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갈 정당 왜 창당했나… 허업에 과실 돌아가선 안돼
  • ▲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천정배 의원이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당~국민회의 합당 의결이 이뤄지기에 앞서 단상에 나와 각자 상대 당의 당기를 휘날리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천정배 의원이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당~국민회의 합당 의결이 이뤄지기에 앞서 단상에 나와 각자 상대 당의 당기를 휘날리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국민의당이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창당했다. 이 자리에서는 불과 사흘 전인 지난달 31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창당한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와의 당대당 통합 의결도 이뤄졌다.

    국민의당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과 국민회의 천정배 대표가 단상 위로 나와 양당의 당기를 휘날린 뒤, 양당의 합당 의결이 일사천리로 이뤄지는 것을 보며 문득 국민회의 당기를 제작하는데 쓰인 섬유 소재가 아까워졌다. 사흘짜리로 단명할 정당을 굳이 창당하고 당기까지 만든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이미 지난달 25일 양당을 통합하기로 하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그 이후로도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시도당과 중앙당 창당 작업을 굳이 진행해 결국 창당대회에서 의결까지 거치며 당대당 통합 방식을 고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들이 연이어 떠오르는 가운데 천정배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공동으로 국민의당 대표로 추대되고, 박주선 의원은 최고위원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며 씁쓸한 뒷맛을 감추기 어려웠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토로했다. 사흘 갈 정당을 만드는 작업이라면 그보다 더한 허업도 없을 것이다. 반면 "의도 없는 정치 행위는 없다"라고도 한다. 사흘 밖에 안 갈 정당을 굳이 만든다면 반드시 그에는 어떠한 의도가 있을 것이다.

    지난달 25일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과 국민회의의 전격 통합이 발표될 때를 돌이켜본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지분이나 자리 이야기는 서로가 꺼내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제일 처음에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틀 뒤인 27일, 다시 같은 장소에서 국민의당과 통합신당의 통합이 발표될 때에도 김한길 의원은 "잘 믿지들을 않으시는 것 같은데, 지분 이야기 같은 것을 꺼내면 통합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데 처음부터 모두가 공감했고, 결과적으로도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과 통합한 박주선 의원은 29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에 출연해 "(당직·공천지분 등과 관련해 물밑 이면 합의는) 말할 겨를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그렇게 (지분 이면 합의를) 한다면 신당에 기대를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박주선 의원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함께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박주선 의원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함께 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대전=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사실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다 나오던데, 좀 지켜보자"는 사회자의 으름장(?)에도 박주선 의원은 자신만만한 태도로 "이번에 한 번 기대해달라"고 답했다.

    '다 나오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지날 것도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중앙당 창당을 거쳐 당대당 합당 방식을 밀어붙인 당사자는 신당의 초대 공동대표라는 영예로운 자리를 얻었고, 통합 선언 이후 불필요한 창당 절차 진행을 중단한 채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합류한 다른 사람은 이미 옛 정당에서도 지냈었던 최고위원을 다시 한 번 맡는데 그쳤다.

    게다가 박주선 의원은 안철수 대표보다도 훨씬 이른 지난해 9월 22일에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선도 탈당했다. 독자 창당을 하자면 충분히 가능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그가 독자 창당을 하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친노 제외 빅텐트'와 '원샷 대통합'을 이루려면, 먼저 자신이 중앙당을 창당하는 게 어떠한 기득권으로 보이거나 진입장벽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자유시장경제에서는 낭비적 요소를 최대한 제거한 사람에게 과실이 떨어지지만, 우리 정치판에서는 '틀물레질'을 하며 온갖 정치적 낭비 행위를 일삼는 사람이 과실을 얻는다. 황주홍 의원이 최근 펴낸 저서의 제목 "한국의 문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며 탄식하게 된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의 한 의원도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천정배 의원이나 박주선 의원이나 비슷한 절차를 거쳐 우리 당에 합류했는데도 한 명만 공동대표가 됐다"며 "박주선 의원이 통합할 때 자리에 연연하거나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지만, 사람 마음이 편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창당대회를 진행하며 "매우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감격해 했다. 사실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자리였지만, 형평성을 잃은 당직 인선에 그 감동은 일부 퇴색하고 말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짚어본들 만시지탄이지만, 국민의당의 상임공동대표가 된 안철수 의원은 밖에다 대고 손가락질하며 '공정성장론'을 부르짖기에 앞서, 당내에서 형평성을 잃은 처사가 일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고 공정한 당무 집행에 앞으로라도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