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북한방송국에 한통의 편지가 들어왔다.

    일본의 ‘북조선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협의회’ 상임대표인 니시오카 쓰토무 선생에 의해서이다.

    방송에 출연하기 전 니시오카 선생은 문제의 편지를 꺼내며, 한때 일본의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간부였던 사람으로 부터 받은 ‘제언서’라고 했다.

    이 ‘제언서’는 조총련 간부였던 그가 북한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기초해 ‘조총련으로부터의 탈퇴와 협박’ 등을 각오하고 작성했으며 지난해 10월 10일, 조총련이 주최한 한 회의장에서 배포한 100여장의 유인물 가운데 하나이다.

    아래는 일본의 동경 도스기나미구에 거주하고 있는 前조총련 활동가 고충의 선생이 제작, 배포한 ‘제언서’ 전문이다.

  • 조총련의 한 기념행사 장면. 모든 활동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우상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NK조선 화면캡쳐
    ▲ 조총련의 한 기념행사 장면. 모든 활동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우상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NK조선 화면캡쳐


    제  언  서 

    조총련은, 결성 이래 재일동포의 권익 옹호와 민족교육에 있어서 큰 업적을 세워 왔습니다. 그리고 공화국의 대사관 역할과 국교가 없는 북일 양 정부의 유일한 파이프로서의 역할도 해 왔습니다.

    젊어서, 집안의 파산으로 거두었던 여동생의 조선고교 졸업과 동시에, 당시의 전 재산을 쏟아 부으며 조총련 활동가로 지내온 저이지만, 최근 조직의 쇠퇴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재일동포의 의사를 결집하는 조총련은 원래부터 공화국의 지시에 휘둘리는 하부 조직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초대 의장이었던 한덕수 씨가 죽었을 때, 행여나 이것으로 조총련도 조금은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를 가진 재일교포가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뒤를 이은 서만술 씨도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현재에 이르렀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조총련이 진정한, 재일동포의 민주적인 조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공화국과의 통로를 유지하면서도 아래와 같은 사항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1.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모든 기관에서 철수할 것.

    2. 일본인 납치피해자 전원 해방 및 귀국동포, 일본인 배우자의 자유 왕래를 실현시킬 것.

    3. 조총련 조직 강령에 결성 당시의 8대강령이었던 핵병기금지항목을 부활시킬 것.

    4. 조선은행을 통해 사라진 재일동포의 막대한 재산의 행방과 그 책임을 명백히 할 것.

    5, 조직 간부는 조선노동당 당적을 이탈하거나, 당원이 아닌 사람이 취임할 것
    (당원이 당의 지시를 따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제가 왜 이러한 제언을 하게 되었는지를 말씀 드리면, 이대로 침묵하고 있으면 순진한 동족애와 청빈한 생활 속에서 민족 활동을 해온 많은 활동가와 재일동포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 때문에, 얼마나 많은 귀국자와 인민이 시달리고 있습니까. 그리고 희생되고 있습니까. 세계의 국가 중에는 통렬한 경험을 바탕으로, 헌법에서 지도자의 개인숭배를 금지한 나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신화로 이뤄진 것이 종교입니다. 물론 종교의 자유도, 포교의 자유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매 가정집마다 초상화를 걸고 개인을 숭배하는 북한의 종교와는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조총련이 재일동포의 민주적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는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되는 항목입니다.

    제가 조직활동가였던 시기, 숙직 때, 평양방송, 서울방송, NHK, VOA, 북경과 모스크바의 조선어 단파방송을 들은바 있습니다. 방송을 들으면서 사물현상에 대한 각자의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많이 느꼈습니다.

    또한 「김일성 저작선집」 5권을 모두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자기모순에 빠져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기를 적대하는 세력을 비난하면서 「우연분자」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능력도 자질도 없으면서 현재의 지위에 이른 일당이라는 의미입니다. 이것을 읽으면서 「어, 당신이 최고의 우연분자가 아닌가」고 생각하였습니다. 지금과 같은 공화국이 되어 버린 것에는 김일성의 죄가 무겁습니다.

    김일성 씨는 생존 중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게 하고, 초상화를 보급하고, 후계자 세습까지 하였습니다. 김일성씨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아무것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현지 지도」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말한 방법 말고는 일을 못 하게 하였습니다.

    죄가 깊은 것이, 전국을 돌면서 마구잡이식으로 일을 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 말입니다.

    숭배, 신격화에 관해서 제가 겪은 일을 두 가지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히로시마에서 활동하던 시절 한 여자학원에 재적하고 있는 재일학생을 지도했을 때의 일입니다.

    반에서 홀로 재일학생이었던 이 여고생(훗날 조선대학에 진학)이 우리의 지도로 민족에 눈을 뜨고, 급우에게 촉구해서 히로시마 가무단의 지도로 전원이 치마저고리를 입고 조선무용을 문화제에서 공연했습니다.

    이는 일본의 신문에도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평양신문에 실린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때 평양신문의 기사 말미에 「매우 감격한 학부모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눈물을 흘리며 김일성 원수 만세를 외쳤다」고 씌여 있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있다고 했고, 미화한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제가 히로시마현 서히로시마 지부 선전부장이었을 때, 한국의 군사정권하에서, 동료였던 서 승 씨가 갇혀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국에 가, 서울에서, 박정희 정권의 독재성에 대해 규탄연설을 하고 강제 송환된 후의 일입니다.

    조총련은 전국 각처에서 「히로시마의 한 애국청년이 서울의 각계각층의 명사 앞에서 김일성 원수 만세를 외쳤다」고 선전하였습니다. 절대로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본인이었던 제가 말하기 때문에 틀림없습니다.

    1968년 「프라하의 봄」에 관한 일화도 있습니다. 인간 기관차로 불린 마라토너 자토페크 씨와 도쿄올림픽에서 인기를 누린 체조 선수 챠스라후스카 씨가 「2,000어 선언」을 엮어서 자유를 촉구한 사건입니다.

    저는, 라디오에서 시시각각 전해오는 바르샤바 협정군에 저항하는 체코슬로바키아 시민들의 투쟁 모습을 듣고,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과거 이토 히로부미가 군사력을 배경으로, 우리 조국을 일본에 예속시킨 굴욕의 역사를 생각나게 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뒤 김일성은 당시 소련의 탄압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톈안먼 사태는 자유와 민주주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중국 청년 다수가 학살된 사건입니다. 김일성은 이때도 중국 정부의 탄압 행위에 지지 성명을 냈습니다.

    어디가 민족의 태양입니까? 단지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중을 힘으로 억압하는 세력을 지지하고, 자신의 보신을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을 어떻게 경애할 수가 있습니까?

    지금 우리가, 이상한 것을 이상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은 왜입니까? 그것은 자신이 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인민이 시달리고 있지만 관여하지 않고, 자신만 귀한 것입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우리 모두는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느끼며 삽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를 느끼면서도 결정적으로 지적하지 못했습니다. 그 자계를 담아서 이 제언서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본 텔레비전에서 공화국의 실상이 조금씩 영상으로 보여지게 되었습니다. 비참한 것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 총련계 부인이 「지금 시대는 CG로 무엇이든 영상을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이 지경까지 왔다고 생각하니,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습니다.  

    여러분, 재일동포의 대변자로서 당당히 공화국 정부에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하십시오. 북일 양 정부의 파이프로서의 조총련은 공화국에 있어서도 귀중한 것입니다.

    용기를 내야 합니다. 저 한사람의 활동으로는 부족하니, 의견을 써 보내주십시오. 그리고 조직의 당사자는 답변해 주십시오. 더 이상 조선 인민과 세계 평화에 대해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는 부탁을 드립니다.

    제 의견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을 받거나, 그런 지적에 대해 제가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제가 생각을 고치겠습니다. 그러나 제 의견이 옳고, 당신의 의견이 잘못되었다면, 당신이 생각을 고쳐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것은 이것뿐입니다.

    「잘못을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동경 도스기나미구 거주 조총련 前활동가  고충의