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 흘김' 가로쓰기 초서체를 발명한 교육자 김주성씨
  • ‘한글 흘김’? 이것은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김주성(金周晟, 65세) 박사가 개발한
    ‘한글 초서’로서 세계 유일무이한 우리 서체에 김씨가 만들어 붙인 이름이다.
    10월은 한글의 달,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자 한글을 573년전에 만들어 펴낸 세종대왕,
    그 한글을 한국 서예사상 최초로 가로쓰기 초서체(草書體)로 개발하여 일가를 이룬 김박사는
    오는 13일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한글 흘김’ 운필법이 어떤 것인지
    한글사랑 국민들에게 그 참 모습을 보여준다.

“한글 전용시대에 가로쓰기가 수십년전에 정착됐는데도 전통서예만 반복하는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한글에 맞는 가로쓰기 초서체를 만들어 봤습니다.” 
'한글 흘김'이란 이름은 가로로 마구 갈겨쓴다는 표현에 눈의 흐름을 얹어 작명한 것.
올해 한국교원대 총장직을 벗어놓은 김박사는 정년퇴임 기념전을 겸한 행사로 
한글날에 맞춰 세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였다.

그가 붓글씨에 눈을 뜬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 한학자 아버지(남파 김정수) 손에 끌려 
아버지의 친구 김충현 선생의 문하로 들어가면서부터 출발하였다.
6학년 어린이날 전국미술대회 최고상을 받은 ‘서예 신동’은
대학까지 작품활동을 하다가 졸업후 도미, 텍사스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고 돌아왔다. 
교수 연구실에 지필묵(紙筆墨)을 갖춰놓고 왕희지 행서부터 김생의 행초까지 섭렵하면서
서체 연구에 본격적으로 몰입, 교육과 서화 작업에 땀흘리던 1993년 어느날,
“우연히 추사(秋史)의 한글 편지를 보고 눈이 번쩍 떠졌지요.
바로 이거다, 한글도 한문식이 아니라 한글식 초서로 써야지. 
우리글의 자연미를 살리는 서체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종래의 세로쓰기로 착수한 한글 초서 연구는 3년후 아예 ‘가로쓰기 초서’로 바꿨다.
  • ▲ 자작시 '꽃이슬'
    ▲ 자작시 '꽃이슬'

  • “첫 개인전때 기억이 새롭습니다. 다들 깜짝 놀라고 저도 놀랐지요.”
    비장의 발명품을 최초로 공개하는 설레임과 두려움, 새로운 한글서체의 탄생은
    서예계에 충격을 던지며 뜨거운 환영을 받는 ‘대박’을 터트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운명처럼 그해 바로 창립된 ‘물파주의(物波主義) 그룹’(설립자 손병철 박사)이
    내세운 필묵예술의 새로운 창조정신과 기막히게 맞아 떨어져서
     ‘한글 서예의 역사적인 새 출발점’으로 인증받았기 때문이다.
    물파주의란 ‘붓의 예술은 기(氣)가 물 흐르듯 움직이는 생명의 표현’ 의미라고 한다. 
  • ▲ 자작시 '꽃이슬'
  • 태어나자마자 한국만의 명품으로 자리매김한 김주성의 ‘한글흘김 예술’은
    물파주의 국제전, 서울 서예비엔날레, 북경올림픽 기획전, 추상서예 창립전 등
    국내외 서예계를 강타하며 ‘한글 창제이래의 획기적인 사건’ ‘초서미학의 새 한류’라는
    대가 선배들과 평단의 절찬을 받으며 '현대서예의 선구자'로 정착되기에 이른다.

    더불어 먹물의 번짐을 활용한 ‘서체 추상’과 산수 시리즈, 인체 연구 시리즈, 폭풍 시리즈 등
    김주성 작가는 ‘번짐의 미학’을 추구하는 서화가이기도 하다. 
    ‘한글의 한결같은 빛’ 또는 ‘밝고 큰 교육의 한결같은 빛’이란 의미의 ‘한빛’ 호를 즐겨쓰는
    한빛 선생 김주성씨는 자작시(詩)를 지어 한글흘김체로 써서 이번에도 전시한다.
    문재도 타고난 듯 수상집을 간행하며 한글관련 칼럼과 시사문제 칼럼도 발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낙관 도장 역시 다양하고 이색적인 가로쓰기 한글 서체를 채용, 
    본인 스스로 새겨서 사용하므로 그의 다채로운 예술적 재능에 놀라게 된다.
  • ▲ 자작시 '꽃이슬'
  • “모두 궁해서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한국 선비의 미소로 답하는 그의 곁에는 풍성한 예술가족들이 있다.
    부인 정태선(61) 여사는 아동서적 출판사를 경영하는 동화작가이며,
    남매 중에 판화를 전공한 딸 김명원이 아버지 DNA로 흑백 필묵에 푹 빠져있다.
    “세로쓰기 초서도 언젠가 해야지요. 가로쓰기 완성도를 더 높여놓고요.
    그나저나 우리 한글이 이렇게 오염되고 오용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다 같이 언어문화의 선진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한국선진화포럼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 ▲ 인체 연구 시리즈.
    ▲ 인체 연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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