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의 어두운 면 비춘 법안…아킬레스 건 찌른 법안에 야권 반대 이어져
  • 북한인권법이 지난 4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무려 11년 동안 국회를 떠돌았던 북한인권법이 통과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북한인권법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통일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첫 발자국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2005년, 17대 국회에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처음 발의한 뒤 북한인권법이 겪어온 풍파와 시행령이 등장한현재의 쟁점은 어떤 것인지 짚어보고, 향후 북한 인권법을 통해 예측할 수 있는 앞으로의 남북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연재 순서>

    ① 2005년 재정된 북한인권법, 어떤 과정 거쳐 제정됐나

    ② 북한인권법 통과 6개월, 여전히 여야는 대치 중

    ③ 북한인권법 진정한 종착역은? 법안 폐기!

  • ▲ 새누리당 소속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05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소속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지난 2005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문수, 2005년 북한인권법 최초로 발의하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우리나라보다 국제기구에서 먼저 논의됐다.

    특정 국가가 법안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은 지난 2004년, 미국에서 출발한다. 미국은 당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정한 데 이어 대북한 인권 공세를 강화하고 탈북자의 미국 망명 허용을 재확인하는 내용의 북한 인권법을 발의한다. 2004년 3월, 하원의원 9명이 상정한 이 법안은 7월에 하원 통과, 9월에는 상원을 통과, 10월에는 조시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속도감 있게 제정됐다.

    일본의 북한 인권법 역시 한국보다 빠른 2006년 6월 23일 공포됐다. 납치 일본인을 위한 법률에 초점을 맞춰진 이 법안 역시 탈북자에 대한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새누리당 소속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17대 국회 당시인 2005년 최초로 '북한인권법'을 발의하면서부터다.

    김문수 전 지사가 발의한 북한인권법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국가가 애써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과 대북 지원에 대한 국가적 책무와 제도적 장치를 법으로 명시하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북한 김씨 왕조 하에서 억압받고 탄압받는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대한민국이 침묵하지 않고 노력한다는 선언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가 발의한 당시 북한인권법은 제정이유에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광범위한 인권침해행위에 대하여 국제사회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안은 주요 내용으로 ▲북한 내에서 인권 침해 사례와 그 증거를 체계적으로 수집·기록하기 위한 북한 인권기록보존소 설치 ▲ 통일부 장관으로 하여금 북한 인권 개선과 대북 지원을 위한 기본 계획 수립 ▲ 통일부에 북한 인권개선위원회 설치 ▲ 외교통상부에 북한 인권대사 임명 ▲ 북한 인권 개선 등의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단체에 대하여 경비보조 지원 등을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당시 한나라당이 야당이었던 17대는커녕 18·19대에 들어서도 통과되지 못했고, 결국 20대 국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통과됐다. 야당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 야당엔 뼈아픈 지적 담긴 법안…번번이 통과 안 돼

    여야가 북한인권법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지속한 것은 북한인권법이 야권의 모순을 정확하게 짚은 법안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야권은 그간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 여러 차례 정부가 인권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왔다.

    그간 여권이 성장주도 경제정책을 외칠 때 야권은 꾸준히 '복지 향상' 등 분배주도 경제정책을 내세우며 반발해왔다. 야권은 여권이 시장경제체제, 자본주의의 논리에 갇혀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의 목소리, 인권 문제에 눈을 감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또한 야권은 귀족 노조의 목소리도 노동자 계층에서 나온 목소리로 보고 강하게 대변했다. '민중 총궐기' 행사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나온 것이 대표적 예다.

    그러나 이들은 유독 세계 최악으로 평가받는 김씨 왕조 세습체제 하의 북한의 처참한 인권 실태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인권의 잣대로 바라본다면 김씨 왕조 정권은 대한민국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를 두고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사람을 '교화'라는 목적으로 잡아 가두는 등 주민들에게 억압과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야권이 침묵하는 데에는 북한 정권을 대화의 상대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다. '햇볕정책'의 기조 아래 북한 정권과 대화를 계속 열어나가야 한다는 야권의 원칙에 북한인권법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면 곧 김씨 왕조 세습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을 대화의 대상으로 보는 야권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법안이었다.

    때문에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한 인권 문제는 우려할만한 수준이며, '인권의 보편성' 원칙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행위는 인권위의 조사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북한 인권 문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북한의 주권을 침해하는 '내정간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통일연구원의 김수암 연구위원은 2007년 11월 29일 UN총회에서 채택된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만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우회적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의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이 형식적으로나마 ▲2004년 형법 개정을 통한 죄형법정주의를 명문화하고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을 만든 것 ▲ 국제인권협약 의무조항에 따른 국가보고서 자료 제출 ▲ 강제송환 탈북자 처벌 수위 완화 ▲ 2004년 유엔 여성특별보고관 아동권리위원 방북 초청 등을 한 것을 긍정적 효과로 꼽은 바 있다.

  • ▲ 새누리당 조명철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대표 발의했다.  탈북자 출신인 그가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에는 53명의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누리당 조명철 전 의원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대표 발의했다. 탈북자 출신인 그가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에는 53명의 국회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18대~19대까지 계속된 북한인권법

    17대에서 북한인권법은 결국 폐기됐지만, 18대 국회 이후에도 이 법안은 꾸준히 재발의 돼 국회에 남았다. 18대 국회에서는 황우여·윤상현 전 의원이, 19대 국회에서는 조명철 의원 등과 김영우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을 일회성 논의로 그만두지 않았다. 야권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진 셈이다.

    북한인권법이 국회에 계류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최초 법안을 발의했던 17대와는 다른 환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보수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이는 국가 인권위원회 등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통해, 북한인권법이 수월하게 통과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부응하듯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06년과는 달리, 2010년 2월 11일에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이제 국가의 책임을 묻기보다는 개인의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논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이 빨리 통과되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북한인권법이 우리가 그간 침묵해온 북한의 인권문제와 통일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강조했다면,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윤상현 의원의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의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체계 구축과 식량·의약품의 제공 등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윤상현 의원은 발의 이유에서 "북한체제 하에서 북한 주민은 가혹한 인권유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명기했다. 북한 주민들이 고통받는 이유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책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러 개의 북한인권법 중 함께 발의한 사람이 가장 많았던 북한인권법안은 19대 국회에서 조명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인권법이다. 조명철 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은 내용이 한층 강해져, 북한당국이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한 처벌 반드시 이뤄져야 함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조 의원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은 제안이유에서 "북한당국이 자행하는 인권 침해는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국제적 반인도 범죄"라면서 "보편적인 국제 인권 규범을 어긴 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그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는 것은 남북한 주민과 후대에게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주지시켜, 올바른 역사관과 인권관을 수립하여 우리 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효과를 거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여러 차례의 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은 19대 국회 내내 교착상태에 빠졌다가 막판에 극적인 합의로 통과된다. 이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총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19대 국회 막판에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국회 외통위원장이었던 나경원 의원, 심윤조 의원 등이 북한 인권법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4.13총선을 앞두고 다소 보수적인 색채를 지닌 김종인 전 대표가 영입된 부분과 함께 야권이 20대 국회에서 의석수를 더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어렵사리 북한인권법은 2016년 3월 3일 국회를 통과됐지만, 여전히 한계는 남았다. 여야가 여전히 북한인권법을 두고 대립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