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의 청년수당, 서울시 재정을 흔드는 단초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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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서울시 청년수당,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로 '서울시 청년수당,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20대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둔 지난 4월 11일, 서울시는 청년 3,000명을 선발해 매월 50만 원 씩을 지급한다는 청년수당 정책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정치권은 물론, 학계, 시민단체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서울시의 청년 수당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학계와 시민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청년수당, 약인가 독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청년 수당의 당사자인 청년들은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과연 정책으로서 정당한지, 어떠한 부작용을 낳을 지에 대해 토론했다.

    토론회에서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고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이 고정 토론자를, 황성욱 변호사와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카이스트 대학원생인 박동우 씨가 패널로 참석했다.

  •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교수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조동근 교수는 "지금 청년 실업의 문제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문제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해법이지, 지자체가 청년들한테 용돈을 주는 것은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면서 "제한된 일자리에 누가 앉느냐가 중효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이 청년실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못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이 기존에 시행되던 중앙 정부 사업들과 중복된 경우가 많아 비효율이 초래하자, 정부는 복지사업 정비를 통한 복지재정 효율화를 추진키로 했다"면서 "이런 중복 사업에 든 예산이 한 해 9,997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박주희 실장은 "(우리 사회가) 복지 확대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면 이제는 시간을 갖고, 복지의 실효성을 점검·정비해야 한다"면서 "복지 지출로 아우성인 지자체도 중앙 정부와 유사중복되는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는 시급한 사업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주희 실장은 "청년 수당이 당장 서울시 예산에 큰 부담이 안 되는 사업처럼 보이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서울시 재정을 흔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 황성욱 변호사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황성욱 변호사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황성욱 변호사는 "서울시는 당초 청년 수당의 지급여부는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지난 1월 보건복지부와 협의에 나서겠다며 협의 요청서를 제출했다"며 "이는 서울시가 중앙 정부와의 협의 절차를 어겼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황성욱 변호사는 또한 서울시가 총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청년수당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굳이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진행한다는 오해를 살 이유가 있었느냐"고 비판하면서 "중앙 정부와 서울시 간의 법정 다툼까지 초래하는 상황을 만들어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 게 아니라, 중앙 정부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한 지방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 청년이여는미래 백경훈 대표ⓒ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청년이여는미래 백경훈 대표ⓒ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청년들을 대표해 나온,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는 "(청년들이) 갑자기 수당을 받게 된다면 싫다고 할 청년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은 한 해 90억 원, 부대비용까지 5년 간 500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라고 지적하면서 "서울시가 선정한 3,000명의 청년들이 받을 50만 원은 그들보다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낸 세금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백경훈 대표는 이에 더해 "생활보호대상자와 노약자들이 아닌, 가장 왕성한 활력을 가진 청년들에게 세금을 몰아주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늘의 용돈이 아니라 내일의 일자리"라고 강조했다.


  • "청년 자격으로 청년 수당 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는 카이스트 대학원생 박동우 씨는 "청년 미취업자의 극히 일부인 3,000명 만이 수혜를 보는 서울시 정책이 청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솔직히 의문"이라며 "서울시는 삼성 입사 시험에 응시하는 응시자가 최소 1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을 아는지나 모르겠다"고 정책의 효율성을 비판했다.

    박동우 씨는 또한 "50만 원을 받는 3,000명에게는 혜택일지 모르나,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그 부담은 결국 청년 전체가 지게 될 것"이라며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혈세 90억 원으로 (선출직 공무원이) 인기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날 바른사회시민회의의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1,000만 서울 시민 모두의 목소리를 아닐 것이다. 하지만 청년들 또한 서울시를 향해 "용돈이나 받아서 뭐 하게, 미래가 안 보이는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서울시의 '청년 용돈 정책'은 역사 속에서 '예산 낭비 사례'로 기억될 가능성이 커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