 최고위원 4명을 선출하는 이번 전대는 사실상 순위결정전이라 불리며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듯 당원과 당직자, 선거운동원 등은 대회장 입구부터 후보자의 기호와 이름을 연호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후보자들은 이후 전남과 광주 시도당 개편대회에 참석하는 등 전날에 이어 강행군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